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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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크고 있고. 여전히 자라고 있으며. 계속 배우고 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없는 것처럼. 오늘의 나는 분명 어제의 걔와 다르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월요일 아침이면 그냥 부디 딱 어제 같은 오늘만 되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시행착오도 배우는 것도 변하는 것도 오늘은 잠깐 건너뛰고 싶게 된다.

마음이 그럴 때는 도토리 줍듯 책에서 용기를 줍는다.

• 흔히들 10대가 끝나면 곧 어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비록 아이가 아닌 사람을 모두 어른이라고 한데 싸잡아 부르기는 해도, 어른이란 사실 쉼 없이 변하는 상태다. 이것은 우리가 해 뜰 녘의 긴 그림자와 아침의 이슬이 정오의 쨍한 빛과는 다름을 느끼지 못하고 그 모두를 낮이라고 싸잡아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은 늘 변한다. 운이 좋다면, 차츰 자아와 목표를 굳혀나간다. 최선의 경우에는 자신이 나아갈 방향과 또렷한 시각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젊음의 순진함과 절박감이 살며시 빠져나간 자리에 대신 완숙함과 차분함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채워진다.(리베카 솔닛,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28쪽)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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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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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차피 혼자야.˝ 전화 너머 엄마가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듯. 온몸에 배인 습관처럼 나를 매일같이 감정의 비빔밥에 처넣어 비벼버리던 엄마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건 그렇지.˝ 하고 보여주려던 말을 내려놓는다.

˝기분은 어때.˝ 스스로에게 묻듯 나에게 물어주는 엄마가 고맙다가도 못 미더운 이유이다.

엄마를 이해하고 싶다가도 싫어하게 되고 떠올리면 눈물이 나다가도 이내 보기 싫어지기를 반복할 때가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남긴 상처를 변명도 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만 마른 걸레로 정성스레 닦아대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를 읽고. 어쩌면 나의 엄마인 그녀도 나를 이해하고 싶다가도 싫어하게 되고 떠올리면 눈물이 나다가도 이내 보기 싫어지는 시간을 통과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라고 내뱉는 말이 점점 늙어가는 일에 대한 두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신에게 내뱉는 말이었을까.

엄마는 나에게 아직 많은 감정을 겪게 하는 사람이지만. 내 안에 몇 가지 마음에 드는 부분은 분명 그녀에게서 왔음을 나는 안다. 소설 속 ‘나‘와 ‘그린‘이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에 닮은 발을 내려놓은 것처럼.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상대를 이해시킬 힘도 없을 때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본다. 한숨 자고 나면, 아주 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처럼 되어 버리면 좋겠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순조롭고 수월한 일상. 그러나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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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무선 클립 독서등 - 피너츠 듀얼 헤드 무선 클립 독서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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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간편히 고정해서 사용하기엔 너무 무거워요 저는 용도를 잘못 선택해서 구매한 것 같아요ㅠㅠ 그래도 빛 조절이 3개나 되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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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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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착하게 사는 데도 기술과 맷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10쪽)
- P10

- 때로 삶은 더럽고 비루한 방식으로 우리의 따귀를 치지만, 옳은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은 그로 인해 근본적으로 훼손되지는 않는다.(37쪽)
- P37

- 형사도 위로가 필요하다.(110쪽)
- P110

- 어제의 상처에 짓눌리지 말고 내일의 불안에 무너지지도 말고, 계속 지금 이 순간만은 살아 있자.(122쪽)
- P122

- 순경 1년 차 형사 때는 내게 맡겨진 일이 무엇이든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모르는 세상을 겪어내기도 바빴습니다.(127쪽)
- P127

- 형사인 내게 별거 아닌 신고는 하나도 없었고, 가볍고 손쉽게 해결되는 사건 또한 없었다.(181쪽)
- P181

- 추상적인 편견과 고뇌보다는 실제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범죄자와 맞닥뜨린 후부터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195쪽)
- 범인에게 지고 싶지 않다.(223쪽)
- P223

- 그렇게 눈앞의 절망을 보고도 끝내 희망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287쪽)
- P287

- 내 삶의 태도와 시선의 증거들, 범죄 현장에서 본 사람과 희망, 그 희망을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응원하고 격려하며 살아낸 시간을 기록하면서, 30년간 쌓여온 나의 내상도 말끔히 밀어내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295쪽)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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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때 스스로 책 처방을 내린다. 나의 내면 아이를 달래주기 위해서다. 책을 읽으며 아이는 마음껏 울거나 시무룩해지거나 기뻐하며 감정을 분출한다. 주로 침묵 속에서 벌어지는 이 일들은 나만 알 수 있는 내 마음속에서 벌어진다. 책 한 권으로 끓어오르던 마음이 가라앉을 때는 감사한 일이고. 한 권으로 그렇지 못하면 다른 책을 처방하면 될 일이니 마음 편하게 가지면 된다.

