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계절을 담은 이케바나 - 선과 여백의 미로 완성하는 동양식 꽃꽂이 수업 ㅣ 어텐션 시리즈 10
홍세희 지음 / 제이펍 / 2024년 11월
평점 :
이케바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연히 방문한 <수변 산책 - 제7회 한일문화교류, 일본 전통 꽃꽂이 이케바나 전시회>라는 전시회 덕분이었다. 이 전시회는 각 계절에 맞는 수련잎을 사용하여 계절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된 작품들은 수련의 자연미를 잘 살리며, 수련이 지닌 선과 형태를 살려내는 구성을 통해 이케바나의 깊은 철학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수련 주제로 한 작품으로, 몇 개의 수련과 푸른 잎을 이용해 생명력이 깃든 고요한 공간을 연출한 것이었다. 수련의 단순한 선과 가지가 이루는 구조는 비움의 미학을 강조하며, 마치 꽃이 공간과 조화를 이루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이케바나의 미적 감각과 철학을 경험한 순간, 저는 이케바나가 예술 형식이 아닌, 자연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 좋은 관람이었었다. 몇년이 지나, 이번에 이러한 이케바나를 좀더 자세하게 이론적으로 알려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홍세희님의 <사계절을 담은 이케바나>였다.
홍세희의 <사계절을 담은 이케바나>는 일본 전통 꽃꽂이 예술인 이케바나를 한국 독자들에게 깊이 있고 실용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이케바나는 "꽃을 꽂다"라는 의미로, 살아있는 식물의 선과 형태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표현하는 동양의 전통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적 미학을 바탕으로, 서양식 꽃꽂이와는 차별화된 이케바나의 정신적 수양과 철학적 깊이를 강조하고 있다. 처음 이케바나라는 용어를 들으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일본어에 능숙하신 분들은 '꽃을 꽂다'의 발음에서 유래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케바나는 "화도(花道)"로 불리며, 꽃을 통해 마음을 수양하는 정신적 수행으로 여겨진다. 이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내면을 다스리는 과정으로서, 일본의 오모테나시 정신을 담아 손님을 환대하고 대접하는 전통 예술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정신적 가치와 함께 이케바나는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활용하여 선과 여백을 살려 절제된 미를 구현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케바나에는 약 600여 개의 실질적인 유파가 존재하며, 이 중 이케노보, 소게츠류, 오하라류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이케바나에 진심인 일본을 알 수 있었다. 책에서 다룬 오하라류는 특히 낮은 수반에 꽃을 꽂는 "모리바나" 방식을 최초로 도입하여, 이케바나의 혁신적인 전환점을 만든 유파로 알려져 있다. 각각의 유파는 고유한 철학과 스타일을 바탕으로 전통을 계승하며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이케바나는 서양식 꽃꽂이와 달리 선을 강조하고, 여백의 미를 살린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꽃과 식물의 선을 최대한 활용하여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구성을 추구하며, 이는 적은 재료로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든다. 또한, 서양식 꽃꽂이가 화려함을 중시한다면, 이케바나는 여백을 통해 비워 내는 미학을 표현하며 절제미를 더한다. 이를 통해, 이케바나는 삶의 여유와 비움을 실천하게 하는 학문이자 예술로 자리 잡았다. 동양의 미의 집대성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이케바나는 특정 계절에 맞는 꽃과 가지를 선택하여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예를 들어, 봄에는 벚꽃이나 매화를, 여름에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가을에는 단풍이 든 나뭇잎을, 겨울에는 소나무나 아네모네와 같이 계절을 상징하는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계절감을 살려내는 이케바나의 특징은 실내에서도 자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또한, 현대의 꽃 시장에서는 이케바나에 필요한 소재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이를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팁들도 소개된다. 꽃의 신선도와 유지 시간을 고려해 계절에 맞는 소재를 구입하는 것이 이케바나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겨울철에는 소나무 가지와 매화가 오랫동안 유지되며 계절감을 잘 드러낼 수 있고, 여름철에는 이파리가 무성한 소재를 사용해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케바나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찾는 예술적 수행으로 좋을 것 같다. 공간을 여백으로 남기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케바나는, 과도한 시각적 자극 속에서 벗어나 고요와 명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이케바나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나 자연과 멀어진 도시 생활 속에서 이케바나는 우리에게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꽃 한 송이, 가지 하나를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이케바나는 비움의 미학을 통해 내면을 성찰하고, 삶의 복잡함을 벗어나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이케바나는 동양의 전통 예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단순히 예술을 넘어서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사계절을 담은 이케바나>는 이케바나에 대해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 최초의 실용서로,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인 홍세희는 이케바나 오하라류 이케바나 인터내셔널과 일본플라워디자이너협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의 꽃 시장에 맞춘 구체적인 재료 구매 팁과 꽃꽂이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계절의 흐름을 반영한 다양한 소재로 꽃꽂이를 배우며 독자들이 자신만의 이케바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사진과 함께 작품을 소개해 주고 있다. 이케바나는 단순한 취미 이상의 예술로, 일상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 계절감이 살아있는 꽃과 나무, 열매를 통해 사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흐름을 느끼며,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깨닫게 된다. 이를 통해 이케바나는 일상에서 미학적 즐거움과 정신적 수양을 동시에 제공하는 생활 예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