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 부의 격차를 좁히는 진짜 돈의 모습
필립 바구스.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지음, 배진아 옮김 / 북모먼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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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의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의 보이지 않는 부의 공식은 무엇일까? 현대 사회는 불평등의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이룩한 풍요 속에 살고 있지만, 그 풍요는 일부 계층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경제적 안정이 요원한 다수와 자산과 수입의 폭발적 증가를 누리는 소수의 간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인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다. 이번에 이러한 부의 불평등을 화폐 시스템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흥미로운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필립 바구스와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공저의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였다.

화폐 시스템은 인간의 본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더 나은 삶과 더 많은 자원을 추구하며, 이는 생존과 발전을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이러한 욕망이 동력이 되어 문명은 진보했으며, 화폐의 발명은 이러한 노력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화폐는 단순한 교환의 수단을 넘어 인간이 복잡한 사회를 구축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되었다. 화폐는 현대 사회에서 교환을 원활히 하고 분업 체계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이다. 만약 화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모든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이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도로 저하시켜 경제적 발전은 물론 생존마저 위협받게 되었을 것이다. 화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 도구로, 복잡한 분업사회와 글로벌 경제가 탄생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다.

화폐는 편의를 넘어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교환의 매개체로서 화폐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 평가를 단순화하고, 거래 비용을 줄이며, 경제 활동의 유동성을 높였다. 이러한 기능 덕분에 사회는 더 큰 생산성과 더 높은 생활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화폐는 문명 발전의 근본적인 원동력이자 사회 구조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화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권력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쁜 화폐를 만들면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몰락을 초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부정확한 가치 평가와 신뢰의 붕괴를 야기하며,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했다. 하지만 인류는 이러한 실수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하고, 반복적인 오류를 범하며 문명 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화폐는 문명을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핵심 요소지만, 그 발전 과정은 직선적이지 않다. 이는 인간 사회가 반복적인 실수로 인해 퇴보하거나 혼란에 빠지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화폐 시스템은 신뢰와 효율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속성은 잘못된 관리와 부패에 의해 쉽게 훼손될 수 있다. 문명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화폐 시스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과거의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하이에크의 관점을 인용하며, 국가가 화폐를 관리해 온 역사를 기만과 사기의 연속으로 평가한다. 발권은행은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할 특권을 가진 기관으로서, 마치 독점적 권한을 행사한다. 이는 개인이 동일한 행위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과 대비되며, 저자는 이러한 차별이 과연 정의로운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화폐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구조 위에 세워졌음을 비판하며, 이는 사회가 당연시하는 문제를 다시 바라볼 필요성을 시사한다. 발권은행은 스스로 화폐를 창출하고 이자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개인에게는 이러한 권리가 허용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러한 특권이 부당하다고 지적하며, 공정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시스템이 정의로운 사회의 기반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은 이 불합리성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받아들인다. 이는 구조적 문제를 눈치채지 못하거나 무시하게 만드는 시스템의 정교함과 익숙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중요한 문제에는 무관심한 반면, 덜 중요한 문제에는 열광한다고 비판한다. 교통 시설과 같은 사소한 문제에는 시위와 논쟁이 발생하지만, 화폐 시스템과 같은 거대한 구조적 문제에는 투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사피엔스의 사고 체계가 점점 더 선동되고 본질적인 문제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태도는 사회적 진보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작용한다. 화폐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는 지속적인 통화 팽창이다.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점점 더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깊이 탐구하거나 문제 삼지 않는다. 이는 이미 이러한 현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며,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이러한 익숙함이 변화를 막는 위험 요소임을 지적한다. 익숙함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태도를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기존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문제 삼기보다 그 안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가 사회적 발전과 정의로운 시스템 구축에 장애물이 된다고 주장한다. 화폐 시스템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부족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안일함과 무관심 속에서 불공정한 구조를 지속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에 대한 답은 우리가 경제적 체제의 표면적 요소만을 바라보며 본질을 놓쳐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돈의 본질과 이를 둘러싼 시스템의 설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국가는 화폐 발행과 통화량 조정을 통해 경제를 통제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특정 계층만이 혜택을 누리고 나머지는 희생을 감내하게 되는 구조적 모순이 형성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핵심은 화폐에 대한 우리의 이해 부족과 무관심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돈의 본질과 그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때, 그리고 국가와 시장이 만든 한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부의 흐름에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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