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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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조선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18년의 유배 생활에도 끊임없이 학문에 정진했던 다산이

평생 학문의 끝매듭으로 택한 <심경>

18년이라는 긴긴 유배 생활에도 스스로를 놓지 않고 학문에 정진해 온 대학자.

고된 유배지에서도 끊임없이 자식들의 삶을 바른길로 인도하며 독서의 길로 인도한 아버지. 폐족이 된 비관적인 처지에서도 바른 삶의 길을 잃지 않도록 교육하는 참된 아버지이자 스승. 다산의 삶을 존경해 온 나는 <다산의 마지막 공부>를 읽으며 또 한 번 탄복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세상의 풍파와 유혹으로부터 단단하게 지켜낸 마음.

길고 길었던 고난의 시간을 견뎌낸 다산의 단단한 마음 역시 쉼 없이 학문에 힘쓰며 길러낸 고귀한 학문의 결정이었다.

비록 성인군자가 아니어도 다산 같은 대학자가 될 수 없더라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짧은 인생을 인간다운 행복을 누리며 살기 위해서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내 마음을 지켜내는 법.

<다산의 마지막 공부>는 <심경>을 쉽게 풀어 우리에게 이런 다산의 배움을 나누어준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그 일상 속에서 선한 마음의 근본을 따라 살아가라는

아주 단순하지만 현실에서 결코 쉽지 않은 가르침.

분노가 넘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비자의 합리적인 법치주의가 공자의 '인''의' 사상보다

현세에 훨씬 부합한다고 믿는 나지만

<심경>만큼은 지금 이 치열한 세상에서 꼭 필요한 배움이란 생각이 든다.

차오르는 욕심에 지지 않도록

마음의 선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를 잃지 않도록 부끄러움을 아는 삶을 살아가도록

배우고 또 배우는

배움을 이어나가는 삶을 살아가자.

다짐 또 다짐해본다.

다산의 삶이 주는 가르침처럼

<심경>의 배움을 가슴에 새기며

마음을 잃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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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김연수 지음 / 레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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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나를 매료시킨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슬픈 노랫말 같은 이 소설은 어떤 마음으로 썼던 걸까? 책을 덮고도 오랫동안 작가의 세상이 궁금했다. 작가의 마음이 궁금했다.

<시절일기>는 그런 소설가 김연수의 세상, 그 세상을 위로하는 소설가의 마음을 조곤조곤 노래한다. 그리고 그 조곤조곤한 노래는 비수처럼 가슴을 후벼판다.

작가의 염세적인 시선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내가 찾아헤매던 자아실현이 이 유구한 역사 속에서 얼마나 무가치한지 일깨운다.

그러나 밝고 희망으로 가득 찬 글을 읽을 때보다 더 따뜻했다.

세상은 갈수록 잔학해지고, 나는 우주의 티끌만도 못한 존재지만, 살아가고 또 함께 살아간다. 이런 우리를 위로하는 수많은 예술이, 문학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우리의 삶을, 우리 곁의 삶을 사랑하고 기억한다.

문학의 의미와 가치, 읽고 쓰고 또 읽고 쓰는 그 수많은 시간들의 빛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책을 덮으면 넘실대며 반짝이는 달이 차고 기울며 만들어 낸 세월이 있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이란 따뜻한 말에 이 세월을 담아낸다.

이 따뜻한 말과, 이 가지런한 세월이 또 사람 마음을 참 아프게 한다.

그렇게 덧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어린 영혼들이 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2014년, 5년이 지났음에도 그날을 떠올리면 속절없음에 가슴이 아파온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에... 그들은 저 달빛 세월처럼 검푸른 바다와 함께 사라졌구나... <시절일기>에는 이 아픈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참사 후에 드러난 지옥 같았던 세상에 모습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애도를 완결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

<시절일기>는 이렇게 끊임없이 애도한다.

불가능한 애도를 위해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는 그 말을 실천하듯

계속해서 기억하고 아파하며 가여운 어린 영혼들을, 괴로운 세월을 견뎌 온 유족들을, 그 시절을 함께 슬퍼해온 우리를 위로한다.


김수연 작가의 고운 문장들은 명사수처럼 내 마음을 적중한다.

잔뜩 괴로워지고 나면 위로를 건넨다.

적중한 마음에 위로가 관통하고 어떤 따뜻함이 차오른다.

괴롭지 않은 이가 없는 세상.

오늘도 아픈 세상을 견디는 우리에게

<시절일기>가 건네는 위로는 삶을 다르게 바라볼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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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장들 2 - 감성 중국어 필사책 마음의 문장들 2
김소희.시린 지음 / 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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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번역가 겸 작가 김소희(차라) 님과 중국 시나리오 작가 시린 님의 두 번째 중국어 필사 책 <마음의 문장들2>

따뜻하고 예쁜 문장으로 마음에 위로를 주었던 첫 번째 책처럼 두 번째 책에서도 두 작가님의 따뜻하고 맑은 문장이 지친 마음에 달콤한 휴식을 선물해 준다.

