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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23년 4월
평점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135억년 전 빅뱅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38억년 전 생물이 탄생하고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인지혁명으로 문화가 출현하면서 인류의 역사가 시작한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는 빅히스토리인 인류의 역사를 몇 개의 키워드로 스토리텔링하는 면에서 뛰어나다. 그 키워드는 뒷담화, 허구를 말하는 능력, 사회적 협력 등이다. 이것들을 통해서 돈, 제국(국가), 종교 등의 보편적인 질서가 탄생하게 된다. 상상의 질서에 대해 동양사상이나 칸트가 언급했다고 하지만 명확한 키워드를 사용해서 전체 맥락을 쉽게 이끌어갔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그는 역사를 이해하는데 인간이 자연선택 법칙의 지배를 받았다는 진화생물학의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를 단순히 팩트로만 기록하지 않는다. 역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종교 등 인류사의 모든 분야와 융합하면서 역사를 보는 관점을 확장시켜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류역사를 한 눈에 종합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더불어 인간이 어떤 과거를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선택해야할지 각자 각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기에 역사철학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가 큰 도약을 이루는 전환점을 세 개의 혁명으로 구분한다.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다. 이 세 혁명이 인간과 동식물, 그리고 자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1부 인지혁명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호모 사피엔스는 같은 호모 속에 속하는 다섯 종의 거대 영장류를 살해하면서 변방에서 중심 세력으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직립보행, 도구 사용, 불사용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성공 비결은 언어덕분이라고 한다. 7만년 전에서 3만년 전 사이에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라는 인지혁명이 일어났다.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으로 뇌의 배선이 바뀌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그들의 뒷담화는 전설, 신화, 신, 종교등 허구를 말하는 능력으로 발전해 사회적 협력을 이끌어낸다. 나아가 국가, 교회, 도시, 부족등 공통의 신화로 대규모협력을 하게 된다. 인지혁명은 문화 혁명의 길을 여는 가공의 접착제 역할을 했다. 사피엔스는 유전자나 환경 변화 없이도 사회구조, 인간 관계 속성, 경제 활동등 수많은 행태들을 10년에서 20년만에 바꿀 수 있었다. 사피엔스는 최상위 포식자로 너무 빨리 정점에 올랐다.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찼고 그 때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인류의 역사적 참사 중 많은 것이 너무 빠른 도약에서 유래했다. 아쉽게도 사피엔스의 수만 년에 걸친 역사는 침묵의 커튼으로 감추어져 있다.
2부 농업혁명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한다. 농업의 발달은 정착생활로 이어지고 잉여생산물의 증가를 가져와 인구폭발을 낳았다. 부가 증가하면서 엘리트 계급이 생겼다. 엘리트 계급은 늘어난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고 종교와 계급, 권력등 허구와 신화를 만들어 거대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역사는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 온 무엇이다. 인간의 협력망은 대부분 압제와 착취에 적합하도록 맞춰져 있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신화 중 하나인 함무라비 법전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인간을 귀족, 평민, 노예로 계급으로 나누어 차별하였다. 또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은 자유와 평등의 사상으로 노예를 해방시키는 인권 선언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사람 중 대부분이 노예 소유주들이었다. 미국이 수립한 가상의 질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했지만 남자와 여자, 백인과 흑인, 부자와 가난뱅이로 차별하였으며 부의 위계질서를 옹호했다. 그들은 이러한 위계질서를 신이 부여한 것이며 불변의 자연법이 구현된 것이라 했다. 그들이 만든 상상의 질서가 허구에 근원둔 것을 부인하였다.
상상의 질서는 중립적이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하지만 상상의 질서는 세상 모든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려 스며들어 있다.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인간 욕망의 형태를 결정하고 있다. 상상의 질서는 상호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를 변화시키려면 수십억 명의 의식을 동시에 변화시켜야 한다.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제 3부 인류의 통합
농업혁명이후 지금까지 거의 한 17세기까지의 인간 역사를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인류의 역사는 어떤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농업혁명 이래 인간사회 규모가 점점 더 크고 복잡해짐에 따라 상상의 건축물 또한 더욱 정교해졌다. 신화와 허구는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 주는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인 문화를 창조했다. 인간의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오늘날 지구상에는 고유 문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기원전 첫 밀레니엄 동안 보편적 질서라는 세 가지 개념이 뿌리를 내렸다.
