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야엘 프랑켈 지음, 김세실 옮김 / 후즈갓마이테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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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층이 눌려진 엘리베이터 버튼을 바라보는 6명의 사람과 강아지.

엘리베이터라는 닫힌 공간 안에서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대체 그 좁고 재미없는 공간에 무슨 이야기거리가 있을까? 독자로 하여금 의문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엘리베이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는 그 어떤 재미난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고, 버튼을 누르면 그 버튼이 데려다 주는 층에 타고 내리는 일만 해왔기 때문이다.

4층에 사는 주인공은 로코라는 개를 데리고 1층에서 내려 산책을 하려는데... 7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8층에서는 미겔 할아버지가 타고, 6층에서는 코라 아주머니와 쌍둥이가 탄다. 층마다 누가 탈 지, 혹시 또 엘리베이터가 예상 밖으로 움직이진 않을지 기대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엘리베이터 바닥의 패턴무늬는 원근이 느껴지지 않고 바로 보이게 하여 엘리베이터의 수직적 운동과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과 각 층에 서 있는 사람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책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인물과 시선, 바닥의 배치를 동적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적이다. 시선을 위 아래로 훑으며 마치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밥그릇을 긁어먹듯 책의 네 모서리를 꼼꼼하게 훑어보았다.

멈춘 엘리베이터에서 우는 아기를 어찌 달랠까. 광역버스에서 우는 둘째를 달래느라 애도 울고 나도 쩔쩔매다 같이 울었던 5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안그래도 '맘충'이라는 단어에 잔뜩 쪼그라들었던 마음, 폴라 할머니의 케이크같은 다정함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며 나도 잔뜩 쪼그라들었을 초보엄마들에게 이러한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내릴 수 없다', '갇혀 있다'는 제한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을 보며 우리의 선택과 유연한 사고와 판단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오랜 팬데믹으로 인해 어느 새 경직되고 닫은 마음에 균열을 내는 듯한 새롭고 따뜻한 그림책이었다.

🌞 야엘 프랑켈 지음 l 김세실 옮김 l <엘리베이터> l 후즈갓마이테일

#햇빛의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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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 - 정의와 생명을 지키는 수호신 우리 민속 설화 4
임어진 지음, 오치근 그림 / 도토리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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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생명을지키는수호신

- 서평단 발표도 나기 전에 책 구입한 극성스러운 독자의 서평 -

얼마 전 경기도자박물관에서 #도자_우리도자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해치를 자수로 놓은 적이 있었어요. 자연스레 해치라는 동물에 대해 알고싶어졌고, 평소 때라면 귀찮아서 지나쳤을 서평단 모집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쓴 임어진 작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그림책을 정말 많이 쓰신 작가에요. <다와의 편지>, <마고의 샘물>을 포함, 동화, 어린이교양서, 청소년 소설 등 많은 작품들에 글을 썼습니다.

그림을 그린 오치근 작가는 백석 시인의 동시를 만나면서 그림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시골 마을, 전래 이야기를 찾아 이야기를 쓰고 그리는 일을 합니다. 대표작으로 그림을 그린 <산골총각> <개구리네 한솥밥> 외 여러 작품을 쓰고 그렸습니다.

'정의와 생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부제가 이 그림책을 꿰뚫는 전체 흐름입니다. '먼 남동 하늘에 빛나는 별 여섯개, 해치별은 세상이 평화로울 때 처음 땅으로 내려왔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며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해치는 누군가가 울고 있으면 반드시 달려가 도와주고, 누군가를 괴롭히는 나쁜 자를 보면 달려가 뿔로 들이받았다고 합니다. 그림이 정말 멋지지 않나요? 저는 우리문화그림책이 이렇게 멋지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습니다.

「...해치가 있는 곳에서는 힘이 약해도 마음 놓고 살 수 있었어. 아무도 함부로 남을 괴롭히지 못했어.」

나라를 다스리는 이들이 그런 해치를 본받기를 바랐고 그런 해치를 시기하고 없애려는 무리가 등장합니다. 흥미진진하죠? 해치는, 해치를 없애려는 일당은, 그리고 이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요? 책에서 확인해보세요. 📖

저는 이 책을 읽자마자 '법'의 기능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해치는 상상의 동물이자, 나라의 질서를 유지시키려고 형상이 없는 무엇인가를 형상이 있는 것으로 만든 상징물이죠. 그 법이 없는 세상은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세상입니다.

