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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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지나간 책이지만, 무상급식 이슈가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책이 다시 한 번 부각되면 좋겠다.

 

신자유주의에 물든 세상을 향해 장하준이 던진 회심의 빨간 알약과 같은 책이다. 장하준의 장점은 풍부한 사례와 정확한 수치에 입각하여 빈틈없는 논리를 구사하는 학자라는 점이다. 그리고 매우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치적인 색깔이 강하지 않아서 덜 공격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글은 우파에게도 충분히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중앙일보는 그런 점 때문에 그를 일컬어 "좌파와 우파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 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그가 자신의 이러한 장점을 잘 활용하여 많은 신자유주의 추종자들을 설득해내주길 희망한다.

장하준의 전작들도 매우 훌륭했지만, 그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를 학문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반박해냈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더이상 논리는 없이 '복지포퓰리즘, 세금폭탄' 등의 선정적 언어로 사람들을 호도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자신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 장하준의 23가지 논지를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그런데 내 생각엔 심히 어려울 것 같다).

사실 난 정말로 궁금하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나라야 어찌되든 자기 지갑만 불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무뢰배가 아닌 이상 이 책을 읽고나서도 기존의 생각을 고수할 수 있을지 말이다.

 

미국의 사례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의 제목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이 책의 문제제기를 심사숙고하여서 신자유주의라는 폭주기관차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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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
마크 A. 놀, 박세혁 / IVP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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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와 더불어 복음주의를 이해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둘 다 복음주의를 분석한 명저이지만 두 책의 논조는 매우 다르다.
맥그라스는 <복음주의와...>에서 자유주의와 근본주의 사이에서 복음주의를 차별성있게 포지셔닝한 후, 복음주의가 걸어온 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미래 역시 희망적으로 조망해가고 있다(물론 맥그라스도 복음주의의 어두운 면을 한 챕터를 할애해 예리하게 기술하고 있긴 하다).
그에 비해 마크 놀은 이 책에서 맥그라스만큼 복음주의와 근본주의를 분명하게 구분짓지는 않는듯 하다(나는 그가 세운 범주가 현실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복음주의자의 다수는 근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러한 근본주의적 성향의 복음주의의 가장 치명적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반지성주의"가 어떻게 미국의 복음주의에 깊게 뿌리내리게 되었는지를 철저히 파헤치고 있다.
마크놀이 보여주는 복음주의의 어두운 면, 가령, 종말론에서의 극단적인 세대주의 성향, 정치에서의 미국 패권주의(기독교 우파), 과학에서의 성서문자주의에 기반한 창조과학 등은 미국 교회의 쌍둥이 형제인 한국교회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내고 건강한 교회를 세워나갈 책임이 있는 우리 시대의 복음주의자들이 필독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음주의의 반지성적 성향을 타겟으로 하여 쓰여진 책이지 복음주의를 균형잡힌 안목으로 정리해주고자 쓰여진 책이 아니다. 따라서 복음주의에 대한 평가가 다소 야박한 감이 있다. 복음주의의 공과 과를 균형있게 이해하려면 꼭 맥그라스의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도 병행하여 읽을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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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류현 옮김, 한순구 감수 / 김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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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오래전(1989)에 쓰여졌지만 경제학 입문서로서 지금까지 커다란 명성을 누리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하버드에서 했던 '경제사상사'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그 강의로 하버드대 '최우수강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누구나 왜 저자의 강의가 최우수강의상을 수상했는지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얇다고 볼 수 없는 이 책을 나는 단 하루만에 읽어치웠다. 어떠한 의무감이나 목표의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빠져들어서 말이다. 미드에 비하자면, '24'나 '프리즌 브레이크' 정도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행위와 사회의 경제현상을 연구하므로 매우 불확실성이 큰 학문이다. 따라서 최고의 경제학자 한 명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 속에 나타난 수많은 거장과 천재들의 통찰에 힘입어 오늘의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경제사상사 연구가 의미를 가지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 책의 제목처럼- 한 세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독자는 각각의 거장들이 던져주는 위대한 통찰을 통해 배우고 또 그들이 간과했던 것들을 통해 배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경제학자들과 학파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애덤 스미스, 맬서스, 데이비드 리카도, 존 스튜어트 밀, 칼 마르크스, 앨프레드 마셜, 소스타인 베블런, 겔브레이스, 구제도학파, 신제도학파, 케인즈, 밀턴 프리드먼(통화주의자), 제임스 뷰캐넌(공공선택학파), 합리적 기대이론학파.
참으로 잠을 부르는 이름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삶과 경제이론을 그 흔한 그래프 하나 사용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내었다. 책을 덮을 때면 저자의 놀라운 역량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게 된다.

