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생각 큐레이션 - 문학에서 길어 올린 삶을 위한 지혜와 방패
강가희 지음 / 책밥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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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흔에 이르러 우리는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게 된다. 이 시기에 “인간관계에서 얇고 넓은 것이 좋을까, 적지만 깊은 관계가 좋을까?” 이러한 질문을 받곤 한다. 인간 관계의 깊이와 범위에 대한 질문은 개인의 성향과 삶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얇고 넓은 관계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며,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반면, 적지만 깊은 관계는 심도 있는 대화와 감정적 지원을 제공하며,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더욱 의미 있는 연결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게 쉽지만은 않다. 이번에 마흔에 접어든 사십대들에게 생각의 화두를 던지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우리의 인생에서 마흔의 의미는 무엇일까.. 동서고금의 명화와 작가들의 저서와 말을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강가희님의 <어른을 위한 큐레이션>이다. 그림을 쉽게 감상할 수 있게 설명해 주는 큐레이션을 생각하면서, 저자의 생각을 읽어 본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다양한 무게를 짊어지며 나아간다. 그것은 관계의 무게일 수도 있고, 꿈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의 무게일 수도 있다. 때로는 사랑의 설렘과 갈등, 외로움과 불안, 심지어 후회의 흔적마저도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짊어진 채 흔들리는 시소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특히 마흔이라는 나이는 삶의 무게가 본격적으로 실리는 시기다.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님을 돌보며, 배우자와 함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고, 방황과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무게들이야말로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고,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방송 작가로써 저자에게 있어서, 문학은 인생의 복잡한 여정을 이해하고 성찰하게 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대가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흔들리고 방황하는 인물들을 만난다. 그들이 경험하는 갈등과 극복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삶의 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문학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삶의 본질을 직시하게 한다. 책에서 저자는 많은 대가들의 문장을 우리에게 선사해 준다. 그들의 작품 속에서 이야기 해 주는 우리의 감정선에 대해서 저자가 생각하는 느낌과 의미를 담담하게 이야기 해 준다. 저자는 40대의 불안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어른들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관계, 꿈, 성취, 사람, 위로다. 각 테마는 이해, 갈등, 슬픔, 도전, 외로움과 같은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과 맞닿아 있다. 또한, 그 속에서 미술 작품과 문학이 어떻게 우리에게 지혜와 용기를 제공해 준다.

삶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모든 관계는 때로 갈등을 내포한다. 예술 작품과 문학은 우리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린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침묵이라는 열쇠를 제시한다. 침묵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와 거리감을 의미한다. 쇼펜하우어 역시 ‘거리’를 강조하며, 갈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과 타인 사이의 공간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했다. 이런 지혜는 어른으로서 관계를 맺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저자는 갈등과 그 극복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을 이야기해 준다. 삶은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이다. 예술 작품과 문학에서 갈등을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며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생각해 보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은 자연과의 갈등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우리에게 용기와 끈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
행복은 흔히 더 많은 것을 이루고, 가지는 데 있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욕망을 줄이는 데 행복의 비밀이 있다고 강조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사상 또한 비슷하다. 그는 단순하고 본질적인 삶을 통해 잃어버린 취향과 내면의 소리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삶에서 무엇을 더하지 않고 빼야 하는지를 아는 과정이 아닐까. 우리는 삶에서 슬픔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문학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가르쳐준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은 한 가족의 역사 속에서 슬픔과 고통이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묘사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슬픔을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돕는다. 또한 삶의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는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외로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이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주인공의 철저한 고독을 통해 외로움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불안은 현대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이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불안의 서’에서 불안을 ‘삶의 동력’으로 해석하며, 매일의 불안을 하나씩 처리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패 또한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더 나은 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른으로서의 삶은 결국 불안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는 태도에서 완성된다. 또한 후회는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줄리언 반스는 후회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할 기회로 삼으라고 말한다. 후회는 우리의 삶에 생채기를 남기지만, 그 생채기에서 새로운 살이 돋아나고, 우리는 조금 더 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삶의 여러 층위를 이해하고 이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우리는 때로 불안하고 흔들리지만, 예술과 문학과 철학 속에서 지혜를 찾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을 위한 생각 큐레이션’은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고, 그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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