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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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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국판 제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영어판 제목은 “Why Fish Don't Exist"이다. 한국판 제목이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가 화두로 삼는 단어는 혼돈이다. 혼돈이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작가는 혼돈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신의 인생을 일으키고 싶어 그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다. 그는 19세기의 분류과학자이다. 영웅적인 인물로 지금도 스탠퍼드대학의 건물에 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작가는 그가 어떻게 파멸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그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책은 1-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전기형식으로 작가 자신의 삶을 에세이형식으로 연결지어 가며 난파되어 잔해된 자신의 삶을 다시 이어 붙여보려한다. 소설 못지 않은 기승전결 형식까지 더해 흥미진진하다.

 

작가의 결론을 이야기하면 물고기, 즉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라는 어종의 분류는 어린 아이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작가는 어류라는 분류로 자연의 질서를 부과한 것이 편리한 것일지는 몰라도 인간은 틀렸다고 한다. 과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뜬 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을 용기있게 선언한다.

 

어린 시절 정서적으로 예민했던 작가는 인생의 의미를 알고 싶었다. 허무주의자 아버지의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고 인간은 아무도 중요하지 않아라는 답은 그녀를 자살로 이끈다. 살아났지만 우울뿐인 삶은 대학시절 한 남자를 만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그녀의 동성애로 인해 사랑했던 남자와의 결별을 맞이하게 된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무정한 세상이었다.

 

작가는 닐 디그래스 타이슨 우리는 점 위의 점 위의 점이다라는 말을 빌어 너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아버지의 말에 내면 깊숙이 반박하고 싶은 감정을 가진다. “한 사람을 계속 나아가도록 몰아대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카프카의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는 개념에서 진정한 내면의 열정을 생각한다. 파괴되지 않는 것은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인 것과는 다른 차원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열정이다. 그러나 데이비드의 내면은 성공과 야심으로 뒤덮여 있다.

 

데이비드는 수많은 위기를 맞으면서도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라고 하며 불굴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작가는 이것이 데이비드의 자기 기만이라고 한다. 작가는 데이비드의 기만이 과도한 자신감이라고 하며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들어 과학기자답게 증명해 나간다. 장밋빛 자기 기만은 정확한 자기 인식보다 잠시 나을 수 있다. 정확한 인식은 병적 수준의 우울증을 보이지만 약간의 자기 기만은 때로 강한 정신력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밋빛 렌즈는 한계가 있다. 결국에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데이비드의 경우 지나친 자신감은 기이한 연금술을 발휘해 그의 인생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이고 싶다는 강한 욕망으로 제시를 죽였다. 작가는 추적에 추적을 하며 그를 살인자로 세상에 드러낸다.

 

데이비드는 교사 시절 루이 아가시라는 과학자를 만나면서 자연의 사다리라는 관념의 씨앗을 마음에 품게 된다. (그는 루이 아가시와는 달리 다윈의 진화론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신을 없앤 다윈과 달리 그는 자연의 사다리를 받아들였다). 자연에 위계, 등급이 감춰져 있다는 사다리(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관념은 세계가 신의 계획으로 짜여져 있다는 것으로 그의 신념 체계가 된다. 그는 이탈리아 알프스의 아오스타라는 마을을 보고 자선과 호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한다며 인류의 쇠퇴를 예방하기 위해 우생학 보급에 열성적으로 임한다. 수용소까지 설치해 집단감금과 폭행, 불임수술을 자행하는 악행을 저지른다.

 

빈곤과 타락은 유전될 수 있으니 박멸해야 한다고 하는 우생학 찬성론자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반대하는 자들 사이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핵심을 볼 수 있다. 다윈은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변이의 힘을 칭송한다. 다윈은 서로 다른 유형 개체 간의 이종교배가 그 자손에게 큰 활격과 번식력을 만들어준다고 보았다.

 

다윈은 신의 계획이라는 것이 허상임을 폭로했다. ‘자연의 사다리는 인간 상상의 산물로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데이비드에게는 과학이나 진실보다 믿음이 중요했다. 그에게 자연의 사다리 믿음을 놓아버리는 것은 혼돈이었을 것이다. 사다리는 그에게 해독제였다. 그는 완벽함의 계층구조에 관한 관념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에서 진리를 찾으라는 자신의 충고를 따르지 않았다. 동물이 거의 모든 기준에서 인간보다 더 우수할 수 있다는 자연의 무수한 반대 증거를 무시해 버렸다.

