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늘

나의 그늘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54
조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텅 비어있는 구석을 자기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바꾸어 놓었던 <나의 구석>속

주인공 까마귀가 좀 더 따스한 이야기를

가득 안고 돌아왔어요. 제목부터 호기심을

샘솟게 만드는 <나의 구석>의 후속작!

<나의 그늘>을 아이와 함께 만나보았어요.

초록빛으로 물든 들판의 나무 그늘 아래

까마귀! 과연 까마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한 마음을 가득 안고

<나의 그늘>의 표지를 천천히 넘겨봅니다.

자신만의 구석에서 애쓰게 키우던 나무.

나무는 어느새 훌쩍 자라 창문 밖으로

가지를 뻗습니다. 까마귀는 고민 끝에

나무를 집 밖으로 옮겨 심기로 해요.

까마귀의 소중한 존재였던 나무는

어느새 친구들에게도 작은 그늘을

내어주는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그런데 얼마 후 문제가 생겼어요.

하염없이 내리는 비로 인해 까마귀의

소중한 나무가 시들어 버렸거든요.

안간힘을 다해 자신의 나무를 지키려던

까마귀의 오랜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답니다. 나무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까마귀는 한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친구의 도움으로

나무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조금씩 희망이 생긴 까마귀는 친구들과

함께 나무를 다시 돌보기 시작했고,

그 주변을 또 다른 식물들로 채웠어요.

친구들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이는 까마귀. 나무는 어느새 쑥쑥

자랐고, 까마귀와 친구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물해 줍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까마귀의 소중한 나무는 더욱 크게

자랐고, 이내 까마귀의 소중한 공간인

'구석'마저 무너지게 만들어 버렸지요.

과연 까마귀는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나의 그늘>은 글이 없는 그림책이에요.

하지만 까마귀가 느꼈을 다양한 감정들을

그림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답니다.

오히려 글이 없으니 까마귀의 심리가

더욱 뇌리에 박혀, 더 큰 감동을 선사해

주었어요.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까마귀는 한동안 좌절과 상실감에 빠져요.

이 모습이 정말 남 일 같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까마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시련을 함께 이겨낼 소중한 친구들이

까마귀의 곁을 지키고 있었거든요.

그래서였을까요? 자신의 모든 게 무너진

순간에도 까마귀는 예전처럼 희망을

잃지 않아요. 오히려 친구들과 함께

앞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죠.

별거 없었던 회색빛 공간이 경계가 점점

무너지면서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드는

순간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답니다.

경계를 허무는 누군가와의 따뜻한 공존!

그것은 우리를 조금 더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