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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ㅣ 千년의 우리소설 14
김시습 지음, 박희병.정길수 옮김 / 돌베개 / 2024년 12월
평점 :
천년의 우리소설14
금오신화
김시습 지음
박희병, 정길수 옮김
오랜만에 읽은 우리 고전 ‘금오신화’! 금오신화는 김시습이 금오산에 은거하며 지은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5편의 한문 단편 소설집이다. 이 책은 박희병, 정길수 교수님이 오역된 부분을 다듬어 새롭게 정리했다고 해서 다시 읽어 보았다.
굳이 분류하자면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는 남녀 간의 사랑을,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은 당시 사회 현실에 대한 우의적 비판을 다루고 있다.
먼저 550여 년 전 사랑 이야기는 어떨까? 사랑은 인간 본연의 감정이기에 시대를 초월해도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잠깐이라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 죽어서라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 등 그 한결같은 애틋함이 귀신, 선녀와의 비현실적인 사랑으로까지 확장된다. 중간중간 인물들의 애절함을 드러내는 한시들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넘버 같다.
‘남염부주지’는 ‘저승’, ‘용궁부연록’은 ‘용궁’이라는 전기적 공간을 설정하여 세조의 왕위 찬탈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이렇듯 귀신, 저승, 용궁 등 이런 판타지 요소를 생각했다는 것은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없을 때 나온 결과이다.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역설적으로 현실의 욕망을 더 절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p.64 집은 사라지고 가족들은 모두 세상을 떠 이제 고단한 영혼이 의지할 곳 없으니 서글프기 그지없지만, 소중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가벼운 목숨을 버리고 치욕을 면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요. 마디마디 재가 되어 버린 제 마음을 누가 가여워해 줄까요? 갈기갈기 찢어진 제 창자에 원한만이 가득합니다.
p.113 “나라를 가진 자는 폭력으로 백성을 위협해서는 안 되오. 백성이 비록 두려워해 명령에 따르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반역할 마음을 품어 시간이 흐르면 결국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오. 덕 있는 자는 힘으로 군주의 자리에 나아가지 않소. 하늘이 비록 자상한 말로 사람을 깨우치지는 않지만 시종일관 일을 통해 보여 주거늘, 이를 보면 하늘의 명命이 엄하다는 걸 알 수 있소.
무릇 나라는 백성의 것이요, 명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오. 천명天命이 임금에게서 떠나고 민심이 임금에게서 떠나간다면 비록 몸을 보전하고자 한들 어찌 보존할 수 있겠소?”
요즘 웹툰, 웹소설 또한 회귀, 환생, 게임 등을 소재로 현실의 한계를 초월해 신명 나게 이야기를 엮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실에서의 결핍, 좌절된 문제를 환상에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욕망은 그만큼의 강한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상상력은 고유하게 이어지며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도 그 상상력에 공감하며 삶의 문제를 고민해서일 것이다.
한시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우리 삶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책!
현재의 삶에도 맞댈 수 있는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책이라 추천한다!
@dolbegae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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