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른 순간도 있었다. 언뜻 평소와 똑같은 것 같지만, 완벽히 다르다는 걸 걔는 바로 알았다. 그러면 걔는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한 손으로는 조용히 녹음기를 켰다. 종종 내가 말한 문장을 메모장에 옮겨 적거나, 말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그건 내가 중요한 말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걸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걔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게 그렇게 안심이 될 수 없었다. 걔가 기억하는 이야기는 잘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그 순간을 너무나 기다렸다는 걸알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기지개를 켜듯이 이야기를 뻗어 냈다. 여전히 설명할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걔가 거기에 있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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