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연구(초) 범우문고 154
신채호 지음 / 범우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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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한(韓)민족의 역사서는 말 그대로 수난의 역사이다. 수많은 역사서적들이 외침의 물결 속에 빼앗기고, 유실된 경우가 허다하며, 가장 그 폐해가 심각했던 때는 바로 일제 강점기 시대의 민족말살정책이지 않았을까?  역사에 약간이라도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일제가 얼마나 치밀하게 우리의 역사를 탄압하고 변경하려 했는지 어렴풋이나마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우리의 역사는 친일파의 잔재가 가시지 않아 예전부터 전해 내려온 민족의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암흑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비록 신채호 선생이 이국 땅에서 자신의 혈육을 위해 써 내며 스스로 준비가 불완전한 졸작이라 평하고 있으나, 일제의 탄압을 피해 먼 이국 땅에서 민족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쓴 조선사연구(草)는 암흑시대를 밝힐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서적일 것이다. 원래 조선사연구(草)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논문 형태의 역사 연구를 1920년경 신문지상에 게재하였다가 따로 책으로 출판된 것이다. 하지만 신채호 선생의 조선사연구초 원문을 보자면 고어체 및 한자로 인해 선뜻 읽기가 쉽지가 않다.
불과 100년도 안된 귀한 서적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된 세대의 서러움을 어디다 하소연 할 수 있을까?

비록 사학 연구에 있어 한자(漢字)의 사용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긴 하지만 문고본으로 나온 이 책은 일단 한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신채호 선생의 연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는 참으로 바람직하다. 신채호 선생의 이 논문들에 대한 현 강단 사학계 및 역사학 전문가들의 평가가 어떤지는 전혀 모르는 바이지만, 문외한인 나에게 있어서 이두문 해석 및 전후 삼한고에 대한 단재의 탁월하고 독창적인 접근 방법 등은 책을 읽는 내내 '아'하는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이두문의 해석 방법에 근거하여 고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 이러한 이해 하에 평양 및 패수라는 명칭을 해석하여 고문을 정확히 해석하려는 방편 및 삼국지 동이열전의 여러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으려는 노력 등 단재 신채호 선생 자신의 주장에 치우치는 경향이 조금 느껴지기는 하지만 교실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한바탕 시원하고 명쾌한 역사강의에는 틀림이 없는 내용이었다. 지나친 한글화와 한글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 어려운 문장 때문에 두고두고 씹어야 할 책이기는 하지만, 나에게 있어 몇 번이고 읽어 이해를 해보자는 도전 의식을 일깨울 망정, 책장 속에 묻혀버리고 말 책은 아니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원래의 한자를 단순히 한글로 바꾸기보다는 필요한 경우에는 주를 달거나 괄호를 사용해서라도 원문에 해당하는 한자를 남겨 놓았어야 하지 않았었냐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쉬운 예로 한(韓)족과 한(漢)족은 상고사 관련 문헌에서 가장 빈번히 나오는 동음이의어로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한자 토를 달아야 할 것인데, 그냥 한족이라고만 쓰여진 경우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 점 또한 문고본이라는 제약 및 가격의 제약 때문이리라 하는 관대한 마음이 들 정도로 책의 디자인 및 구성은 읽기 쉽게 되어 있었다. 상고사에 대해 관심있는 독자라면, 이 책만을 보지 말고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조선사연구초 서적 혹은 조선사연구초 원문을 옆에 두고, 이 책을 보조로 두면서 읽으면 한결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주옥같은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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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화 - 일본 신화의 명쾌한 투시도
요시다 아츠히코.후루카와 노리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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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이 책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의문점 중의 하나는, 어떻게 일본에는 그리스 신화와 필적할 만큼 체계적이고 일관된 신화가 존재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 만큼 이 책은 일본의 신화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잘 설명해 놓았는데, 앞서의 의문점에 대해서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짧게 언급한다.

