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리나 옮김 / 이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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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에 음식과 관련된 영화의 감동과 함께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의 음식의 의미를 에세이 형식으로 전해주는 신간을 읽어 보았다. 스탠리 투치의 <테이스트>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차별적인 연기를 해낸 스탠리 투치가 음식과 자신의 삶의 여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또한 그가 전해주는 음식의 레시피도 흥미롭다.
책은 스탠리 투치의 삶과 음식,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에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이자 감독이며 작가인 스탠리 투치의 삶은 음식과 영화라는 두 축으로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지만, 이 둘은 사실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삶에서 음식은 가족과의 유대와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그가 출연하거나 연출한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줄리 앤 줄리아>, <빅 나이트>와 같은 작품은 그의 음식에 대한 철학과 애정을 대중에게 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 <줄리 앤 줄리아>는 음식을 통해서 우리 삶의 다양한 면면을 이야기 해 주었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줄리아 차일드와 스탠리 투치가 맡은 폴 차일드의 이야기는 요리로 연결된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음식을 통해 어떻게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관계를 심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배우로서 스탠리 투치는 이 작품에 참여하며 줄리아 차일드와 폴 차일드가 함께 만들어낸 요리와 삶의 철학을 직접 체험했다. 그의 이 경험은 연기를 위한 준비에 그치지 않고, 그의 개인적 열정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메릴 스트립과 스탠리 투치는 줄리아 차일드와 폴의 이야기를 연기하며 음식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폴 차일드의 삶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 철학을 실생활에서 직접 재현하려고 했다. 줄리아의 대표작인 『프랑스 요리의 기술』에 나오는 요리법으로 음식을 만들며, 요리가 사랑과 소통의 도구라는 점을 재발견했다.

영화 속에서 줄리아와 폴의 관계는 음식을 통해 더욱 풍성해졌다. 요리는 그들의 일상에 기쁨과 즐거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이와 같은 요리의 역할은 스탠리 투치의 실제 삶과도 닮아 있다. 그는 음식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고 즐거움을 공유하는 중요한 순간을 만드는 데 사용해왔다. 스탠리 투치가 <줄리 앤 줄리아>에 참여하며 느낀 행복감은 그의 삶에서 음식이 가지는 특별한 위치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그는 영화 속 줄리아와 폴의 관계에서 음식을 매개로 한 인간적인 연결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이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더욱 풍성하게 표현했다. 음식은 열정, 사랑, 그리고 삶의 기쁨을 나누는 가장 본질적인 도구임을 그는 스크린 안팎에서 몸소 보여줬다. 영화와 스탠리 투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음식이 가진 깊은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것은 개인의 열정이자,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사랑을 표현하는 매개체이며, 궁극적으로 삶의 풍요로움을 채워주는 중요한 요소다. <줄리 앤 줄리아>와 스탠리 투치의 삶에서 음식은 그 이상의 것이었고, 이를 통해 우리는 요리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줄리 앤 줄리아>의 홍보 투어 중, 메릴 스트립과 스탠리이 경험한 요리 에피소드는 재미있었다.^.^

배우였던 만큼 그의 삶에서 음식과 영화의 교차점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스탠리 투치가 직접 연출하고 주연으로 참여한 <빅 나이트>(1996)는 음식과 인간의 관계를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는 뉴저지의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두 형제가 레스토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투치가 연기한 프리모는 음식에 대한 완벽주의자이자 전통주의자로, 진정한 이탈리안 요리의 가치를 믿고 그것을 지키려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형제들이 함께 오믈렛을 만드는 장면은 음식이 관계를 치유하고 연결하는 매개체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음식은 투치가 출연한 다른 작품에서도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줄리 & 줄리아>(2009)에서 그는 줄리아 차일드의 남편 폴 차일드를 연기하며, 줄리아의 요리 여정에 대한 애정 어린 지원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요리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책을 읽다보니 재미있게 보았던 <바네트의 만찬>이 생각났다. 영화 '바베트의 만찬'은 식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함께인간성과 신앙, 그리고 화해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1987년 이자크 디네센(본명: 카렌 블릭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삶의 본질적인 질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덴마크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검소하고 금욕적인 청교도적 삶을 살고 있는 두 자매와 그 주변의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들의 평범하고 변화 없는 일상은 프랑스 혁명을 피해 도망쳐 온 바베트라는 여인이 등장하며 서서히 변화한다. 바베트는 자신의 요리 재능을 통해 마을 사람들 간의 갈등과 감정을 해소하며, 잃어버린 인간다움을 되찾게 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만찬 장면은 미식의 경험과 함께, 마을 사람들 간의 내면의 화해와 통합의 기회를 제공한다. 고급 요리를 통해 감춰진 위선과 거짓, 미움과 질투가 고백되고,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과정은 인간적이고 숭고한 순간으로 그려진다. 예술과 미식이 즐거움을 주는 것을 넘어 사람들 사이의 연결과 화해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바베트의 희생은 기독교적 사랑(아가페)과도 연결되며, 영화는 관객들에게 진정한 행복과 풍요가 무엇인지 질문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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