 

작가는 혼돈을 이길 방법은 없으며 인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우주의 냉엄한 진실앞에서 각자의 보잘것없음을 인정해야 함을 마주한다. 하지만 작가는 수용소에서 부적합자 판정을 받고 불임수술을 받은 애나를 만나면서 우리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민들레 법칙]으로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다윈의 신념이었다. 다윈은 하나의 계층 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자연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작가는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을 [민들레 원칙]이라는 개념을 들어 겸손한 마음을 가질 것을 권고한다.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은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기학의 원칙 중에 누가 누구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있다. 두 종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을수록 둘이 가까운 관계일 거라는 생각에 기초한 방법이다. 그러나 공통의 진화적 참신함이라는 새롭게 추가된 특징을 통해 물고기처럼 생긴 생물들 중 다수가 자기들끼리보다는 포유류와 더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고 명기함으로써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규정지우고 상상속 사다리에서 인간이 제일 윗자리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한 것이다. 이것은 과학이라기보다 믿음과 신념으로 만들어진 관념이다. 이 신념이 완강해질 때 보지 못하는 것을 폄하하고 도외시하는 위험이 뒤따른다.

 

작가는 양성애자이다. 두 가지 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 말을 싫어하지만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고백한다. 자신의 성적 취향으로 사랑했던 남자로부터 결별당해야 했던 아픔, 또 다시 혼돈의 암흑속에서 작가는 어떻게 희망의 빛줄기를 발견해 가야 하는가? 혼돈을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그 혼돈을 깨뜨리고 더 넓은 세계 속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작가는 자신만의 해답을 던져 준다. 작가는 인간이 만든 범주를 깨뜨려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에서 혼돈이 부담스러워서 확실한 질서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는 혼돈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문제로 언제 일어나는가? 시기의 문제라고 한다. 혼돈이 주인으로 지배한다면 인간은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늘 방황하며 우울에 싸여 살아갈 것이다. 또는 혼돈을 회피하고 절대적이고 확실한 것을 선택한다면 잘못된 신념 체계로 살아갈 위험이 있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며 인간이 만든 범주를 깨뜨리고 경계를 넘어서서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혼돈을 이기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자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 분야에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긴 시간들을 거쳐야 했다. 그 답은 작가의 내부의 우물에서 길러야 했기에 고독한 시간의 몫을 오로지 혼자 담당해야 했다.

 

과학적인 내용만 있었다면 소위 문과생들은 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것에 어떻게 과학만이 있을 수 있는가? 인간은 문화와 역사라는 환경의 산물에서 심리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해 나가는 복합다단한 생물이다. 철학적인 질문과 과학적 탐색, 심리적인 인식을 통한 작가의 성장 에세이다. 작가는 고독한 시간과 탐색으로 인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그렇게 살아갈 용기를 얻은 한 사람이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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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사람냄새
김주대 지음 / 시와에세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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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는 김주대 시인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만나면서 풍경이 되어 자신을 돌아본 것을 시와 산문으로 펼쳐본 책이다. 시인은 풍경에 완전 동화되어 몰입하는 것을 자신을 놓아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타인에 동화되고 자신을 놓아버려서 시인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아집과 경쟁과 독선으로 살아가는 각박한 사람들 가운데서 사람냄새 맡기를 그리워했던 것같다

 

이 책의 특별함은 시인이 방랑끼가 있어 짧게는 며칠씩 길게는 몇 달씩이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진한 대화를 나눈 것을 글과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시인의 여행은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좀 더 깊고 넓은 사유의 폭을 경험하는 수단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시인은 사람들과 온 몸으로 부딪히면서 그들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삶의 이야기를 길어서 마음으로 듣고 싶은 것이다. 돈많은 사람들에게는 여행이 풍요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리 넉넉하지 않은 시인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여행가서도 자신의 궁상맞은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 속에서 나오는 글과 그림들이 관념적이지 않고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같다. 시인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진정성을 담아내기 위해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는 것같다.

