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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십자가 - 무엇을 따르고 무엇에 저항할 것인가
짐 월리스 지음, 강봉재 옮김 / 아바서원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짐 월리스를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나같은 열혈팬에게조차 그의 책을 읽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만은 아니다. 몇 년 전, 참된 복음에서 멀어져 있는 내 삶을 돌아보며 부끄러움과 회개로 몸서리치게 만들었던 그의 책 <회심>은 그 해 나에게 하나의 사건이었고 책 한 권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충격이었다.
고난주간에 다시 짐 월리스의 책 <부러진 십자가(원제: Agenda for Biblical People)>를 집어들었다. 1976년에 출간된 책이니 현재 환갑을 넘긴 짐 월리스가 서른도 되기 전에 쓴 책이다.
놀랍다. 출간연도를 몰랐다면 당연히 신작이라 생각했을만큼 40여년 전에 쓰여진 이 책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세상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으며 그 흐름에 타협하고 순응한 교회의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40년 전 미국 땅에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라고 외쳤던 이십대의 젊은 예언자는 이 책을 통해 수십년의 시간을 거슬러 우리에게로 와서 미국을 너무도 닮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와 교회를 향해서 사자후를 토해내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보수적 기독교와 진보적 기독교 양쪽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의 의제에 맞추어 복음을 재단하고 훼손시키고 있다고 말하며, 교회가 세상권세의 우상숭배적 본질을 폭로하는 복음의 참 의미를 회복해야 함을 역설한다.
복음을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라 일차적으로 교회를 향한 메시지로 보며 교회는 세상을 향해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 보여주는 대안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제세례파신학자들의 메시지와 흡사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향해 증언하는 것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촘스키에 버금가는 예리한 비판을 미국을 향해 쏟아내는 그는 이 때 이후로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현실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해 활발히 발언하고 행동하는 시민운동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타임>으로부터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50인 중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실제로 그의 책 <하나님의 정치>는 2008년 대선에서 미국 보수신앙인들을 설득해내어 그들의 정치 행태를 꽤 많이 바꾸어낸 책으로 평가받는다.
짐 월리스는 어느 하나의 틀로 규정될 수 없는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는 매우 철저한 보수적 복음주의신앙에 기반해 있지만, 우리의 기존 선입견 안에서는 진보적 기독교로 분류될만한 강조점을 가지고 그런 실천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게 맞다. 온전한 복음을 살아내는 사람에게는 반쪽짜리 복음을 좆는 자들이 만들어낸 소위 보수적/진보적 기독교라는 진영구분을 뛰어넘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것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짐 월리스일 것이다. 그것이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이 책의 출간이 반갑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짐 월리스가 조엘 오스틴보다 많이 팔리고 읽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