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 때는 내 몸도 간지러워아침에 눈뜨는 것도 어렵지 않았는데아이 곁에서 다 웃어버렸는지어쩌다 저녁모임에서 돌아오는 긴 골목 같거나,기껏해야 한바탕 헛웃음 뒤로 번지는 물기 같다
눈에 밟힌다는 말,밟는 사람이 더 아픈 이런 장면도 있네요
나는 이 도시에 있으니 내 슬픔도 이곳에 있어야 하는데 이 도시엔 슬픔이 보이지 않지. 이곳에서 내 인생은 되돌려 도망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빨리 달아날 수도 없는, 오로지 원래의 속도에 맞게 플레이만 될 뿐인데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만을 횡단하지. 내 슬픔과 내 진짜 인생, 그리고 내 애인들, 대체 모두 어디에 있는 걸까.
어리둥절한 슬픔 그 여자가 조금씩 내다버린 슬픔이 모여 웅덩이가 되었다지요. 철벅거리며 지나는 이들이 그녀의 슬픔을 조금씩 발에 묻혀 웅덩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지요. 여기저기 기웃대느라 웅덩이가, 그녀를 되비출 수는 없었다지요. 그 여자, 얼마나 부었는지, 말랐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지요. 너무 많은 이들이 바짓단을 적시며 사방으로 흩어져서, 그 여자 누구 때문에 그토록 슬퍼했었는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지요.
웅크리고 보호색을 띠고 있는 것들은 모두 슬프다잠잠히, 발견되지 않기를눈을 감고 기다리는 것들사라졌기를, 사라졌기를다만 바란 채바닥보다 더 간절히 엎드리는 것들수천 마리 양들을 잠재우기 위해지나온 시간이 보호색을 띤다내일 오후 2시쯤 죽게 될 사랑을 위해지나가는 추억아우리는 `고요`라는 그릇에 담긴 과거다잃어버린 신발에 대해남아 있는 발이 황량한 빛깔로 굳어지는 일멀리서부터 태양이 걸어온다반짝이는 척하는 별들은 모두 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