 

시인에게도 많은 걱정이 있는가보다. 끼니를 거르면서도 몇날며칠씩 글과 그림에 매달리다보면 자신을 괴롭히던 온갖 세상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잊으려고, 무서워서, 두려워서 그리고 써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 하게 되고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정신적 산만함, 황폐함, 고독이 다른 사람들보다 큰 공간을 차지하는가 보다. 그에게 창작은 그의 삶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그리고 쓰는 것이다. 창작의 고통이 없을리 없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시인의 행복이다.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닌 것이다.

 

시인의 에세이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간판 하나를 보아도 그 집안의 남편과 아내, 자식의 생각들을 읽으며 재미와 감동까지 곁들인 에세이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하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시인이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연들이 있다. 시인이 가난하게 자랐고 그런 서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탓이다. 시인의 어머니의 삶을 그려낸 글들이 마음을 울린다. 시인은 어머니의 영향 탓일까? 여자인류라고 칭하며 삶이 주름잡힌 여인의 삶의 자세를 찾아 천리를 간다고 한다. 사람냄새가 그리워 천리를 가서 자신이 풍경이 되어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그 마음이 한 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여인이나 사내가 시인에게 무장해제당하고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시인의 장점이고 시인의 사람냄새이다. 시인은 능글능글하면서도 재미와 유머스러움이 거리를 좁히며 그에게 다가가게 한다. 시인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고민하며 살지만 팍팍한 인생에서 유머의 맛을 잃지 않는 넉넉함 또한 보여준다.

 

시인에게 부러운 것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시가 되고 그림이 된다는 것이다. 시인이 느끼는 감수성과 표현력이 부럽다. 시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담고 생각을 길어내 표현하는 상상력의 시간들을 시인은 심장이 뛰고 살이 떨리는 희열과 고통을 동시에 맛본다고 말한다. 희열과 고통의 시간을 통해 시인은 자신을 내려놓고 자유와 해방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은 끊임없이 삶을 묻고 인생을 묻고 문학이 무엇인지 묻고 자신에게 시와 그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삶을 끌어안고 있다.

 

스님과 십년째 만남을 이어오면서 같이 밥을 해 먹으며 사흘밤낮을 꽃피우는 인생과 문학 이야기, 목욕탕 주인과 때밀이 아저씨와의 정치 이야기. 동해 여인숙에서 풀같은 할머니와의 농담어린 대화. 아들과의 대화, 어머니와의 대화, 강릉에서 만난 두 여인 이야기, 자살하려던 여자와의 대화 등 그 외에도 셀 수 없는 만남들 속에서 시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문학과 세상, 정치, 인생을 표현하며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말하고자 한다.

 

시인이 꿈꾸는 세상이란 지극히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일한 만큼 보상을 받으며 다같이 함께 어깨동무하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일 것이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청년들이 헬조선하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돈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나라가 아니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에서 사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글과 그림이 상투적이지 않기 위해, 김주대 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글과 그림에 도전하는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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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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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자신을 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라고 소개하는 송길영이다. 수많은 기록의 축적인 빅데이터에서 인간의 마음과 사회의 변화를 읽고 해석하는 작업을 한다.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핵개인의 출현을 제시한다.

 

산업기술과 문명의 이기를 편하게 누리는 계층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시대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힘들게 싸우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회가 점점 지능화, 고령화가 되어간다. 그리고 다양해진 삶에서 전문가와 권위자의 경험도 제한적이다. 권위주의 사회를 벗어나고 개인 상호네트워크권위가 쪼개지고 융합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핵개인이라는 새로운 권위가 창조하고 보존되고 있다. 이 책은 핵개인이 어떤 사회적 변화의 맥락 속에서 탄생하고 그들이 어떤 세계관을 형성하며 무장하면서 어떻게 연대와 자립해 가는 가를 사례를 들어 설명해 간다.

 

1k가 국적을 지칭하거나 장소적인 의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k 프리미엄에서 이제 국적은 사라지고 스타일은 남는다. k의 정체와 그 범주를 규정하는데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k의 공감은 법률적인 한국인을 넘어서 문화적이고 생활적 공동체를 넘어서고 신토불이를 넘어선다. 새로운 k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변화에 공명하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1997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국가주의에서 개인주의 세계관으로 변화를 하고 있다. 국가의 토대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면서 세계관의 균열을 겪으며 각자도생한다는 자각을 하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다양화가 특성이다. 다양성은 형평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단일화된 사회는 배타적이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언어의 현행화를 모색하며 언어를 재정의해야 한다.

