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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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국판 제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영어판 제목은 “Why Fish Don't Exist"이다. 한국판 제목이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가 화두로 삼는 단어는 혼돈이다. 혼돈이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작가는 혼돈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신의 인생을 일으키고 싶어 그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다. 그는 19세기의 분류과학자이다. 영웅적인 인물로 지금도 스탠퍼드대학의 건물에 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작가는 그가 어떻게 파멸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그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책은 1-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전기형식으로 작가 자신의 삶을 에세이형식으로 연결지어 가며 난파되어 잔해된 자신의 삶을 다시 이어 붙여보려한다. 소설 못지 않은 기승전결 형식까지 더해 흥미진진하다.

 

작가의 결론을 이야기하면 물고기, 즉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라는 어종의 분류는 어린 아이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작가는 어류라는 분류로 자연의 질서를 부과한 것이 편리한 것일지는 몰라도 인간은 틀렸다고 한다. 과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뜬 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을 용기있게 선언한다.

 

어린 시절 정서적으로 예민했던 작가는 인생의 의미를 알고 싶었다. 허무주의자 아버지의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고 인간은 아무도 중요하지 않아라는 답은 그녀를 자살로 이끈다. 살아났지만 우울뿐인 삶은 대학시절 한 남자를 만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그녀의 동성애로 인해 사랑했던 남자와의 결별을 맞이하게 된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무정한 세상이었다.

 

작가는 닐 디그래스 타이슨 우리는 점 위의 점 위의 점이다라는 말을 빌어 너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아버지의 말에 내면 깊숙이 반박하고 싶은 감정을 가진다. “한 사람을 계속 나아가도록 몰아대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카프카의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는 개념에서 진정한 내면의 열정을 생각한다. 파괴되지 않는 것은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인 것과는 다른 차원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열정이다. 그러나 데이비드의 내면은 성공과 야심으로 뒤덮여 있다.

 

데이비드는 수많은 위기를 맞으면서도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라고 하며 불굴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작가는 이것이 데이비드의 자기 기만이라고 한다. 작가는 데이비드의 기만이 과도한 자신감이라고 하며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들어 과학기자답게 증명해 나간다. 장밋빛 자기 기만은 정확한 자기 인식보다 잠시 나을 수 있다. 정확한 인식은 병적 수준의 우울증을 보이지만 약간의 자기 기만은 때로 강한 정신력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밋빛 렌즈는 한계가 있다. 결국에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데이비드의 경우 지나친 자신감은 기이한 연금술을 발휘해 그의 인생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이고 싶다는 강한 욕망으로 제시를 죽였다. 작가는 추적에 추적을 하며 그를 살인자로 세상에 드러낸다.

 

데이비드는 교사 시절 루이 아가시라는 과학자를 만나면서 자연의 사다리라는 관념의 씨앗을 마음에 품게 된다. (그는 루이 아가시와는 달리 다윈의 진화론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신을 없앤 다윈과 달리 그는 자연의 사다리를 받아들였다). 자연에 위계, 등급이 감춰져 있다는 사다리(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관념은 세계가 신의 계획으로 짜여져 있다는 것으로 그의 신념 체계가 된다. 그는 이탈리아 알프스의 아오스타라는 마을을 보고 자선과 호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한다며 인류의 쇠퇴를 예방하기 위해 우생학 보급에 열성적으로 임한다. 수용소까지 설치해 집단감금과 폭행, 불임수술을 자행하는 악행을 저지른다.

 

빈곤과 타락은 유전될 수 있으니 박멸해야 한다고 하는 우생학 찬성론자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반대하는 자들 사이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핵심을 볼 수 있다. 다윈은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변이의 힘을 칭송한다. 다윈은 서로 다른 유형 개체 간의 이종교배가 그 자손에게 큰 활격과 번식력을 만들어준다고 보았다.

 

다윈은 신의 계획이라는 것이 허상임을 폭로했다. ‘자연의 사다리는 인간 상상의 산물로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데이비드에게는 과학이나 진실보다 믿음이 중요했다. 그에게 자연의 사다리 믿음을 놓아버리는 것은 혼돈이었을 것이다. 사다리는 그에게 해독제였다. 그는 완벽함의 계층구조에 관한 관념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에서 진리를 찾으라는 자신의 충고를 따르지 않았다. 동물이 거의 모든 기준에서 인간보다 더 우수할 수 있다는 자연의 무수한 반대 증거를 무시해 버렸다.

 

작가는 혼돈을 이길 방법은 없으며 인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우주의 냉엄한 진실앞에서 각자의 보잘것없음을 인정해야 함을 마주한다. 하지만 작가는 수용소에서 부적합자 판정을 받고 불임수술을 받은 애나를 만나면서 우리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민들레 법칙]으로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다윈의 신념이었다. 다윈은 하나의 계층 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자연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작가는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을 [민들레 원칙]이라는 개념을 들어 겸손한 마음을 가질 것을 권고한다.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은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기학의 원칙 중에 누가 누구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있다. 두 종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을수록 둘이 가까운 관계일 거라는 생각에 기초한 방법이다. 그러나 공통의 진화적 참신함이라는 새롭게 추가된 특징을 통해 물고기처럼 생긴 생물들 중 다수가 자기들끼리보다는 포유류와 더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고 명기함으로써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규정지우고 상상속 사다리에서 인간이 제일 윗자리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한 것이다. 이것은 과학이라기보다 믿음과 신념으로 만들어진 관념이다. 이 신념이 완강해질 때 보지 못하는 것을 폄하하고 도외시하는 위험이 뒤따른다.

 

작가는 양성애자이다. 두 가지 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 말을 싫어하지만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고백한다. 자신의 성적 취향으로 사랑했던 남자로부터 결별당해야 했던 아픔, 또 다시 혼돈의 암흑속에서 작가는 어떻게 희망의 빛줄기를 발견해 가야 하는가? 혼돈을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그 혼돈을 깨뜨리고 더 넓은 세계 속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작가는 자신만의 해답을 던져 준다. 작가는 인간이 만든 범주를 깨뜨려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에서 혼돈이 부담스러워서 확실한 질서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는 혼돈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문제로 언제 일어나는가? 시기의 문제라고 한다. 혼돈이 주인으로 지배한다면 인간은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늘 방황하며 우울에 싸여 살아갈 것이다. 또는 혼돈을 회피하고 절대적이고 확실한 것을 선택한다면 잘못된 신념 체계로 살아갈 위험이 있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며 인간이 만든 범주를 깨뜨리고 경계를 넘어서서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혼돈을 이기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자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 분야에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긴 시간들을 거쳐야 했다. 그 답은 작가의 내부의 우물에서 길러야 했기에 고독한 시간의 몫을 오로지 혼자 담당해야 했다.

 

과학적인 내용만 있었다면 소위 문과생들은 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것에 어떻게 과학만이 있을 수 있는가? 인간은 문화와 역사라는 환경의 산물에서 심리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해 나가는 복합다단한 생물이다. 철학적인 질문과 과학적 탐색, 심리적인 인식을 통한 작가의 성장 에세이다. 작가는 고독한 시간과 탐색으로 인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그렇게 살아갈 용기를 얻은 한 사람이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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