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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참 좋다 - 세계 99%를 위한 기업을 배우다 ㅣ 푸른지식 협동조합 시리즈
김현대.하종란.차형석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7월
평점 :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경쟁 속에 살아왔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부터 등수를 놓고 경쟁을 해왔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실적과 승진을 위해 경쟁해 왔다. 적자생존이 당연한 사회 규율이며, 남을 이겨야지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 길들여져 왔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하나보다는 둘이 낳고, 경쟁보다는 협력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공감대에서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중심의 기업 체제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옹호로 여겨져 ‘좌파’, ‘빨갱이’, ‘종북’ 등으로 매도되면서 합리적인 토론이 불가능한 것이 그동안의 한국 사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룹 총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한국의 대기업 주식회사들은 거의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아직도 남아 있어 비판 자체가 차단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는 사회적ㆍ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청년층은 청년 실업과 노년층은 노후 빈곤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이렇듯 현실 속 모순에 괴로워하다가 에스파냐의 ‘몬드라곤’이라는 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노동자 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은 노동자 조합원이 1인1표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하는 8만 5,000명의 직원을 가진 거대 그룹이다. p.175)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해고 없이 넘겨 세계의 주목을 받아 작년(2011년)에 KBS에서 몬드라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방영하였다. 몬드라곤 역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많은 직원들이 휴직에 들어갔지만 휴직자들은 급여의 80%를 받고 있으며, 최고 임원과 일반 조합원들이 동등한 관계에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일반 직원이 임원진에 선출되었다가 다시 일반 직원으로 돌아가며, 노후 연금까지도 조합에서 관리한다는 사실에는 더욱 놀랐다. 과연 직원들에게 천국과 같은 기업이 존재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임금이 낮은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직원을 해고하는 풍토가 만연한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비교되지 않는 문화에 감명을 받았고, 우리나라에도 몬드라곤과 같은 직장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런 꿈같은 일이 우리나라에 하루아침에 생겨날 수는 없을 것이다. 신뢰와 협동을 기본으로 하는 협동조합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소개된 대규모 협동조합 역시 사회적 연대가 매우 강한 지역에서 성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스파냐의 몬드라곤은 바스크 지역에서 출발하였고,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운동이 활발한 지역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된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인구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로 사회적 연대에 유리한 지역들이다.
그러나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협동이라는 것이 원래 시간이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이다. 협동조합이 경제체제 속에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려면 100년이 걸린다(p.277)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우리가 오늘 출발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협동조합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이미 협동조합의 씨앗이 뿌려져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 협동조합으로는 한살림과 아이쿱 생협이 있고, 강원도 원주에는 의료생협이 있다고 한다. 특히 원주는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메카로 다양한 협동조합의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아직은 일반 기업에 비해서 협동조합의 수나 활동이 활발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협동조합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 자본주의와 주식회사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사회를 변화시켜나갈 하나의 원동력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되다보면 100년 후의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