  모든 학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유익했지만, 특별히 두명의 학자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소스타인 베블런과 제임스 뷰캐넌이다. 
베블런의 유한계급에 대한 분석, 그리고 현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 경제력으로 나뉘어진 신계급주의 사회에 대한 가장 예리한 경제학적 설명 중 하나일 것이다. 베블런은 다른 사람을 착취하여 자신의 지갑을 불리고 안락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인간의 죄성과, 과시적 소비를 통해 특권의식과 차별성을 표출하려고 하는 인간의 속물근성을 여지없이 파헤쳐 준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이론이 나에게 준 통찰일뿐, 베블런은 전혀 비판적 어조없이 철저히 가치중립적으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하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서도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가장 인상적인 책 중에 하나였는데, 언젠가는 꼭 직접 읽어봐야할 책이다.
제임스 뷰캐넌은 공공선택학파를 대표하는 학자이다. 뷰캐넌은 정부가 공익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반드시 그렇게 행할 것이라는 순진한 경제학적 가정에 도전한다. 정부 자체가 이익집단이며, 또한 정부는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이익집단들의 로비와 압력에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현실세계에서 정부는 대다수 국민의 이익에는 반하지만 소수 특권층의 이익에는 부합하는 정책을 선택할 수도 있다(완곡하게 표현한 것이지 실제로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경제를 정치와 분리해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정치 - 정치가와 이익집단들의 자기 이익 추구 - 는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이다. 뷰캐넌은 우리가 현실 속에서 직관적으로 느끼는 이 사실을 경제이론을 통해서 훌륭하게 설명해 냄으로서, 정치게임이 야기하는 분배불균형과 부정의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기초를 놓았다.

  이 두 학자들의 영향력이 아담 스미스나 케인즈에 비할바가 못되며, 또한 막상 그들의 결론이그들에게서 내가 얻은 통찰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그로 인한 분배의 왜곡을 지적하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비로소 경제학의 참된 존재의의를 보게 된다(물론 이들보다 훨씬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경제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스티글리츠 같은 경제학자들도 있다).

  모든 좋은 책이 그렇듯이 약간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저자는 각각의 입장들을 공정하게 다루려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분배정의를 강조하는 입장들에 대한 인색한 평가가 간간히 눈에 띈다(큰 약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고 모든 사람은 자신의 관점에 갖혀 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공정하려고 꽤 노력한 책인 듯 하다).

  가령, 저자는 리카도의 지대론을 다루면서 헨리 조지를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헨리 조지에 대한 그의 이해는 매우 피상적이며 평가는 박하다. 나는 그가 헨리 조지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또한 마르크스의 경우는 삶과 이론 모두 지나치게 희화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마르크스가 묘사한 자본주의 말기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여 섬뜩하기까지 한데, 저자의 태도에서는 승자의 조소가 느껴질뿐이다(1989년의 시대적 상황의 영향이기도 한 것 같다). 
또한 베블런과 뷰캐넌의 이론에 대해서는 그러한 경제적 불평등과 분배왜곡을 인정하면서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식의 얼버무림이 느껴진다.

  저자가 자신의 관점을 좀 더 강하게 드러내는 것은, 경제학자들 이야기를 모두 마친 후 책을 마무리할 때쯤 나타난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피해자가 나온다고 해서 좋은 경제정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압력에 굴복하면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좋은 경제정책이란 수혜자가 피해자보다 많은 정책이다. 천둥이로부터 빼앗아 돌쇠에게 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부가 늘어나는 게임이다. 즉, 좋은 경제정책은 피해자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사회전체가 누리는 혜택이 증가하는 정책이라 정의내릴 수 있다." - p411  

