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지금의 나라도 괜찮다면>잊히지 않는 일들 때문에 자주 괴롭다. 아이들의 기억은 힘이 세고 생각보다 자세하다. 나에게 남은 흉터 같은 기억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때문에 임신을 하고 키운다는 것이 나에게는 몹시 두렵고 무서운 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모양과 온도의 가족들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상하리만치 불편한 집이 있었고, 티격태격하다가 결국엔 큰소리가 오가는 불같은 가족들이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을 때만 해도 나는 임신, 출산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때에 쓸 수 있는 글과 할 수 있는 말을 가진다. 이후 나는 임신과 유산을 경험했고 난임 진단을 받았다. 내가 지나온 이 일들로 인해 나는 다시는 저 글을 쓸 때의 나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아마 이런 글을 쓰게 되겠지.˝나는 왜 임신을 간절히 원하게 된 것일까. 부부에게는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 때문에? 엄마의 걱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의 노후를 위해?˝만약 다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그때의 나는 알게 될 것이다. 오늘 쓴 이 글이 이미 과거가 되었다는 것과 이제 완전히 다른 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우리는 시간을 통과하며 이전과 완전히 다른 나를 만난다. 이 책에서 바다가 그랬던 것처럼.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렇게 나도 흘러갈 것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도 나와 함께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