물론 말로는 쉽다. 사실 마음 안에서는 내면 아이가 마구 물건을 집어던지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불고 떼를 쓰는 통에 아비규환이다.

본가에 다녀오면 딱 이런 마음이 된다. 내면아이가 평소에는 머리도 잘 감고, 옷도 잘 차려입고, 물건 정리도 잘 하는데. 부모를 만나고 오거나 원가족과 있었던 온갖 서러운 일들(좋았던 일들은 이럴 때 꼭 떠오르지 않는다)이 줄줄이 매달려 나온다. 본가를 벗어나 며칠 조용한 집에서 지낸 후에도 확 뒤집어진 마음이 잠잠해지지 않는다.

최현숙 작가의 <작별 일기>는 본가에서 마음이 뒤집어질 때마다 펴보려고 미리 처방을 내려 구매해간 책이다. 결론적으로 책을 펼쳐볼 사이도 없이 마구 휘둘리다가 겨우 풀려나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야 겨우 펴볼 수 있었다. 이번엔 처방이 적확했는지 책을 읽으며 기차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펑펑 울어버렸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나의 부모가 가진 시간적 유한함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해서였는데. 책을 읽고 나니 내 마음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비켜섰다. “내가 언제 죽을지 몰라 너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적은 노트를 항시 침대 옆에 둔다”라고 말해오던 엄마의 말을 막고 화제를 돌리기 바빴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엄마의 말이 마치 “나에게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라고 말하며 자식들의 효를 끌어내기 위한 협박이었다는 꼬인 생각까지 했었는데. 이제야 그녀는 ‘죽음’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식들과 나누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 이후 평생을 돈 때문에 안절부절못한 엄마에게 상처도 받고 미워도 하고 흉도 보며 자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위안을 받았다. 나를 잉태한 여자와의 극적인 화해, 서로에 대한 용서는 아니지만 내 안에서 엄마를 견뎌보고 싶은 질긴 인내심 같은 것을 건져올린 기분이다. 이것은 나에게 무엇보다 유효한 처방이 될 것이다. 아니, 이미 효력이 느껴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내 부모도 나도.



🏷 결혼 이후 평생을 돈 때문에 안절부절못한 엄마에게 상처도 받고 미워도 하고 흉도 보며 자란 다섯 남매는 그 돈으로 자라 이제 예순셋에서 마흔아홉까지 되어 있다.(34쪽)
- P34

🏷 엄마는 자신이 의논 상대가 된다는 것에 단박에 기분이 좋아졌다.(35쪽) - P35


🏷 어떤 남편을 만났든 엄마는 소위 ‘살림만 하는 여자’는될 수 없는 여성이었지만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만 하는 여자가 젤로 부럽다"라는 넋두리를 자주 했다.(113쪽)

- P113

🏷 엄마는 내게 열정을 물려준 여자다.(121쪽)
- P121

🏷 그러다 어느 날 내 안의 어린아이가 불쑥 올라와, 말귀도 못 알아듣는 늙어 빠진 엄마를 붙잡고 혼자 울고 있었다.(205쪽)
- P205


🏷 인생이란 게 그렇듯, 늙어 가는 부모에 대한 돌봄 역시 무엇이 최선이었는지 부모의 죽음 후에도 모르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249쪽)
- P249

🏷 노쇠와 해체는 잠시 머뭇거리기는 해도 가차 없이 다가온다.(267쪽)
- P267

🏷 죽음은 순간이다. 문제는 늙어 죽어 가는 과정이다.(308쪽)
- P308

🏷 내가 보기에 엄마는, 몸의 부분들이 각각 부서지다가 이제 그 부서짐들이 하나둘 연결되어 한 덩어리씩 뭉텅뭉텅 붕괴되어 가는 느낌이다.(310쪽)
- P310

🏷 오늘 모든 걸 마치고 타운으로 돌아오다가 엄마는 뜬금없이 "사느라 모두 애쓴다"라는 말을 했다.(311쪽)
- P311


🏷 그녀가 들려준 많은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떠올려 재해석하며, 나와 세상 안에 그녀의 생애 경험과 의미가 존재하고 활동하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남은 사람으로서 내가 할 유일한 역할이며, 그녀를 향한 나의 애도이다.(328쪽)
- P328

🏷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살 만한 자들 간의 소문뿐일 수도 있다.(336쪽)
- P336

🏷 나를 잉태해 열 달을 품고 있다 낳은 몸.(363쪽)
- P363

🏷 고생 많았어요.(365쪽)
- P365

🏷 죽음이 강력한 이유는, 모두에게 가차 없고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이다.(375쪽)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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