 

2장 산업화는 지능화와 자동화의 발전을 이룩하고 지능 외주화가 허락되면서 핵개인은 점점 더 무장되어간다. 노동의 종말속에서 유능한 핵개인은 AI와 합을 맞춘 완전체 개인이다. 돌봄로봇, 서빙로봇이 보편화되면서 조직은 프로세스가 정규화되고 자동화가 되어간다. 관리자가 사라진다. 생성형 AI는 생산 분야를 총망라하며 생존을 좌지우지한다. 다양한 개체와 상호작용하며 높은 차원의 문제를 정의가능한 10명의 인재는 생산성 높은 고급인력이다. 개념 표현을 가장 논리적으로 깊게 해 낼 수 있는 사람. 언어능력이 인간이 아닌 지능개체와 협업하는 핵심능력이다. 창의적인 사람에게 AI기반 환경은 자본 한계에 발목잡히지 않는 비상활주로이다.

 

3장 핵개인은 특별한 근거없이 어느 계통이 뜬다고 하는 알맹이없는 정보에 근원적 회의를 가지며 주체적으로 자기 결정권을 가진다. 코로나이후 대퇴사를 겪으면서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정체성 재정립을 해 가고 있다. 현 한국 화장품 브랜드 수 1만개 이상으로 누구나 대기업과 경쟁하는 동등한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자체 역량 강화가 가능한 시대로 스승은 유튜브이고 AI는 조교이다. 그래서 지금 시대는 고도의 필터링 지능이 필요하다. 경험이 아니라 지혜가 자산이며 나만의 서사가 능력이다. 지금은 다양한 취향에 맞추어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맞춤 생산이 가능하다. 좁은 문이지만 개별성과 고유성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4장 핵개인의 시대에서는 효도의 종말이 인륜을 저버림이 아니다. 이슬아는 [가녀장의 시대]라는 자신의 소설에서 가족 시스템의 질서를 새롭게 정의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내리사랑과 효도 되갚음의 종속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대등함을 인정하며 관계성을 재정립해 가는 것을 보여준다. 가녀장의 탄생 설화는 부모의 억압없음에서 시작된다. 한국 노인 세대 빈곤율이 심각하다. 건전한 부모자식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며 가족도 남처럼 거리를 둘 줄아는 생각이 필요하다.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준비된 사회 안전핀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극단적인 출생률 저하와 생로병사 비용과 노동, 공적 시스템으로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오래가고 함께 가는 공존을 위한 전제로 타자화를 멈추어야 한다.

 

5장 다양성이 생태계의 희망이다. 한국인들은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이 크며 동질성 강박이 강한 편이다. 이것은 타언어권 사람들과 교류하기에 언어소통의 한계와 다양성 경험 부족을 가져온다. 국제 무대 진출에 어려움. 한민족을 겪는다. 핵개인은 건강한 개인주의를 지향한다. 경계를 어떻게 인식하며 경계에 대한 사고가 유연해야 한다.

