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X수학 - 야구로 배우는 재미있는 수학 공부
류선규.홍석만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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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에 재미있는 야구 관람이 가능하게 한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류선규, 홍석만님의 <야구X수학>이었다. 때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놀랍도록 논리적이고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 그 안에서 야구는 단순한 ‘경기’를 넘어 하나의 ‘지적 탐험’으로 확장하는 책인 것 같다. ^.^

야구장의 마운드 위에서 공이 포수의 미트에 도달하기까지, 그 찰나의 순간에도 수학은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다. 나는 야구를 사랑한다. 동시에 수학을 흥미롭게 즐긴다. 이 둘은 언뜻 보기엔 거리가 먼 세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야구 경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숨겨진 수학의 언어가 넘실거린다. 그리고 그 언어를 이해하는 순간, 야구는 더 깊이 있는 스포츠로 다가온다. 이 글은 야구의 다양한 장면 속에서 작동하는 수학의 원리를 들여다보며, 그로부터 얻는 의미를 조명하고자 한다.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우리는 '타율'이라는 통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안타 수를 타수로 나눈 값이라기보다는, 이 수치는 타자의 기량을 정량화한 지표다. 예를 들어, 0.300의 타율은 10번 타석에 서면 3번은 안타를 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수치의 해석은 단순한 평균을 넘는다. 확률과 기대값의 개념이 이 지표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자의 활약을 예측하거나 전략을 세울 때, 이 수치는 근거가 된다. 때론 이 수치를 중심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순간도 온다. 결국 타율은 수학적으로 추론된 미래의 가능성을 말해주는 도구인 셈이다.

투수의 세밀한 제구력 또한 수학의 영향을 받는다.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 타자의 선호 존, 그리고 투수가 던지는 공의 각도와 속도는 모두 물리학적 궤적과 수학적 모델링으로 분석 가능하다. 공이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회전력과 중력, 공기저항을 받아 휘어지고 떨어진다. 커브볼의 궤적이나 슬라이더의 각도는 함수의 곡선처럼 예측할 수 있고, 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학적 시뮬레이션으로 재현된다. 투수는 그 결과물을 몸으로 구현하는 사람이다. 또한, 야구는 끊임없이 확률 게임을 반복하는 스포츠다. 1사 2루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할지, 강공을 할지 결정하는 감독의 선택은 단순한 직감이 아니다. 그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상황에서의 기대득점(Expected Runs)을 분석한다. 여기에는 통계학의 개념이 녹아들어 있다. 기대득점이라는 개념은 각 상황에 따라 평균적으로 몇 점을 낼 수 있는지를 계산한 것이다. 그리고 이 수치를 바탕으로 전략은 세워진다. 수학이 전략의 중심에 자리하는 것이다.

수학은 야구의 룰을 형성하기도 한다. 야구의 이닝 수, 아웃 카운트, 베이스 숫자 모두 수학적 패턴을 가진다. 3 스트라이크 아웃, 3 아웃 체인지, 9 이닝 경기 등 3의 배수는 야구 규칙의 근간을 이룬다. 왜 하필 '3'일까? 여러 가설이 있지만,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적절한 반복 수이자, 게임의 리듬을 만들기에 적합한 수라고 한다. 이처럼 수학적 수치는 야구의 구조를 형성하며, 그 흐름에 질서를 부여한다. 야구 기록 분석 분야, 흔히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 불리는 이 영역은 수학의 꽃이 피는 공간이다. 타자의 OPS(On-base Plus Slugging), 투수의 WHIP(Walks plus Hits per Inning Pitched), WAR(Wins Above Replacement) 등은 단순한 누적 기록을 넘어 복합적인 수학 계산의 산물이다. 이 지표들은 단순히 잘하고 있는 선수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팀 전력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수 기용과 트레이드를 결정짓는 근거가 된다. 나아가 선수의 미래 성적을 예측하기 위한 회귀분석, 시뮬레이션, 머신러닝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야구의 스코어보드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숫자 배열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계산이 응축돼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의 수, 삼진의 비율, 주자의 도루 성공률, 수비수의 범위 등 각각의 수치는 경기를 예측하고 해석하는 열쇠가 된다. 특히 득점권 타율(RISP)은 단순한 타율보다도 경기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클러치 히터를 식별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수학은 '누구를 믿을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경기의 흐름은 통계적 분석을 통해 예측되기도 한다. 어느 이닝에서 점수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가, 어떤 투수가 후반에 약세를 보이는가 등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처럼 반복적 확률 모델을 통해 예측된다. 이는 단순한 팬의 예상을 넘어, 실제 구단 전략에도 반영된다. AI와 빅데이터의 발전은 이러한 분석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결국 미래의 야구는 수학과 과학, 기술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전장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수학이 야구의 재미를 빼앗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학은 야구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예측의 즐거움을 준다. 오늘 어떤 선수가 활약할까, 이 투수는 언제 교체될까, 이 상황에서의 승산은 얼마나 될까. 이런 질문을 수학적 근거로 풀어내는 과정은 나에게 하나의 놀이이자 탐험이다. 야구는 감정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박수치고, 환호하며, 때론 울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감정은 수학이라는 틀 안에서 더욱 뚜렷하게 빛난다. 누구보다 낮은 확률을 뚫고 터진 홈런, 도루 성공률이 낮은 선수가 성공시킨 기습 도루, 모든 확률을 거스른 역전승. 그 순간 우리는 수학이 예외를 허용하는 세계임을 느낀다. 그 예외가 있기에 야구는 더욱 아름답다. 야구는 필드 위에서의 경쟁일 뿐 아니라, 숫자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나는 이 숫자들이 주는 정직함, 그리고 예외를 뚫고 일어나는 드라마를 사랑한다. 수학은 야구의 숨겨진 이야기꾼이다. 그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눈을 가진다면, 우리는 더 풍성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여정 속에서 나는 야구를, 그리고 수학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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