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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지은이가 옛 선조에게 두들겨 맞은 죽비소리가 선방을 가득 채우고 문득 함께한 우리들의 정신에도 일침을 가한다. 이 책에는 방안 가득 퍼지는 향내처럼 마음 가득 울리는 죽비소리가 담겨있다. 모름지기 어떤 학문이든 어떤 경험이든 자신이 아는 만큼만 보이고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여기에 담긴 글들이 어떤 느낌으로 자신에게 와 닿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지극히 오묘한 말은 오래되어야 맛을 알게 되고, 낮고 가벼운 작품은 언뜻 보기에는 좋아보인다. 배우는 사람은 책을 볼 때, 마땅히 되풀이해 읽고 깊이 생각하여 글쓴이의 뜻을 얻으려고 기약해야 한다.”는 책 속의 말이 더욱 어울리는 글들이 가득한 동시에, 언제고 다시 펴서 읽어도 새로운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을 보면, 수백년이 흘러도 사람이란 존재를 관통하는 진리란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눈도 밝고 두 손도 멀쩡하면서 게으름 부리기를 즐기는 자는 툭하면 소일消日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소일’ 즉 ‘날을 보낸다’는 두 글자는 ‘석음’惜陰 곧 ‘촌음을 아낀다’는 말과는 서로 반대가 되니 크게 상서롭지 못한 말이다. 내가 비록 부족하지만, 일찍이 이 말을 입 밖에 낸 적이 없다”는 구절을 대하며 마치 직접 죽비에 맞은 듯한 느낌이다. 좋은 문장은 많으나 받아들일 내 그릇이 아직 크지 않으니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이란 이런 것 정도이겠다. 몇 줄 되지 않는 치졸한 감상을 남기며, 다시 한번 나를 내리치는 죽비소리가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정신을 맑게끔 깨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