만약 해치가 저 일당 무리와 어떤 모종의 거래를 했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그걸 정의나 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세상을 지켜보는 눈을 가졌고 그저 지켜보지만은 않는 해치. 인간의 실수를 바로잡고 늘 바로 유지되게끔하는 항상성의 위력을 지닌 존재. 그 존재를 실존하는 것이 아닌 상상의 동물로 만든 것은 아마도 인간이 법이 되는 실수를 방지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나, 정말 지혜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매우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처음과 끝이 대칭적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그리고 주인공인 해치가 무언가를 먹는 모습, 앉은 모습, 누운 모습, 싸우는 모습 등 화려하고 동작이 큰 캐릭터를 여러 동작으로 보여주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매우 다이나믹하고 색채도 세련되어서, 우리 아이들도 보면 너무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혹시 이런 악당들이 나오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모님들도 계실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이들이 살면서 어떠한 갈등상황에도 놓이지 않고 살아갈 수는 절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어떠한 갈등상황이나 옳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그 도구는 무엇인지 문학작품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 배우는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절대 멸균실에서 키우면 배울 수가 없어요. 어떠한 경우의 수라도 부모가 다 차단해버리면, 막상 아이가 성장하여 같은 경우를 맞이하였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게 되고 있다 하더라도 매우 미숙하게 됩니다. 그러니 굳이 독후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책을 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답을 찾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부모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 주시고 기다려주고 아이의 힘을 믿어주세요.🙏

🧅도토리숲 민속설화 그림책 시리즈가 계속 출간된다고 하니, 저도 꼭 챙겨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현대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는 좋은 그림책!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글쓴이 임어진 l 그린이 오치근 l <해치> l 도토리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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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어린이책 1 - 다움북클럽이 고른 성평등 어린이·청소년책 2019-2021 오늘의 어린이책 1
다움북클럽 지음 / 오늘나다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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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으려면✏️

작년이었던가.
편향적이고 왜곡된 뉴스보도를 통해 한동안 맘카페가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에게 왜곡된 성을 주입시킨다는 이유로 몇몇 책이 도서관에서 퇴출되었고 읽어서는 안될 금서가 되었다.

금서가 된 나다움 책들 중 한 권인 <여자 남자, 할 일이 따로 정해져 있을까요?>는 물고기들의 다양한 남녀 성역할을 소개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남자답지 않은' 수컷 물고기의 크기나 성역할을 보고 "이상해!"라고 하는 어린이의 말은 고정된 성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왜곡된 성지식을 주입시킨다니. 그렇다면 고정된 성 관념을 주입시키는 어린이 만화나 게임의 실태는 어떤가? 아이들에게 정말 해로운 것이 무엇인지 부모들이 알고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나누는 것에 익숙하다. 인종으로, 종교로, 지역 출신으로, 학교로, 사는 형편으로, 연령으로, 정치적으로.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학습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 신수진 어린이책 편집자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버젓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바로 혐오 표현의 핵심 문제이다.'

내가 '다수'에 속한다고 해서 '소수'를 부정할 권리는 없다. 내가 언제든 소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성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과 부모님이 꼭 이 책을 읽으셨으면 좋겠다. 어떤 존재라도 만만하거나 제거하기 손쉽다고 해서 거부당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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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어린이책 1 - 다움북클럽이 고른 성평등 어린이·청소년책 2019-2021 오늘의 어린이책 1
다움북클럽 지음 / 오늘나다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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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수'에 속한다고 해서 '소수'를 부정할 권리는 없다. 내가 언제든 소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성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과 부모님이 꼭 이 책을 읽으셨으면 좋겠다. 어떤 존재라도 만만하거나 제거하기 손쉽다고 해서 거부당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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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고갯길 권정생 문학 그림책 7
권정생 지음, 이지연 그림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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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몸도 마음도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세지. 우리나라 아동문학에 큰 자취를 남긴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일생을 이충렬 작가의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통해 먼저 접했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이라 꼭 먼저 보고 싶었다. 작가의 생명이 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한국적인 색채와 작고 여린 것들, 상처받은 존재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썼던 권정생 선생님과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3년, 2015년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이지연 작가의 그림이 마치 한 몸처럼 잘 어우러졌다. 표지도 지푸라기 느낌이 나는 한지 느낌의 하드커버로, 그림책의 느낌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세심하게 마무리한 것이 느껴진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불안한 마음을 천진난만한 소와 생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할머니 소의 대화, 가을의 아름다운 색감을 통해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

종교도 없고 기독교에 대한 지식은 없는데,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에 드러난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신기하게도 전혀 어색함 없이 내 마음에 스며든다. 토속적인 느낌과 세련되고 감각적인 색채, 구도가 글의 느낌을 한층 더 잘 살려주었다. 노오란 들판의 색채가 차갑게 굳은 마음을 풀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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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하지만 난 언제부터인지 둥둥 떠가는 흰구름도 보고 싶고, 먼 산봉우리도 보고 싶고, 자꾸자꾸 한눈을 팔고 싶어졌어요. 수레가 무거우면 그렇고, 일이 고달플 때마다 그랬어요."
꼬마 황소의 말에 할머니 소는 어느새 입술을 실룩실룩, 그만 두 눈자위에 눈물이 삼빡 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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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소도 그랬을것이다. 엉덩이에 회초리를 수차례 맞으며 들국화 고갯길을 오르내렸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삶, 어린 것을 회초리라도 덜 맞게 이끌어야 하는 할머니 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도 어쩌면 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을 할머니 소처럼, 현실은 아프지만 마냥 아프지만은 않게 어린 소들에게 감내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겠지. 그러면 언젠가는 시원한 들국화 향을 맡으며 고갯마루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

(이 책은 창비 @changbi.picturebook 에서 책을 무상으로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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