첫째는 화폐로 경제적 질서이다. 화폐는 인간이 고안한 것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상호신뢰 시스템이다.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면서 지구 전체를 단일 경제정치권역으로 통합하는 기초를 놓았다. 둘째는 제국의 질서로 정치적인 질서이다. 거의 모든 제국은 유혈사태 위에 세워졌고 압제와 전쟁으로 권력을 유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문화 대부분은 제국의 유산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인간은 대부분 지구라는 제국에 속해 있다. 이 제국은 다인종 엘리트가 통치하며 공통의 문화와 이익에 의해 지탱된다. 어느 국가도 독자적으로 움직일 능력이 없다. 셋째는 종교적인 질서이다. 농업혁명은 종교혁명을 동반했다. 처음에는 다신교가 등장했고 일신교와 이신교를 낳았다. 종교학자들은 세계 종교간의 다름과 상충하는 사상을 동시에 인정하고 혼합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제설혼합주의’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기원전 천년부터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지배하는 초인적 질서는 자연법칙의 소산이라고 믿는 완전히 새로운 종교가 퍼지기 시작했다. 근대에는 이데올로기라고 칭하는 자연법칙 종교가 등장했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국가사회주의 등으로 근대는 가장 피비린내나는 종교전쟁의 시대였다.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2단계 카오스로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역사 연구는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이며 우리 앞에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다. 역사가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문화는 정신의 기생충에 더 가깝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새 숙주 역할을 하면서 자신이 감염시킨 모든 사람을 이용하고 있다.
제 4부 과학혁명
약 500년 전, 1500년 경 일어난 과학혁명에 대해 책의 절반 가까이 할애하고 있다. 과학혁명은 무지의 혁명이다. 중요한 인류의 질문에 대해 집단적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기존의 어떤 전통지식보다 역동적이며 유연하며 탐구적이다. 과학혁명 시작으로 가난, 질병, 노화, 죽음은 무지가 낳은 결과임을 깨달으며 진보를 믿기 시작했다.
과학혁명은 종교(이데올로기), 제국주의, 자본주의가 결합된 형태에서 보다 극적으로 역사를 움직이는 힘으로 나타났다. 과학과 제국과 자본 사이의 되먹임 고리는 지난 500년 간 역사의 가장 주요한 엔진이다.
근대과학은 유럽 제국 덕분에 번창했다. 18-19세기 유럽의 군사탐험대 목적은 과학지식의 발견이었다. 찰스 다윈은 지리학과 자연과학의 관심으로 진화론의 열매를 맺었다. 아메리카 대륙 발견은 과학혁명의 기초가 되는 사건이다. 1750년에서 1850년 사이 유럽은 세계 경제와 대부분의 땅을 확고하게 지배했다. 유라시아 변방 있던 유럽이 전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 과학자들 덕분이다. 근대 이후 성공한 제국들은 과학연구를 장려했고 과학자들은 제국의 주인을 위해 무기, 의학, 기술개발에 힘썼다.
자본주의는 유럽 제국주의 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본주의는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둔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투자하라”는 자본주의 윤리와 “구매하라”는 소비지상주의 윤리는 동전의 양면이다. 오늘날 대부분 사람들은 자본주의 소비지상주의 이념을 성공적으로 준수하며 살아간다. 요청받은 그대로 행하는 역사상 최초의 종교이다. 하지만 농업혁명과 마찬가지로 현대 경제의 성장은 거대한 사기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인류는 끝없는 혁명의 길을 열었다. 산업혁명은 에너지 전환. 상품생산등 새로운 길을 열었다. 유일한 한계는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원 개발을 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생태계파괴, 지구의 종들 멸종, 생태계혼란(지구온난화,해수면상승,오염)등 파괴적인 변형을 일으켰다. 산업혁명으로 가족과 공동체가 수행하던 전통적 기능은 국가와 시장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가족과 공동체의 억압은 오늘날 국가와 시장의 억압보다 덜하지 않았다. 국가와 시장이 식량과 주거, 교육과 의료, 복지와 직업 제공, 연금과 보험제공, 보호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해방에는 대가가 따른다.
과거 세상은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등장으로 폭력은 점차 감소되었다. 1945년 이래 폭력이 줄었다고 국가 간의 폭력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유럽 제국이 붕괴하고 세계의 정치, 문화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적 연결망은 국가의 독립성을 약화하고 세계 제국은 세계 평화를 효과적으로 강제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인간의 생명이 유기체로 자연선택 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진화했다고 보았다. 그런데 앞으로의 미래에서 인간은 과학을 통해 지적설계자가 되어 비유기적 생명체를 만들기 시작할 것으로 과학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한다. 앞으로 인간의 몸과 마음은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기계 인터페이스에 의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불멸을 향한 탐구로 길가매시 프로젝트를 도전하여 초인간을 창조해 낼 것이라고 한다. 생명공학적인 신인류, 사이보그 인간등으로 대체하면서 미래 과학 기술의 발전은 한계가 없는 인간 강화를 해 갈 것인데 이것이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각자의 피라미드를 호화롭게 건설하고자 하고자 하는 인류의 탐욕과 욕망은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암시를 남긴다.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에 함께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