세상에 대한 피로도가 짙은 요즘, 마음이 짜게 식어간다. '새벽 감성을 조심해!'라며 감정이 실린 글들을 경계한다. 소위 '싸이월드 시절'에는 감정을 표출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요즘은 세기말 감성이라며 조롱당하기 일 수다. 감정을 나누는데 참 박해진 것 같다. 마음을 데워줄 따뜻한 말 한마디가 참 귀한 시절이다.

이런 퍼석한 시절, <마음의 문장들2>를 한 문장 한 문장 따라 쓰며 참 귀한 따뜻함을 누렸다. 사랑에 무뎌졌던 마음이 말랑말랑해져 설레기도 하고, 아팠던 이별을 소환해 순수했던 그 시절에 나를 만나 설레기도 했다. 잊었던 여행의 설렘도, 말라버린 삶의 여유와 희망도 마음속에 새초롬하게 싹을 틔워낸다.


중국어 공부로 열정을 불태우며 순식간에 읽어내기엔 한 문장 한 문장 정성 가득 다듬고 다듬은 고운 마음이 느껴져 매일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따라 썼다.

2권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김소희의 몇 가지 번역 이야기'.

이번에도 차라 님의 따뜻한 번역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엿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번역 공부를 하는 나에겐 한없이 다정하고, 소중한 배움이다.

<마음의 문장들2>

아등바등 바쁜 하루에 짧은 문장이 주는 마음의 휴식으로

따사로운 햇살 같은 시간을 보내게 해준 선물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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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하는 마음 일하는 마음 2
김필균 지음 / 제철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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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는 이름의 꿈과 현실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

학생 때 이따금 어머니께 편지를 쓰면 무척이나 감동하시는 모습에 쑥스러워하면서도 내 문장이 썩 나쁘지 않았군? 하며 뿌듯함을 느꼈다. 글짓기 대회에서 몇 번인가 상을 타면서 나도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건 아닐까? 설레발을 치기도 했다.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운 좋게도 내가 현실을 피해 숨어든 공간은 도서관이었다. 그땐 정말 닥치는 대로 읽었다. 책 속에는 당장이라도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행복함도 있었고, 내 불행과는 비교도 못 할 만큼 끔찍한 삶도 있었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가르쳐주는 책도 있었고, 흥미진진한 역사 책도 있었다. 수많은 이야기들은 세상에서 피해 숨고 싶은 어린 마음이 다시 꿈을 꾸고 살아가게 해주었다.

혹시 글 쓰는 재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발은 내게 가장 완벽했던 도피처 도서관에서 자연스럽게 희망이 되었고, 내 꿈은 책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뭐 인생이란 게 잘 닦인 고속도로도 아니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흘러 흘러 가다가다 보니 꿈이고, 낭만이고 어디로 갔는지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열심히만 살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책은 내 곁에 있었다. 어린 날 습관이란 게 어디 안 가서 결혼에 고비가 찾아왔을 때도 책에서 답을 찾았다. 요리도 책으로 배우고, 육아도 책으로 배우고, 그림도 책으로 배우고, 사춘기를 앞둔 아이들을 위해 청소년을 대하는 법도 책으로 배운다.

아차... 아이들에게 꿈꾸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은데 내 꿈이 뭐더라?

뒤늦게 허둥지둥 꿈을 찾겠다고 또 책을 뒤적이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중단된 유학 생활의 한풀이로 중국어를 전공하고, 중국어 공부를 하려고 우연히 읽은 책에서 번역이란 꿈을 찾았다. 당연히 책이 너무 좋은 나이니 번역도 기왕이면 출판 번역이 좋겠다 싶어 하루하루 번역과 관련된 책들을 읽다 보니 글 쓰는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기본적인 언어 실력 외에 번역하고 싶은 책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지고 나니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 같은 게 궁금해졌다.

그러다 우연히 김태균 인터뷰집 <문학하는 마음> 북펀딩을 발견했다. 문학 편집자로 10년 넘게 일해 온 프리랜서 편집자 김태균 작가가 문학에 몸담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그림책 작가,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시인, 소설가, 극작가, 에세이스트, 웹 소설 작가, 문학 평론가, 서평가, 문학잡지 편집자, 문학 기자) 인터뷰한 내용을 모은 책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었다. 신박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작가에게는 다른 어떤 특별함이 있을 것만 같고, 평범한 사람들과는 사고방식부터가 다른 어떤 미지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아닐까? 그런 특별함에 대한 동경이 있다.