  저자가 너무나 위트넘치고 놀라운 글솜씨를 가졌기 때문에 그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동의해 버릴 위험이 있다. 그러나 저런 진술에 대해서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어야 좋은 독자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제정책이 단지 수혜자와 피해자의 숫자 비교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가? 이미 풍족했던 수혜자는 지갑이 좀 더 두툼해졌고 가난했던 피해자는 경제력을 상실하고 길거리로 나앉았다면 그 정책은 좋은 정책인가? 경제성장률, GNP 등의 수치 증가는 정말로 국민들의 행복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대기업의 금고에 더 많은 돈이 쌓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가?" 
이 책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경제학 입문서이지만 그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대답을 찾아가는 여정에는 장하준이나 스티글리츠, 또는 짐 월리스가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대답은 책에서만이 아니라 치열한 세상 읽기와 참여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우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관점을 펼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경제사상사를 매력적으로 소개하여 경제학의 큰 그림을 잡아주는 경제학입문서로서의 목적을 이 책은 200% 이상 달성했다. 초보 경제학도들이나 쉽고 재밌게 경제학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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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솔 2013-12-0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당장 읽어보고 싶네요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 김영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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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오래전(1989)에 쓰여졌지만 경제학 입문서로서 지금까지 커다란 명성을 누리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하버드에서 했던 '경제사상사'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그 강의로 하버드대 '최우수강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누구나 왜 저자의 강의가 최우수강의상을 수상했는지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얇다고 볼 수 없는 이 책을 나는 단 하루만에 읽어치웠다. 어떠한 의무감이나 목표의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빠져들어서 말이다. 미드에 비하자면, '24'나 '프리즌 브레이크' 정도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행위와 사회의 경제현상을 연구하므로 매우 불확실성이 큰 학문이다. 따라서 최고의 경제학자 한 명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 속에 나타난 수많은 거장과 천재들의 통찰에 힘입어 오늘의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경제사상사 연구가 의미를 가지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 책의 제목처럼- 한 세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독자는 각각의 거장들이 던져주는 위대한 통찰을 통해 배우고 또 그들이 간과했던 것들을 통해 배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경제학자들과 학파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애덤 스미스, 맬서스, 데이비드 리카도, 존 스튜어트 밀, 칼 마르크스, 앨프레드 마셜, 소스타인 베블런, 겔브레이스, 구제도학파, 신제도학파, 케인즈, 밀턴 프리드먼(통화주의자), 제임스 뷰캐넌(공공선택학파), 합리적 기대이론학파.
참으로 잠을 부르는 이름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삶과 경제이론을 그 흔한 그래프 하나 사용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내었다. 책을 덮을 때면 저자의 놀라운 역량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게 된다.

  모든 학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유익했지만, 특별히 두명의 학자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소스타인 베블런과 제임스 뷰캐넌이다. 
베블런의 유한계급에 대한 분석, 그리고 현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 경제력으로 나뉘어진 신계급주의 사회에 대한 가장 예리한 경제학적 설명 중 하나일 것이다. 베블런은 다른 사람을 착취하여 자신의 지갑을 불리고 안락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인간의 죄성과, 과시적 소비를 통해 특권의식과 차별성을 표출하려고 하는 인간의 속물근성을 여지없이 파헤쳐 준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이론이 나에게 준 통찰일뿐, 베블런은 전혀 비판적 어조없이 철저히 가치중립적으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하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서도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가장 인상적인 책 중에 하나였는데, 언젠가는 꼭 직접 읽어봐야할 책이다.
제임스 뷰캐넌은 공공선택학파를 대표하는 학자이다. 뷰캐넌은 정부가 공익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반드시 그렇게 행할 것이라는 순진한 경제학적 가정에 도전한다. 정부 자체가 이익집단이며, 또한 정부는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이익집단들의 로비와 압력에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현실세계에서 정부는 대다수 국민의 이익에는 반하지만 소수 특권층의 이익에는 부합하는 정책을 선택할 수도 있다(완곡하게 표현한 것이지 실제로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경제를 정치와 분리해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정치 - 정치가와 이익집단들의 자기 이익 추구 - 는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이다. 뷰캐넌은 우리가 현실 속에서 직관적으로 느끼는 이 사실을 경제이론을 통해서 훌륭하게 설명해 냄으로서, 정치게임이 야기하는 분배불균형과 부정의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기초를 놓았다.

