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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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차피 혼자야.˝ 전화 너머 엄마가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듯. 온몸에 배인 습관처럼 나를 매일같이 감정의 비빔밥에 처넣어 비벼버리던 엄마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건 그렇지.˝ 하고 보여주려던 말을 내려놓는다.

˝기분은 어때.˝ 스스로에게 묻듯 나에게 물어주는 엄마가 고맙다가도 못 미더운 이유이다.

엄마를 이해하고 싶다가도 싫어하게 되고 떠올리면 눈물이 나다가도 이내 보기 싫어지기를 반복할 때가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남긴 상처를 변명도 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만 마른 걸레로 정성스레 닦아대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를 읽고. 어쩌면 나의 엄마인 그녀도 나를 이해하고 싶다가도 싫어하게 되고 떠올리면 눈물이 나다가도 이내 보기 싫어지는 시간을 통과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라고 내뱉는 말이 점점 늙어가는 일에 대한 두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신에게 내뱉는 말이었을까.

엄마는 나에게 아직 많은 감정을 겪게 하는 사람이지만. 내 안에 몇 가지 마음에 드는 부분은 분명 그녀에게서 왔음을 나는 안다. 소설 속 ‘나‘와 ‘그린‘이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에 닮은 발을 내려놓은 것처럼.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상대를 이해시킬 힘도 없을 때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본다. 한숨 자고 나면, 아주 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처럼 되어 버리면 좋겠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순조롭고 수월한 일상. 그러나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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