호기심과 동경이 가득한 마음으로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읽었다. 기본적으로 유쾌하다. '문학' 두 글자에 담긴 어떤 거리감? 무게감? 과 달리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매우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들이란 게 느껴져서 정말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에 스스로가 깜짝 놀랄 만큼 유쾌한 인터뷰집이다. 김태균 작가님은 '웹 소설'을 써볼까 고민하시던데 이 인터뷰집처럼 재미난 호쾌한 웃음이 담긴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기대가 된다. 작가님 웹 소설 데뷔 소식 들리면 쿠키부터 열심히 구워야겠다.

각 분야에서 유명한 분들의 입으로 듣는 '문학''문학하는 마음'은 내가 가지고 있던 환상보다 더 멋진 현실이었다. 삶이고 노력이었다. 내가 생각한 미지의 힘, 선천적인 특별함이 아닌 성실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특별함이었다.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그분들의 노력과 삶은 또 다른 동경을 낳았다.

환상의 나라 같았던 작가나 책 편집자의 삶, 출판업계도 결국은 현실이었다. '꿈'꾸는 사람들의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노력, 고단함을 견뎌내고 버텨내고 끝내 이뤄가는 성실함. 이 현실 속에의 성실함은 환상의 나라에 대한 동경을 넘어 존경과 경애심이 생겨난다. "아, 멋지다!"란 말이 절로 새어 나온다.

"예전에는 급하게, 마흔이 되기 전에 꼭 소설 한 편을 써야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마흔이 넘으니까 오히려 편해졌어요. 인생을 좀 더 길게 보고 한 권이라도 쓰자, 이렇게 바뀌었어요."

그는 계속 쓰는 사람, 그러니 언제라도 반드시 쓸 사람이다.

191p. 정여울, 에세이스트의 마음 中

이 부분을 읽으며 아 그래 '꿈'이란 게 이런 거지... 계속 꿈꾸고 노력하는 사람, 그러니 언제라도 반드시 꿈을 이룰 사람. 언제라도 반드시. 뒤늦은 꿈에 조급한 마음에 용기가 한가득 생겨났다.


'문학하는 마음' 그건 아마...

꿈과 현실을 줄타기하며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가 가지는 힘,

현실을 살아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꿈꾸게 하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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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출판이라고 - 여성 코미디언에 빠진 너드걸의 출판 프로젝트
김민희 지음 / 더라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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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도서관에 눌러 앉아 책을 읽던 시절에 책을 고르는 기준이랄 게 없었다.

그날그날 눈에 띄는 표지나 제목의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장르가 생기고, 작가가 생기고, 문체에 대한 호불호가 생겨났다. 그러면서 독서의 우선순위를 나누는 약간의 기준이 생겼다. 기준이래봐야 결국엔 취향, 선호도 정도였지만.

제대로 대학 공부를 시작하고 독서에 깊이를 더 해가고, 번역 공부를 시작하며 책에 대한 애정이 배로 늘어나면서 책을 요리조리 뜯어보기 시작했다. 번역서의 제목들을 공부해보니 외서가 한국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변화에 적용된 수많은 요소들은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다. 책 표지와 내용의 괴리가 느껴질 땐 책 내용과 상관없이 실망스러움이 느껴졌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표지를 봤을 때 그 안에서 함축된 의미가 느껴지는 책을 발견하면 어떤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다.

우연한 기회에 한 출판사의 출간 예정인 책 리뷰어에 참여했다. 역사 관련 인문서적이었는데 초고를 먼저 보고 약간의 의견을 보태는 일이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얼마나 설레고 신나는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 제본된 원고를 읽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책이라는 한 덩어리가 책의 표지, 일러스트, 글꼴 등등등 얼마나 많은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매개체인지 생생하게 직접 체감하고 나니 책 한 권의 소중함, 귀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때 처음 출판사, 출판 편집에 대한 자각이 생겼다.

먼저 내 책꽂이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소장본들 중 유난히 비중이 높은 출판사 몇 군데가 눈에 띄었다. 다시 그 책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출판사의 색깔이란 게 보이기 시작했다.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운 게 책이고, 흥미로운 게 출판이었다. 그때부터 좋아하는 출판사들의 블로그를 하나하나 이웃추가해 출간 소식이나 다양한 정보를 받고 있다.