핵개인은 네트워크가 중요하며 협업을 전제로 하므로 연결성 유지를 위한 자기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타자를 맞이하는 태도 또한 건강해야 살아남는다. 그래서 친절과 상호허겁의 정신이 필요하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인정강박에 사로잡히지 않고 서로 경쟁하지 않는 사회를 향해 모두 나아가자고 말한다. 모든 방향으로 향함을 허용하는 사회만이 선착순 경쟁의 고통을 없애줄 수 있다고 한다. 삼차원의 방사형으로 각자 목적지를 꿈꿀 수 있게 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방향으로 전력 질주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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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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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135억년 전 빅뱅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38억년 전 생물이 탄생하고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인지혁명으로 문화가 출현하면서 인류의 역사가 시작한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는 빅히스토리인 인류의 역사를 몇 개의 키워드로 스토리텔링하는 면에서 뛰어나다. 그 키워드는 뒷담화, 허구를 말하는 능력, 사회적 협력 등이다. 이것들을 통해서 돈, 제국(국가), 종교 등의 보편적인 질서가 탄생하게 된다. 상상의 질서에 대해 동양사상이나 칸트가 언급했다고 하지만 명확한 키워드를 사용해서 전체 맥락을 쉽게 이끌어갔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그는 역사를 이해하는데 인간이 자연선택 법칙의 지배를 받았다는 진화생물학의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를 단순히 팩트로만 기록하지 않는다. 역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종교 등 인류사의 모든 분야와 융합하면서 역사를 보는 관점을 확장시켜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류역사를 한 눈에 종합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더불어 인간이 어떤 과거를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선택해야할지 각자 각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기에 역사철학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가 큰 도약을 이루는 전환점을 세 개의 혁명으로 구분한다.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다. 이 세 혁명이 인간과 동식물, 그리고 자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1부 인지혁명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호모 사피엔스는 같은 호모 속에 속하는 다섯 종의 거대 영장류를 살해하면서 변방에서 중심 세력으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직립보행, 도구 사용, 불사용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성공 비결은 언어덕분이라고 한다. 7만년 전에서 3만년 전 사이에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라는 인지혁명이 일어났다.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으로 뇌의 배선이 바뀌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그들의 뒷담화는 전설, 신화, , 종교등 허구를 말하는 능력으로 발전해 사회적 협력을 이끌어낸다. 나아가 국가, 교회, 도시, 부족등 공통의 신화로 대규모협력을 하게 된다. 인지혁명은 문화 혁명의 길을 여는 가공의 접착제 역할을 했다. 사피엔스는 유전자나 환경 변화 없이도 사회구조, 인간 관계 속성, 경제 활동등 수많은 행태들을 10년에서 20년만에 바꿀 수 있었다. 사피엔스는 최상위 포식자로 너무 빨리 정점에 올랐다.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찼고 그 때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인류의 역사적 참사 중 많은 것이 너무 빠른 도약에서 유래했다. 아쉽게도 사피엔스의 수만 년에 걸친 역사는 침묵의 커튼으로 감추어져 있다.

 

2부 농업혁명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한다. 농업의 발달은 정착생활로 이어지고 잉여생산물의 증가를 가져와 인구폭발을 낳았다. 부가 증가하면서 엘리트 계급이 생겼다. 엘리트 계급은 늘어난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고 종교와 계급, 권력등 허구와 신화를 만들어 거대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역사는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 온 무엇이다. 인간의 협력망은 대부분 압제와 착취에 적합하도록 맞춰져 있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신화 중 하나인 함무라비 법전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인간을 귀족, 평민, 노예로 계급으로 나누어 차별하였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은 자유와 평등의 사상으로 노예를 해방시키는 인권 선언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사람 중 대부분이 노예 소유주들이었다. 미국이 수립한 가상의 질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했지만 남자와 여자, 백인과 흑인, 부자와 가난뱅이로 차별하였으며 부의 위계질서를 옹호했다. 그들은 이러한 위계질서를 신이 부여한 것이며 불변의 자연법이 구현된 것이라 했다. 그들이 만든 상상의 질서가 허구에 근원둔 것을 부인하였다.

 

상상의 질서는 중립적이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하지만 상상의 질서는 세상 모든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려 스며들어 있다.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인간 욕망의 형태를 결정하고 있다. 상상의 질서는 상호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를 변화시키려면 수십억 명의 의식을 동시에 변화시켜야 한다.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3부 인류의 통합

 

농업혁명이후 지금까지 거의 한 17세기까지의 인간 역사를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인류의 역사는 어떤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농업혁명 이래 인간사회 규모가 점점 더 크고 복잡해짐에 따라 상상의 건축물 또한 더욱 정교해졌다. 신화와 허구는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 주는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인 문화를 창조했다. 인간의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오늘날 지구상에는 고유 문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기원전 첫 밀레니엄 동안 보편적 질서라는 세 가지 개념이 뿌리를 내렸다.

