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시간 -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10년, 망각의 독일인과 부도덕의 나날들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들
하랄트 얘너 지음, 박종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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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독일인가 싶습니다. 이 책은 참 재밌는 책입니다. 다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법한 역사를 소재로 아주 깊이 파고듭니다.


적절하지 않은 비유일 수 있겠지만 저는 왠지 하인리히 노르트호프가 히틀러처럼 보였습니다. 그 사람이 그런 사람 같아서가 아니라, 혹은 제가 그렇게 평가해서도 아니라, 한 나라는 참 쉽게 바뀌지 않는구나 해서 말이죠.


따지고 보면 그는 나치와 밀접한 존재였습니다. 나치당원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독일 군수 경제를 이끌던 사람이었고, 불리기도 장군이라 불렷으며, 공장 노동자들도 군대처럼 부렸다고 하니까요.


공장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

모터 룬트샤우


책에서는 이 말이 속임수라고 나옵니다. 전쟁이 끝나고 한참 뒤에도 공장은 도시의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도시가 공장의 것이었다고 말하니까요. 참 독일다운 표현입니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큰 공헌자는 이미 사진에서도 나온, 이미 제가 언급한 노르트호프였겠지요. 오로지 그가 한 일도 아니겠고, 그가 히틀러 같은 사람이어서도 아닐 거라고 보긴 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독일이라는 나라가 처한 상황이나, 원래 영유해오던 문화 자체가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죠.


이 노르트호프 사례에서 이어지는 생각인데 우리가 흔히 듣곤 하는, '독일은 전범을 잘 처리했고, 본받아야 한다.' 하는 말에 회의가 드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아주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370만명이 심사 대상이고, 국가사회주의자는 2만 5천명, 주요 범죄자는 1667명이죠. 370만명이나 되는 인원을 심사했다는 것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10년을 넘게 사회를 잠식하고 있던 나치 주요 범죄자가 1667명이라고 한다면 살짝 모자란 느낌이 듭니다. 국방군 전쟁 포로만 해도 100만을 헤아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죠.


지금 언급한 내용 말고도 참 알찬 내용이 많습니다. 여성 문제, 치안 문제, 언론, 굶주림, 사상 등. 책 두께가 좀 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영역을 다루고 있으며, 그 내용도 다룬 범위에 비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닙니다. 읽기에 버거운 느낌도 아니구요.


2차대전 이후 독일 분위기에 관련해서 여러모로 잘 서술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관련해서 조예가 없으므로 제대로 판단할 능력은 없지만요.


그래도 책 자체는 아주 추천할 만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각 자료(Ex. 지도)는 조금 모자란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책이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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