 

“고분 시대의 일본은 한반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백제의 왕실과 일본의 왕실은 친척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그 때문에 당시 일본보다 발전된 문화를 가지고 있던 한반도에서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이주했고 조정에 중용되어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물론 당시의 한반도에는 스키타이인의 문화가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그 스키타이인의 문화는 고대 그리스인의 문화에서 강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필자는 역사 속에서 한반도가 현 일본 열도에 끼친 문화적 영향을 중간 매개자 정도로의 역할로 감소시키면서 일본 신화의 원류가 한반도가 아닌 그리스에 기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얘기한다. 물론 학계의 설이 분분하겠지만 상고시대 우리 민족이 기마 민족이었던 점은 사실이기 때문에 스키타이 문화가 전달한 그리스 신화에 영향 받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스는 기원전 7세기경 번성하였다. 우리는 기원전 20세기에 이미 고조선이 건립되고, 고구려나 백제가 이 책에서 얘기하듯 4~7세기에나 이르러서 스키타이 문화에 영향을 받은 기마민족이 세운 나라는 아닐 것이다. 필자는 전반적으로 일본의 신화 형성에 고대 한국이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긍정하는 어투도 아님에 슬쩍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 책은 무려 15년 전에 지어졌던 책이었던 점을 먼저 감안하자. 그 때에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일본 군국주의가 만들어 놓은 사관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때였었던 점도 동시에 되새기자. 일본 신화에 대해서는 아주 잘 설명해 놓은 책인 점에는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지만, 눈치 빠른 독자라면 책 185쪽에 등장하는 다음 구절에서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이곳은 가라쿠니(韓國)를 마주 보고, 가사사 곶으로 통하며, 아침 해가 똑바로 비치는 나라, 저녁 햇살이 빛나는 나라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나라이다.

 

신화 시대를 얘기하는데, 한국이라는 고조선때의 국명이 나온다.(고조선 시대 반도에는 삼한이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책이 기본하고 있는 일본서기와 고사기의 기록 연대를 책의 서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신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책이 얘기하는 신화가 기록된 일본서기 및 고사기는 서기 8세기에 편찬된 것이다. 8세기의 일본국의 기록에 한국은 일종의 성지(聖地)였던 것이다.

 

그 당시 동아시아의 8세기는 어떤 시대였는지 살펴보자. 바로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하여 고구려, 백제를 멸망시키고, 당나라의 잔존 세력을 몰아내고 난 후이다. 이에 고구려의 옛 땅에는 발해가 들어선 남북조 시대 초기였다. 그 전인 삼국시대 때에는 삼국의 많은 승려, 학자, 기술자 등이 일본에 건너가 한자 및 각종 기술을 전한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나라의 역사서를 편찬하는 것은 중대한 일로, 고려시대 지어진 삼국사기에 보면 고구려는 국초에 국사 100권을 지어 유기라고 하였고, 백제는 근초고왕 때 서기(書記)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왜국은 건립 초기에 왜 역사서를 편찬하지 않았을까? 그 의문은 최근 한일 관계 서적들을 찾아보면 해소된다.

 

본 책의 저자도 ‘백제의 왕실과 일본의 왕실은 친척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고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듯이, 과거 왜국의 뿌리는 백제로 실제로 백제국과는 연합 제국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성호의 ‘비류 백제와 일본 국가의 기원’최진의 ‘다시 쓰는 한일 고대사’ 참조) 이러한 왜국이 백제가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 의해 멸망함에 따라 - 이 때 왜에서는 대대적인 구원병을 보냈었음이 일본서기에도 기록되어 있다 - 새로운 국가의 전통을 세울 필요가 생겨났던 것이다. 새로운 국통을 세움에 있어, 과거 국가의 기원이던 반도에서의 패전의 기록을 과감히 삭제하고 ‘일본’이라는 새로운 국호의 새 나라의 역사를 쓰게 된 것이 일본 서기라고 생각된다. 일본 서기가 저술된 시기는 일본 황실의 강력한 한인계(韓人) 집권자였던 소가씨가 멸문되고 난 후이기도 하다.