 

첫째는 화폐로 경제적 질서이다. 화폐는 인간이 고안한 것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상호신뢰 시스템이다.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면서 지구 전체를 단일 경제정치권역으로 통합하는 기초를 놓았다. 둘째는 제국의 질서로 정치적인 질서이다. 거의 모든 제국은 유혈사태 위에 세워졌고 압제와 전쟁으로 권력을 유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문화 대부분은 제국의 유산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인간은 대부분 지구라는 제국에 속해 있다. 이 제국은 다인종 엘리트가 통치하며 공통의 문화와 이익에 의해 지탱된다. 어느 국가도 독자적으로 움직일 능력이 없다. 셋째는 종교적인 질서이다. 농업혁명은 종교혁명을 동반했다. 처음에는 다신교가 등장했고 일신교와 이신교를 낳았다. 종교학자들은 세계 종교간의 다름과 상충하는 사상을 동시에 인정하고 혼합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제설혼합주의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기원전 천년부터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지배하는 초인적 질서는 자연법칙의 소산이라고 믿는 완전히 새로운 종교가 퍼지기 시작했다. 근대에는 이데올로기라고 칭하는 자연법칙 종교가 등장했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국가사회주의 등으로 근대는 가장 피비린내나는 종교전쟁의 시대였다.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2단계 카오스로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역사 연구는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이며 우리 앞에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다. 역사가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문화는 정신의 기생충에 더 가깝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새 숙주 역할을 하면서 자신이 감염시킨 모든 사람을 이용하고 있다.

 

4부 과학혁명

 

500년 전, 1500년 경 일어난 과학혁명에 대해 책의 절반 가까이 할애하고 있다. 과학혁명은 무지의 혁명이다. 중요한 인류의 질문에 대해 집단적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기존의 어떤 전통지식보다 역동적이며 유연하며 탐구적이다. 과학혁명 시작으로 가난, 질병, 노화, 죽음은 무지가 낳은 결과임을 깨달으며 진보를 믿기 시작했다.

 

과학혁명은 종교(이데올로기), 제국주의, 자본주의가 결합된 형태에서 보다 극적으로 역사를 움직이는 힘으로 나타났다. 과학과 제국과 자본 사이의 되먹임 고리는 지난 500년 간 역사의 가장 주요한 엔진이다.

 

근대과학은 유럽 제국 덕분에 번창했다. 18-19세기 유럽의 군사탐험대 목적은 과학지식의 발견이었다. 찰스 다윈은 지리학과 자연과학의 관심으로 진화론의 열매를 맺었다. 아메리카 대륙 발견은 과학혁명의 기초가 되는 사건이다. 1750년에서 1850년 사이 유럽은 세계 경제와 대부분의 땅을 확고하게 지배했다. 유라시아 변방 있던 유럽이 전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 과학자들 덕분이다. 근대 이후 성공한 제국들은 과학연구를 장려했고 과학자들은 제국의 주인을 위해 무기, 의학, 기술개발에 힘썼다.

 

자본주의는 유럽 제국주의 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본주의는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둔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투자하라는 자본주의 윤리와 구매하라는 소비지상주의 윤리는 동전의 양면이다. 오늘날 대부분 사람들은 자본주의 소비지상주의 이념을 성공적으로 준수하며 살아간다. 요청받은 그대로 행하는 역사상 최초의 종교이다. 하지만 농업혁명과 마찬가지로 현대 경제의 성장은 거대한 사기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인류는 끝없는 혁명의 길을 열었다. 산업혁명은 에너지 전환. 상품생산등 새로운 길을 열었다. 유일한 한계는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원 개발을 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생태계파괴, 지구의 종들 멸종, 생태계혼란(지구온난화,해수면상승,오염)등 파괴적인 변형을 일으켰다. 산업혁명으로 가족과 공동체가 수행하던 전통적 기능은 국가와 시장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가족과 공동체의 억압은 오늘날 국가와 시장의 억압보다 덜하지 않았다. 국가와 시장이 식량과 주거, 교육과 의료, 복지와 직업 제공, 연금과 보험제공, 보호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해방에는 대가가 따른다.

