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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평점 :

해가 바뀌고 나이가 들수록 참 속상하고
슬픈 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잊고 사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는 거죠.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야 하는지 궁금해질
무렵, 저에게 위로와 여유를 선물해 준 에세이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을 소개합니다.
이 책의 작가인 이향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사물’에 대해 쓰려고 했다고 해요. 만나는
사람이 몇 없던 단조로운 일상에서 그녀에게
말을 거는 존재는 주변에 있는 물건이었기에
그것에 대해 적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물을 제대로 묘사하려고 할수록
생각은 자꾸 엉뚱한 곳으로 번져 나갔다고 해요.
그리고 사물에 얽힌 잊어버린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결국 사물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탄생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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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
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걷는다.
나는 지금까지 남편의 속도를
있는 그대로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가 신발 끈을 한참 동안 매고 있으면
어느 날은 못 본 척 자리를 피했고,
어떤 날은 대신 매 주려고 했다.
기다려 봐야 고작 몇 분이다.
그의 속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재촉할 일도 한숨 쉴 일도 아닐 텐데,
그걸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같이 천천히 걷고, 넘어지면 부축하고,
잊으면 다시 말해 주면 된다.
[자전거]
‘혼자’와 ‘같이’라는 두 바퀴.
자전거는 ‘혼자’ 타는 것이다.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는 것도,
언덕길을 오르느라 힘주어 페달을 밟는 것도,
온전히 자기 몫이다.
한편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같이’ 해서 누릴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같이 길을 떠나면 낯선 곳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덜 무섭다. 그리고 멈춰 서서
같이 본 풍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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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 중에 겪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다양한
감정과 시간이 담겨 있는 그 순간들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가 살아갈 힘과 용기를 전해주기도 해요.
그리고 그 기억 속에 담아 있는 다양한 사람과의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을 통해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나를 지탱해 주었던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잊고 살았던 기억을 하나씩
찬찬히 떠올려 보려고 해요.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음식은 무엇인지, 내가 떠났던 여행지
중에 가장 즐거웠던 곳은 어디인지 등을 통해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사람과의 연결 고리도
찾아볼 거랍니다.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는
끈끈한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이웃의 소중함과 연대의 중요성까지
배우게 되었네요. 이 책을 계기로 나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이들을 한 번씩 돌아봐야겠어요.
‘프롤로그 중...’
익숙한 사물을 지그시 응시하는 가운데
잊었던 기억이 슬며시 찾아오기를,
그리운 얼굴을 만나기를, 그래서 당신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