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삼킨 세계사 - 12척 난파선에서 발견한 3500년 세계사 대항해
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이승훈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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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고고학이라는 단어에 꽂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몇 포인트가 있습니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미시사라든가, 접해보지 못한 장르라든가, 누군가가 쌓아 올린 평생 업적이라든가 하는 내용입니다.


꽂히는 포인트는 더 많지만 이 책은 제가 언급한 포인트 중에서도 벌써 두 개에는 해당합니다.


저는 이런 분야가 다소 변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내용부터가 난파선에 관한 내용이니까요. 배가 어떤 구조인지,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런 내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 배가 어떤 상황에서 유리하고, 어떤 기술이 들어갔고, 어디에 유리한지 이런 부분들까지 들어가면 머리가 좀 아파지죠.


저는 그런 깊숙한 사실까지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는 쪽은 역시나 이야기입니다. 난파선이 역사에서 던지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부분에 초점을 두는 편입니다.


이 책은 그런 부분도 충실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려 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교역을 위해서 항해를 했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은 끊임없이 사람을 갈구합니다. 때로는 익숙한 사람을, 때로는 새로운 사람을. 때로는 그냥 떠나고 싶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사람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 때문에 치여서 떠나거나, 혹은 한 사람에 대한 어떤 생각 때문에 떠나거나.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어떤 이유에서 떠나건, 인간이 바다를 통해 떠나 왔던 시기는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였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나가면서라도 듣는 문명 이야기 이전부터 그런 시도는 고고학으로서 발견됩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파헤쳐낸 수중고고학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떤 가설을 위해서 거침없이 실험하는 모습에도 감동했습니다.


몇몇 실험 결과, 동물 가죽과 갈대로 만든 보트도 바다를 건널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예를 들어 1976년에 탐험가 팀 세버린(Tim Severin)은 6세기의 아일랜드 수도사 브렌던(Brendan)이 대서양을 횡단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커럭(Currach, 가죽배)을 복원해 항해했다. 또한 1947년과 1969년에 노르웨이 인류학자 토르 헤이에르달(Thor Heyerdahl)은 갈대 보트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바다가 삼킨 세계사>, 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 이승훈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MagUq225JEF9SLQ97


6세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배를 기원전 6세기에도 만들 수 있었다면 무엇이 불가능했겠습니까? 우리가 모르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에서 대륙 횡단이 벌어졌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가능했고, 종종 일어났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말이죠. 바이킹이 이미 증명한 바 있지 않습니까?


이 책이 좋은 포인트라고 한다면, 제가 다소 거부감을 가지는 상세한 서술(배의 구조라든가, 몇 세기에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다든가) 중간, 중간에 이야기를 많이 섞어준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역사 책은 특히 이런 부분에서 불편합니다. 가독성도 좋지 않은 데다가 비문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는 균형점을 잘 맞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막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중간중간 읽으면서 버벅이는 구간이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역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입문서로 제공하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좀 더 역사를 기본 소양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와 같이 지도가 목차마다 나오긴 하지만 좀 아쉽기도 합니다. 시각 자료가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항상 습관적으로 밀리의서재에서 책을 검색해보곤 하는데, 이 책은 다행히 밀리의 서재에 있습니다. 구독자 분들은 밀리의서재로 읽어보셔도 좋겠고, 보관할 만한 가치도 있으니 구매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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