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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신의 잃어버린 도시
더글러스 프레스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1월
평점 :
모험은 언제나 가슴 뛰는 판타지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일탈을 바라고 있는 탓입니다. 그뿐일까요? 우리는 우리가 흔히 겪지 못하는 공간에 늘 환상을 가지고 살며 그런 환상을 유지하고 싶어 함과 동시에 어느 정도는 파헤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모험을 더는 필요치 않은 과거로 여기고는 합니다. 대개 모험을 고대 문명의, 잊혀진 역사의, 숨겨진 문명의 같은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며 표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제 더는 모험이 없다고 여깁니다. TV에서는 주구장창 전세계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고, 인공위성이 전지구를 스캔하여 그 결과물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달까지 다녀온 상황이니 지구쯤은 정복했다고 여깁니다. 우리는 그저 관심이 없는 곳을 내버려두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신감에 넘쳐서 지구 상에 어떤 곳이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고, 우리 인간은 그러한 세상의 유일한 정복자로 여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복한 지구는, 진짜 지구가 가진 의미에 먼지 한 톨 만도 못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지구라는 범위가 너무 넓다면 지상의 생명체는 어떨까요? 그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동물은? 인간은? 거기까지 좁혀봐도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정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우리가 발견해낸 인간의 역사는 정말이지 극히 일부일 뿐이구나.
이 책에는 그러한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던 이야기는 누군가가 모험으로 쟁취한 결과로 얻은 지식이 아니라 교활하게 조작된 거짓이었습니다. 모두가 믿고 있던 찬란한 고대 문명이, 어쩌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문명의 근원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은 배신과 협잡이 판을 치는 희극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파편적인 진실에 머릿속의 역사라는 공간을 내어주어, 그것으로 가득 채우지만 결국에 우리가 아는 바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 모험이 없을까요? 모험이라 알고 있던 모두가 사기일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 책은 조작된 역사가 많다고 가르쳐주지만 그러한 만큼이나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이 있으며 진정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글을 쓴 사람도 글 쓰는 사람 모두가 어느 정도는 그렇듯 거짓을 섞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이 글은 진실을 탐구하는 이들의 치열한 노력을 보여줍니다.
그 자체로 위협적인 뱀과 드글거리는 벌레, 끔찍하게 형성된 관료제와 마약 카르텔의 방해, 해결해야 할 난제는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이 모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흔히 따르는 정석적인 법 집행의 절차는 무시될 필요가 있었고, 어떨 때는 악마와 함께 춤이라도 추지 않으면 쟁취하지 못할 현실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끝났다고 여기던 모험은 살아 있었습니다. 조작되었다고 여겨진 역사의 한 자락, 그것에 영향 받고 자란 이들이라 하더라도 추구하는 바가 지저분하게 묻힌 황금이 아니라 빛나는 진실이라면 언제든 모험은 살아 있었습니다. 모험은 과거가 아니었습니다.
이 모험에서 제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모험 그 자체 뿐만 아니라, 모험을 위해 필요한 인원이나 기술에 관한 서술입니다. 왜냐하면, 결국에 모험이란 몸만 부딪치고, 환상만 자극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현실부터 온전히 갖추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모험에서 가장 필요치 않을 수도 있는 작가는, 이 모험에 진정한 의미를 짚어내어 대중을 자극시켰다는 면에서 신의 한 수라 여겨집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모험을 함께 한다는 생각과, 잊고 살았던 일탈을 떠올렸고, 당분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이 책의 이름을 입에 올릴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