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철학자 해리 G.프랭크퍼트라는 사람이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진지하게 분석을 했다는데요. 이마저도 저는 개소리 같았지만 일단 책 내용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생각과는 달리 거짓말과 개소리는 다르다고 합니다.
"거짓말이란 진실이 무엇인지 본인이 안다고 확신해야만 할 수 있다. 개소리는 그런 확신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이 문장을 읽고, 책 나머지도 모두 읽어본 결과, 진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거짓말을 치는데 뭘 알고 말고는 상관없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만을 위해서 거짓말을 합니다. 허황된 이야기일수록 오히려 좋습니다.
그러고보니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책에 나올 정도로 대단한 사기를 치는 사람은 없었지만 눈앞에 팩트를 들이밀어도, 자신이 하는 말이 진실이고 옳다고 여기는 사람들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이 책은 소름끼칠 정도로 예리한 통찰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에 관해 서술하는 바람에 이 글을 쓰지 말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거짓말 같기는 한데 저로서는 써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소 딱딱한 문체인 다른 글 보다는 이런 유쾌한 글이 받아들이기에 편한 탓입니다.
이 책에서 거의 주인공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벤저민 프렝클린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참 재밌는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원래 미국 독립 영웅 정도로 생각하고 아는 바가 없었는데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한 사람이었습니다. 특히나 이 책 주제가 거짓말이니만큼 거짓말에도 아주 능한 사람이었지요. 외교를 위해 언론을 이용하기도 하고, 자기 유명세를 위해 라이벌을 비난하기도 하는 등 악랄하다고 해도 무관할 정도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보면 현대에 데려와도 잘 살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하자 문득 세상은 항상 똑같이 굴러가고 있지 않았는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수천 년전 메소포타미아에서 구리장사를 하는 에이나시르에 관련된 이야기를 봐도 거짓말의 역사는 인간과 거의 함께 움직였다고 봐도 무관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거짓말쟁이의 말로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거짓말을 일삼을 동안은 제법 잘 살았고, 인간은 거짓말을 해야 잘사는 건가 싶을 정도의 일화도 자주 보입니다.
이야기가 여기저기로 튀었는데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탈진실의 시대니, 거짓뉴스의 시대니 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꼭 읽어보라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책에서 거의 시작부터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는 말에 어폐가 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면 이전에 언젠가는 '진실 시대'가 있었다는 것 아닌가."
눈치채셨겠지만 이 책은 그런 시대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 책 덕분에 이 시대 자체에 가지게 된 불안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네요.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