책, 번역, 출판에 대한 애정이 날로 날로 커져가던 중, 중국어·번역 공부를 하는 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들이 많아 책상 위에 꽂힌 비중이 가장 많은 애정 하는 출판사 더라인북스(자주 들여다보려고 책상에 꽂기도 하지만... 더라인북스의 책들은 색감이 예뻐서 더 애착이 간다)에서 '1인 출판'에 관한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판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나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만난 1인 출판사 '책덕'의 자유 일꾼 김민희 님의

<이것도 출판이라고:

여성 코미디언에 빠진 너드걸의 출판 프로젝트>

내가 사랑하는 책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해 책을 펼치고 추천사를 읽자마자 나는 '덕통사고'를 예감했다. 동네 책방 운영자 네 분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작가의 대단함, 멋짐에 '아, 이거 다 읽고 나면 출구는 없는 거로군.' 싶었다.

이 책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업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기 힘든 실무적인 지침과 함께 전하는 실용서로도 훌륭하지만, 신념과 철학을 가진 자유 일꾼 김민희가 불균형한 출판 세계에서 만들어낸 작지만 소중한 파동을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달팽이책방, 김미현 추천사 中

1인 출판사를 시작하기까지부터 책이 나와서 그 책이 독자들 손에 가기까지 직접 경험한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기록된 이 책은 분명 실용서이지만 모험담을 읽는 듯 흥미롭고 재미있다. 흥미진진한 무용담을 읽듯 흠뻑 빠져서 읽게 된다.

그래, 어차피 아무리 용을 써도 내 역량 밖의 일은 어쩔 수 없어. 최선을 다해서 쓰레기 같은 결과가 나오면 내가 그 정도라는 거고. 그걸 알아보고 싶어서 시작한 거잖아? 일단은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그거 하나만 보고 가자.

46p.

누구보다 잘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나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오직 나뿐이니까. 매 순간 마음을 다해 대충 만든 책으로 세상의 구석탱이를 물들여야지.

55p.

사분의 일쯤 읽었는데 쿵! 사고다 사고 '덕통사고'! '아 이 언니 멋지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 아.. 작가님.. 아 모르겠다 멋있으면 '언니'지 뭐!! 여기서 이미 작가님의 멋짐에 홀딱 반해버렸다. '또 마음을 설레게 하는 멋진 사람이 나타났다!' 책을 읽다 말고 책덕 출판사와 김민희 작가님의 블로그를 이웃 추가를 눌러 뒀다. 이 리뷰를 마치고 신나게 탐색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심각한 인생의 순간에도 유머가 필요하다.' 그런 메세지를 담은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다.

105p.

이런 관점은 책덕 출판사의 코믹 릴리프 시리즈이기 아닌 <이것도 출판이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분명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을 첫 출판 과정을 유쾌하고 당차게 이어나가는 작가님의 모습에서 '유머'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책의 유통과정이다. 김민희 작가님의 진짜 참 매력, 소신과 강단은 여기서 폭발한다. 출판 업계의 위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사서 읽는 일이었다. 소비자로서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이나 중고서점도 이용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책은 꼭 사서 보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놓치고 있던 사실이 있다는 걸 알았다.

대형 출판사와 대형 온라인 서점들이라는 고래가 일으킨 파동이 어떤 식으로 출판 생태계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지 나는 조금도 알지 못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폐단은 출판업계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작은 출판사들, 독립 출판물들과 공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출판업계의 생태계는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이것은 독자로서도 엄청난 손해다. 다양한 책을 선택하고 읽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런 고래들에 등쌀에도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독립 출판사, 동네 책방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덕 출판사, 김민희 님도 그들 중 하나였다. 소신 있게 나아가는 작가님의 행보, 달팽이 책방 김미현 님이 말씀하신 이 '작지만 소중한 파동'! 이건 거대한 고래 싸움에도 굴하지 않는 작은 새우의 반란이자 반격이다!

구석탱이부터 서서히 물들여가는 이 작지만 소중한 파동의 기록을 읽으며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님 일기 속에 적힌 그 문장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매일.'

46p.



깜찍한 엽서에 무엇을 적을까 고민하다 '덕통사고'의 감상을 남기기로 했다.

얼핏 보면 무모한 출판 도전기,

알고 보면 소신 있는 자유 일꾼의

강단 있는 출판 투쟁기!

<이것도 출판이라고>

'심각한 인생의 순간에도 유머가 필요하다.'

친절한 이 책에는 별책부록이 숨어있는데, 저자 소개 아랫부분의 QR코드를 찍으면 온라인 부록으로 연결된다. 책에 나와 있는 출판 기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또 참고할 만한 사이트나 책들도 정리되어 있어 실용서로 보다 완벽함을 더한 섬세함에 감탄했다.


독립 출판, 1인 출판, 책 만드는 과정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

이 책에서 흘러나온 작고 소중한 파동이 내 안에서 큰 울림이 된다.

더 다양하고 재밌는 책을 만나기 위해 독자로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소중한 파동의 울림에 귀 기울 이 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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