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 디테일하게 사유하기 - 모래 한 알 같은 현상에서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다
궈카이 지음, 최지희 옮김 / 에쎄 / 2011년 10월
평점 :
[서평] 경제 디테일하게 사유하기
일반적인 경제학 서적은 몇 번 읽어봤던 터라 최근에는 자주 읽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경제학자가 쓴 경제학 서적이라는 문구에 관심이 가서 이 책을 읽었다. 또 중국에서 유명한 블로그의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약간은 실망을 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려했던 이유는 중국에 관심이 갔기 때문인데 이 책은 중국보다는 경제학이라는 측면을 보다 강조했기 때문이다. 숫자로 표현하자면 나는 이 책이 중국 8, 경제학 2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중국 2, 경제학 8 정도의 비중이었다. 경제학 자체가 싫지는 않지만 경제학자 특유의 수식과 공식 그리고 이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논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조금은 짜증이 났다. 그래도 어쩌랴 서평 이벤트로 내가 신청해 내가 서평을 쓰기로 했으니 마무리를 할 수밖에...
보통 이런 책을 읽게 되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살피게 된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글의 전반적인 내용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런 저런 정보를 통해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겠지만, 중국 경제학자에 관한 정보는 전혀 없는지라 편향된 시작을 갖지 않고 책을 읽어 갈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해 느낀 점은 저자는 철저하게 경제학자라는 점을 느꼈다. 예전에 학교에서 경제학을 배울 때 정말 싫었던 것은 마치 경제학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설명해 낼 수 있다는 경제학 내지 경제학자의 오만함이었다. 그런 오만함이 저자의 글에서도 풀풀 풍기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자신의 견해가 진리일 것처럼 말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결론은 내리지 않고, 현상만 소개하다가 발을 빼버리는 글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그리고 글의 주제들도 너무 일반적인 내용들만 담고 있는 것 같다. 주제도 일반적이고 주장도 일반적여서 특징이 없는 책들은 내 관점에서 그다지 좋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으면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본주의를 표방하지 않는 자본주의 국가가 된 중국에서 경제학이란 학문 자체가 놀라운 시각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비교적 정확하게 세상의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마치 예언자가 예언을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중국 사람들이 싫어하면서도 동경하는 미국에서의 생활을 자랑하듯 써 놓은 글은 중국 사람들에게 큰 신뢰감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저자의 블로그의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경제 블로그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저자의 경제학 만능주의에 나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구성이나 주제도 무난했고, 글도 어렵지는 않아 읽기가 수월했지만 한국인으로서 중국 경제나 세계 경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중국 경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읽어 볼만하다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