 

과거 세상은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등장으로 폭력은 점차 감소되었다. 1945년 이래 폭력이 줄었다고 국가 간의 폭력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유럽 제국이 붕괴하고 세계의 정치, 문화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적 연결망은 국가의 독립성을 약화하고 세계 제국은 세계 평화를 효과적으로 강제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인간의 생명이 유기체로 자연선택 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진화했다고 보았다. 그런데 앞으로의 미래에서 인간은 과학을 통해 지적설계자가 되어 비유기적 생명체를 만들기 시작할 것으로 과학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한다. 앞으로 인간의 몸과 마음은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기계 인터페이스에 의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불멸을 향한 탐구로 길가매시 프로젝트를 도전하여 초인간을 창조해 낼 것이라고 한다. 생명공학적인 신인류, 사이보그 인간등으로 대체하면서 미래 과학 기술의 발전은 한계가 없는 인간 강화를 해 갈 것인데 이것이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각자의 피라미드를 호화롭게 건설하고자 하고자 하는 인류의 탐욕과 욕망은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암시를 남긴다.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에 함께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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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캔 별숲 동화 마을 41
은경 지음, 유시연 그림 / 별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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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기술을 악용해서 동물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며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려는 인간의 야만성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애니캔은 애완견 용품을 파는 상점이다. 주인공 새롬이는 애니캔의 상점을 들어서는 순간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다. 동물은 보이지 않고 캔들만 진열대에 잔뜩 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예쁜 별이, 반려견을 만나 행복한 동반의 기쁨을 만끽한다. 그러나 별이가 사료외 다른 음식을 먹으면서 아픈 상황이 발생한다. 새롬이는 동물을 동면시켜서 캔에서 보관했다가 외모와 성격 등 고객의 취향에 맞추어 공급하는 애니캔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더군다나 애니캔은 별이를 일주일만에 성견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며 동물의 수명까지도 정해 놓았다. 환상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장차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되어 소름이 끼친다.

 

한국 사회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천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반려 가구는 550만 명을 넘어 전체의 25%를 넘었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원하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프로그램 비중이 늘어간다.

 

새롬이는 집안의 화목을 위한 매개체로 반려견을 택한다. 반려견은 인간과 살아온 수천년의 세월동안 교감하는 능력이 가장 발달했다고 할 수 있다. 반려견이라는 말에서 의미하듯이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반려동물이 인간의 애완동물 역할과 기능을 건강하게 하기만을 바라며 애니캔을 만들었다. 애완견의 기능이 끝나면 병들거나 아픈 것 없이 안락사시킨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동물을 실험해서 의학적으로 검증하고 인간에게 적용해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났고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AI 기술과 4차 산업 혁명 기술의 발달로 현대 사회는 경쟁이 날로 더 치열해 진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인간의 호기심과 도전 의식은 끝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돈을 향한 욕심 또한 한몫한다.

 

인간과 동물이 동등한 생명이다. 그러나 온전한 생명으로 대하기보다 기호품으로 가치평가 하는 사고가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반려동물로서의 효용가치가 없으면 폐기해도 좋다는 인간의 생각은 인류 집단 존립 자체를 심각하게 할 수 있다. 동물의 고통이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서적 공감 능력은 인간에게도 그대로 공감의 반경을 넗혀가는 능력이 된다.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동심이 파괴되고 있다. 아이들은 진짜 가족처럼 여기기 때문에 여행 때 반려동물을 데려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개념은 무엇일까?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가족의 쓸모를 입에 바른 소리로 외치는 얄팍한 상술에 불과한 것일까? 동면 기술과 수액 기술에 성공해 상업적으로 출시한다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동물이 실험으로 희생되어야 할 것인가?

 

어른들은 다음 세대인 우리 자녀들의 공감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우리 자녀들은 태어 날 때부터 영상을 시각화하면서 태어났다. 가상세계가 익숙하다. 점점 개인주의 성향을 보인다. 동물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가도록 어른들과 기업, 사회가 함께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새롬이와 친구들의 별이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의 사고력이 예전보다 많이 확장되어 가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자녀들을 구속하고 간섭해서는 큰 나무로 자라가기 힘들다. 자녀들을 독립적인 한 인격체로 존중해 줄 때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자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같은 종이라도 멸절시키면서 진화해 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반려동물에 대해서 호모 사피엔스는 인지적 공감의 반경을 넓혀가야 한다. 과학의 진보나 인간의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동물을 과학 실험이나 의료 행위, 먹거리 대체용으로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간과 동물은 지구상에서 긴밀하게 연결된 존재들이다. 이 책은 다른 창조적인 접근과 사고를 모색하도록 질문을 던진다. 답을 고민하며 찾아가야 한다. 그 답은 지금 자라나는 자녀들의 상상력과 창조적인 능력에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가 그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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