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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썰매장 ㅣ 보랏빛소 그림동화 47
간장 지음 / 보랏빛소어린이 / 2025년 11월
평점 :

《달밤 썰매장》은 한겨울의 추위와 고요함 속에서 시작되는, 따뜻하고 환상적인 겨울 그림책입니다. 눈이 내리던 어느 오후, 고양이는 마당의 작은 얼음판에서 놀던 참새를 보며 기발한 생각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오늘 밤 12시까지 오세요”라는 짧은 문장이 담긴 초대장을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리지요. 이 초대장은 바람을 타고 마을을 지나 깊은 숲속까지 전해지고, 추위와 심심함에 웅크려 있던 숲속 동물들에게 설렘 가득한 밤을 예고합니다.
토끼, 다람쥐, 고라니, 곰은 달밤 썰매장에 가기 위해 용기를 내 숲을 벗어납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자동차와 사람들로 가득해 쉽지 않습니다. 위험한 순간이 이어지지만, 동물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지요. 이 여정은 아이들에게 모험의 긴장감과 함께, 함께라서 끝까지 갈 수 있는 용기와 협력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해 줍니다.
마침내 도착한 썰매장에서 동물들이 처음 마주한 것은 얼음판과 고무 대야 하나뿐입니다. 잠시 스치는 실망도 잠시, 구름이 걷히고 둥근 달과 별빛이 쏟아지며 평범한 마당은 마법 같은 놀이 공간으로 변합니다. 익숙한 일상 속 사물들이 상상력과 만나 전혀 새로운 놀이가 되는 장면은, 이 그림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합니다.
전작 《달밤 수영장》을 잇는 두 번째 이야기인 《달밤 썰매장》은 겨울이라는 계절 위에 공존과 배려, 그리고 함께 노는 기쁨을 따뜻하게 담아냅니다. 인간 아이와 동물들이 경계를 넘어 어울리는 마지막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책장을 덮은 뒤에도 포근한 달빛처럼 마음속에 오래 머뭅니다. 올겨울, 아이와 함께 꼭 만나고 싶은 겨울그림책 추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