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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ㅣ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송규봉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서평] 송규봉, 지도 :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지도는 과거에 사람들이 생각하였던 것처럼 단순하게 지표면을 그려 넣을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과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새롭고 창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지도이다. 지도를 새롭게 이해하고 새롭게 적용할 수 있다면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다. 오늘날 지도는 단순히 길을 찾는 데 이용되는 것에서 벗어나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무진하게 이용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선상에서 어떻게 하면 지도를 보고 새롭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 소개된 서적이 나왔다.
송규봉, ‘지도 :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은 지도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도의 역사와 쓰임새에 대한 이야기, 지도를 훌륭하게 이용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첨단 기술과 접목되어 다양하게 이용된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약간은 전문적인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이용되는 GPS, 지도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공간 정보 분석에 이용되는 GIS 등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고리타분하게 지도학이나 지도 사용법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핵심은 지도라는 소재를 통하여 세상을 보다 잘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도를 또는 공간 정보를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이용한 방법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있고, 이러한 내용들이 다소 딱딱해 질 수 있는 책에 흥미를 불어 넣고 있다.
특히 지도를 창의적으로 이용해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몇 가지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이런 사례들이 독자들에게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그러 사례를 정리해 본다면 스타벅스나 한국 야쿠르트의 GIS를 통한 입지 분석 및 상권 분석 방법, 위성 사진 및 항공 사진을 통한 지질 분석, 범죄 지도 작성을 통한 범죄 예방 프로그램과 같이 전통적인 지도 사용 방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용법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기는 하겠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놀라운 지도 응용 방법으로 여겨질 것이다. 단순히 지도가 종이에 담긴 그림이 아니라 세상의 문제 해결을 위한 유요한 도구임을 보여 주는 사례임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지도를 책에 비교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책 속에 담겨 있는 문자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습득한다. 만약 글을 읽을 수 없다면 글로 표현된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지 못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도를 통해서 그 안에 담겨 공간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글로 표현하려면 수 백 페이지에 걸쳐 설명해도 담을 수 없는 내용을 단 한 장의 종이에 표현할 수 있다. 모든 정보를 지도라는 수단으로 담을 수는 없겠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세상 정보의 80% 가량은 공간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지도를 보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세상 정보의 80% 가량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을 문맹(文盲)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도를 읽을 수 없는 사람은 ‘지도맹(地圖盲)’ 또는 ‘도맹(圖盲)’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리고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하면 접할수록 세상이 대학 학과처럼 분리되거나 분절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고 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도가 어느 하나의 분과에만 속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글을 읽고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언어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듯, 지도도 지리학자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런 면에서 모든 사람들이 지도를 통해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습득하고, 이를 통해서 당면 문제를 창의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