 

카터 고벨 박사(동양 미술 사학자, ‘한국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저술)에 따르면, 4세기에 가야국의 기마 집단이 일본 전역을 점령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이것이 중국의 위지 왜인전에 기록된 전설적인 여왕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3-6세기에는 반도에서 많은 한인들이 이주하여 각 지방에 거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각기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한인들이 건립한 세력들이 대립하는 시기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4장인 ‘지상의 주권을 둘러싼 싸움’은 이러한 사실의 은유적 표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에 대해 좀 더 많은 지식으로 무장되어 있다면 이 책은 좀 더 새로운 내용을 얘기해 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신화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일본 신화의 이념인 천손(天孫-하늘의 자손) 사상은 우리의 고유한 사상을 바탕으로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신화의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 우리의 것과 많이 틀린 점, 또는 우리의 신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점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는 아마, 우리의 옛날 서적들은 수많은 전란과 (특히 일제의) 인재를 입어 수없이 유실되었기 때문일 것이며, 혹은 일본 서기의 편찬자들이 일본이라는 나라가 건국되기까지의 도래인(한반도에서의 이주인)들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며, 혹은 일본 열도 토착민들만의 고유한 사상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 열도에 나라를 건설하고, 그 바탕이 된 인재들의 상당수가 한인계 도래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일본 서기나 고사기 등에서 전해지고 있는 신화적 사실들이 원래는 우리의 것이 아니었나 하고 유추하게 되는 것이 그리 큰 오류는 아닐 것이다.

 

문외한의 시각으로 바라본 근거 없는 가설일지도 모르나, 어쩌면 저 신화들은 태초의 우리 겨레가 간직하던 신화이거나, 우리의 선조가 일본을 개척하던 시대의 기록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의 옛 서적이 수도 없이 사라진 지금 일본의 역사서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것을 찾아내는 일이 다방면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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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의 뿌리를 찾아
존 카터 코벨 지음, 김유경 옮김 / 학고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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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과연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철모르던 시절 수학여행에서 잠시 스쳐간 경주의 석굴암이나, 일본과 한국에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미륵보살반가사유상에 대해 누가 이렇게 애정에 찬 강렬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책에 기재된 수많은 칼럼들이 쓰여진 때는 1980년대 초반이다. 동양미술사학자로 오랫동안 일본 문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던 코벨 박사에게 있어 풀리지 않던 갈증은 한국 문화를 접하고서 풀리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배달겨레의 후손으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국인으로 자라났지만, 그녀가 갈파하는 주장들을 마주 대하면 한없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으며 그녀의 열의에 감탄할 뿐이다. 물론 내가 문외한인 점 또한 그 이유일 것이며, 과거 몇 십년 전 일본에서 수학하였으므로 일본에 압도되어버렸거나 적어도 일본사학자의 논리에 순종하고 있는 일부의 전문가들에게 있어서는 그런 비판의 글도 있어야 한다는 자세를 견지하게 되거나 한국을 떠나주기를 바라는 이단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1981년 방문한 국내 박물관 소장품에 대부분 붙어있지 않던 영문 설명은, 엊그제인 2005년 다녀왔던 때에도 크게 나아진 바가 없었다. 거대하게 개축되어 있는 건물에 비해, 그 설명에 대한 노력이 점차 이루어지리라고 믿는 수 밖에. 그녀의 수많은 주장들은 진실로 우리의 문화를 사랑함에 할 수 있는 국수주의와는 거리가 먼 귀기울여야할 내용이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권력이나 보수파나 정치에 대한 얘기를 접어두고, 진정 이 책의 가치를 살펴보자.

 

코벨 자신은 그가 쓴 글을 빗대어 한국문화의 광산에서 타이프를 삽과 곡괭이 삼아 캐낸 보물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녀의 글은 한국 문화라는 보석을 캐는 보석과도 같이 느껴진다.

 

입시를 위해 억지로만 외우던 우리의 문화 재산들이 이렇게도 아름답고 귀중하고 발전된 것이었음을 그녀의 글로 인해 비로소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며, 일상에 묶인 몸을 당장에라도 빼내어, 우리의 문화 유산들을 만나러 가고 싶게 만드는 설득력으로 무장한 채 생생히 속삭이는 생명력을 가진 글이다.

 

이 책은 고리타분한 역사책이 아니며, 그런 저런 문화유산 탐방기도 아니다. 그녀가 누군가 해결해 주었으면 하면서 던져놓고 간 문제들은, 한 사람의 학자에 의해 제시되는 가설에 지나지 않을 내용들일 수도 있으나,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밝혀야 할 역사적 사명일 것이다.

 

우리의 진정한 역사나 문화적 뿌리에 대해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아낌없이 이 책을 선택하고, 이 책이 들려주는 우리의 보석과도 같은 옛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끝으로 이 책과는 무관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편역한 김유경 기자님은 현재 프레시안 웹사이트에 코벨 박사의 컬럼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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