누구나 누군가를, 어떤 순간을 애타게 기다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비드 칼리에 대한 헌사로 시작하는 이 책은 경애심의 표현이자 표영민 작가의 반려견 은비에게 보내는 작별인사이기도 하다.<사이코지만 괜찮아> 특별동화의 그림작가인 잠산 작가는 주인을 잃어버린 개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또한 언제나 우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듯 반려견을 맞이하고 예상치 못했던 벽에 부딪혀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데 익숙한 우리의 심리를 가감없이 드러냈다.설렘과 따뜻함, 생의 연장선으로 내 마음에 다가왔던 다비드 칼리와 세르주 블로크의 <나는 기다립니다>. 오마주한 작품은 원작을 뛰어넘고 그 색깔을 달리 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큰 창작의 고통이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다지도 다르게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느낌을 표현했을까.이 책은 주인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야만 하는 반려견을, 그러다 모처럼의 외출에 신나 하는 반려견을, 이별인 줄도 모르고 밤이 지나도록 바보같이도 순수하게 기다리고만 있는 반려견의 뒷모습을 가슴이 아리도록 그려냈다.이 책의 결말은 직접 읽고 확인해 보시기를. 독자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그려나가게 하는 그림책이다. 올 겨울에는 동물들이 몸도 마음도 따뜻한 곳에서 보낼 수 있기를.<도서를 제공받고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