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고 바위인 사람. 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을까 곰곰 생각한다. 돌이켜보니 나는 누구에게 산이고 바위같이 굴어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니 도무지 나라는 사람에게 스스로 믿음을 주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새로운 것, 다른 것, 자극적이고 세상적인 것에 늘 눈이 향해있었던 나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산이고 바위인 사람들에게 얼마큼의 서운함과 속상함을 주었을까.
함께 기억하는 일을 이제 혼자 기억하고 지켜야 한다는 것은 ˝상실의 냄새˝를 풍기는 ˝온전한 침묵˝ 같은 것이 아닐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나는 늘 나에게 상처 주는 타인들을 힐난하기 바빴지 반대 입장에 서있는 나를 바라본 일은 없다. 용기가 나지 않고 마음이 부쳐도 해봤어야 하는 일 아닐까. 어제저녁에서 오늘 새벽까지 이어지던 꿈이 나를 엉엉 울렸고 그제야 나는 나에게서 ˝상실의 냄새˝를 맡는다.
겪어야 느끼는 산이고 바위고 앞으로도 되어보지 못할 나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