  이 두 학자들의 영향력이 아담 스미스나 케인즈에 비할바가 못되며, 또한 막상 그들의 결론이그들에게서 내가 얻은 통찰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그로 인한 분배의 왜곡을 지적하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비로소 경제학의 참된 존재의의를 보게 된다(물론 이들보다 훨씬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경제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스티글리츠 같은 경제학자들도 있다).

  모든 좋은 책이 그렇듯이 약간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저자는 각각의 입장들을 공정하게 다루려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분배정의를 강조하는 입장들에 대한 인색한 평가가 간간히 눈에 띈다(큰 약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고 모든 사람은 자신의 관점에 갖혀 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공정하려고 꽤 노력한 책인 듯 하다).

  가령, 저자는 리카도의 지대론을 다루면서 헨리 조지를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헨리 조지에 대한 그의 이해는 매우 피상적이며 평가는 박하다. 나는 그가 헨리 조지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또한 마르크스의 경우는 삶과 이론 모두 지나치게 희화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마르크스가 묘사한 자본주의 말기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여 섬뜩하기까지 한데, 저자의 태도에서는 승자의 조소가 느껴질뿐이다(1989년의 시대적 상황의 영향이기도 한 것 같다). 
또한 베블런과 뷰캐넌의 이론에 대해서는 그러한 경제적 불평등과 분배왜곡을 인정하면서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식의 얼버무림이 느껴진다.

  저자가 자신의 관점을 좀 더 강하게 드러내는 것은, 경제학자들 이야기를 모두 마친 후 책을 마무리할 때쯤 나타난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피해자가 나온다고 해서 좋은 경제정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압력에 굴복하면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좋은 경제정책이란 수혜자가 피해자보다 많은 정책이다. 천둥이로부터 빼앗아 돌쇠에게 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부가 늘어나는 게임이다. 즉, 좋은 경제정책은 피해자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사회전체가 누리는 혜택이 증가하는 정책이라 정의내릴 수 있다." - p411  

  저자가 너무나 위트넘치고 놀라운 글솜씨를 가졌기 때문에 그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동의해 버릴 위험이 있다. 그러나 저런 진술에 대해서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어야 좋은 독자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제정책이 단지 수혜자와 피해자의 숫자 비교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가? 이미 풍족했던 수혜자는 지갑이 좀 더 두툼해졌고 가난했던 피해자는 경제력을 상실하고 길거리로 나앉았다면 그 정책은 좋은 정책인가? 경제성장률, GNP 등의 수치 증가는 정말로 국민들의 행복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대기업의 금고에 더 많은 돈이 쌓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가?" 
이 책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경제학 입문서이지만 그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대답을 찾아가는 여정에는 장하준이나 스티글리츠, 또는 짐 월리스가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대답은 책에서만이 아니라 치열한 세상 읽기와 참여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우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관점을 펼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경제사상사를 매력적으로 소개하여 경제학의 큰 그림을 잡아주는 경제학입문서로서의 목적을 이 책은 200% 이상 달성했다. 초보 경제학도들이나 쉽고 재밌게 경제학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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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토트의 생애
로저 스티어 지음, 이지혜 옮김 / IVP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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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토트의 소천 이후에 내가 그 분의 책이 아니라 그 분의 삶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것들밖에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어든 책.
존 스토트의 삶의 중요한 국면들을 간략하게 잘 다루고 있으며 그의 주요저작에 대한 요약정리도 함께 해주고 있다.
존 스토트는 자신의 설교와 책의 메시지를 삶으로 살아 보여준 사람이었다.
그의 삶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내 삶을 돌아보게 해주고 예수님께 내 삶을 다시 새롭게 드리도록 결단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존은 복음주의자들에게 성경에 대한 복종은 곧 그리스도에 대한 복종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수님이 바리새인과 사두개인과 논쟁하는 과정에서 구약 성경을 초월하시지만, 결코 그에 반하시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예수님은 성경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시면서도 그 해석에서는 급진성을 나타내 기성세대에 위협으로 비쳐졌다. 존 스토트는 오늘날 예수님의 제자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급진적 보수주의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p354    

제 손과 마음에 성경을 품고 강단에 올라갈 때면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한다는 순전한 기쁨 때문에 제 눈이 반짝이고 혈관에 피가 용솟음치기 시작합니다.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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