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스틸 영
박병진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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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매니아로 술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것도 하나의 취미이다. 특히 위스키의 향과 혀 끝에 느껴지는 맛은 환상적이다. 위스키는 맥아, 옥수수, 호밀 등을 원료로 발효, 증류, 숙성시킨 술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이 세계적인 위스키 산지로 알려져 있다. 숙성되는 세월 속에 담긴 브랜드 가치의 힘을 가진 술로, 각각의 위스키는 자신만의 개성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위스키는 술이상의 의미로, 세월과 정성이 담긴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위스키를 주제로 하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박병진님의 <위스키, 스틸 영>이었다. 제목이 참 위스키스럽다. ^.^

위스키의 역사는 오래되고 복잡하다. 위스키는 증류주의 한 종류로, 맥아, 옥수수, 호밀, 밀 등의 곡물을 발효, 증류, 숙성시킨 술이다. 위스키의 기원은 메소포타미아의 연금술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연금술사들은 알코올을 추출하기 위해 곡물이나 과일을 증류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이 방법은 중세에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 유럽에서는 증류주를 aqua vitae (생명의 물)이라고 부르고, 의약품이나 소독제로 사용했다. 증류주의 제조법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수도사들에 의해 발전되었는데, 수도사들은 맥주를 증류하여 위스키를 만들었으며, 이를 uisce beatha (이시커 바허, 생명의 물)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위스키는 숙성되는 세월 속에 담긴 브랜드 가치의 힘을 가진 술이다. 책을 읽으면서 위스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위스키는 단순히 술이 아니라, 세월과 정성이 담긴 예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위스키들은 각각의 개성과 스토리가 있었고, 그것이 위스키의 맛과 풍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새삼 깨달게 되었다.

저자는 이야기 한다. "위스키 이야기 없는 위스키 책"이라고... 위스키의 제조 방법이나 시음하는 방법, 그리고 위스키의 연도별 특징 같은 내용은 없다. 다만 위스키를 중심으로 한 역사와 정치, 인문과 지리, 최소한의 문화적 배경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 하는 위스키에 대한 인문서라고 볼 수 있다. 세계의 다양한 위스키 증류소를 취재하며 저자가 주목한 것은 그 지역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이를 품은 사람들의 삶이다. 책은 위스키를 중심으로 한 지역 문화와 공동체의 이야기를 통해 위스키가 특정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특히 로컬 펍에서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위스키를 둘러싼 깊이 있는 인간적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위스키 제조는 오랜 세월 축적된 철학과 전통을 이어가는 과정이다. 저자는 수도원에서 시작된 위스키의 역사를 탐구하며, 이를 '신의 물방울'로 표현된 신성함과 연결 짓는다. 깊은 산속에서 묵묵히 작업을 이어가는 증류소 장인들의 모습은 마치 구도자와도 같다. 그들은 명성과 상업적 성공보다는 정직하고 소박한 작업을 통해 위스키 본연의 가치를 추구한다. 이러한 철학적 태도는 현대인의 삶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위스키는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저자는 현대 위스키 산업에서 발견되는 혁신의 흐름에 주목한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기존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제조 기법과 마케팅 전략을 도입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박병진은 이들의 혁신적 노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위스키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보여준다. 혁신의 길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균형의 예술임을 강조한다.

위스키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적 산물이다. 책은 위스키가 만들어진 배경, 지역적 특성, 그리고 전통적인 제조 과정이 어떻게 한 병의 술에 녹아 있는지를 쉽게 이야기 한다. 위스키의 뿌리는 수도원에서 시작되어 현대의 혁신적인 공정으로 진화했으며, 이 모든 과정은 각 시대와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맥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저자는 위스키의 역사가 곧 인간의 역사와 닮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위스키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전한다. 위스키는 그 종류와 계열이 다양하며, 각각 고유의 개성과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독자가 위스키를 숙성 연수나 브랜드로 평가하지 않기를 권한다. 유명한 그렌피딕(Glenfiddich)의 30년산이 아닌 12년산이 더 적합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위스키의 가치는 개인의 취향과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이는 위스키의 본질이 절대적 기준보다는 다양성과 개별성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책은 위스키를 통해 삶의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신중함과 인내, 그리고 타이밍의 중요성... ‘Carpe Diem(현재를 즐기라)’ 처음 들은 말이지만 그 의미를 음미해 본다. ^.^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위스키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제안한다. 위스키를 기호품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철학을 이해하며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하는 것이다. 위스키를 매개로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위스키와 함께 떠나는 문화적, 철학적 여행을 통해 독자들이 더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화두를 던진다.

책을 읽으면서 느낌 중 하나는 책 편집이 참 독자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독자는 하나의 여행기를 읽는 듯이 위스키의 세계에 빠져든다. 중간 중간에 있는 사진들은 참 감성있는 풍경과 위스키 증류소 사진들이 참 좋았다. 위스키를 즐기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추천하는 방법은 독자들이 다양한 위스키를 시음하고, 비교하고,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위스키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지만, 위스키를 즐기는 재미를 높이기 위해, 위스키 바나 증류소 투어를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외국의 증류소를 찾아가는 것은 힘들겠지만... 조금 쉬운 방법은 위스키와 어울리는 음식이나 음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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