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출판이라고 - 여성 코미디언에 빠진 너드걸의 출판 프로젝트
김민희 지음 / 더라인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턱대고 도서관에 눌러 앉아 책을 읽던 시절에 책을 고르는 기준이랄 게 없었다.

그날그날 눈에 띄는 표지나 제목의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장르가 생기고, 작가가 생기고, 문체에 대한 호불호가 생겨났다. 그러면서 독서의 우선순위를 나누는 약간의 기준이 생겼다. 기준이래봐야 결국엔 취향, 선호도 정도였지만.

제대로 대학 공부를 시작하고 독서에 깊이를 더 해가고, 번역 공부를 시작하며 책에 대한 애정이 배로 늘어나면서 책을 요리조리 뜯어보기 시작했다. 번역서의 제목들을 공부해보니 외서가 한국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변화에 적용된 수많은 요소들은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다. 책 표지와 내용의 괴리가 느껴질 땐 책 내용과 상관없이 실망스러움이 느껴졌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표지를 봤을 때 그 안에서 함축된 의미가 느껴지는 책을 발견하면 어떤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다.

우연한 기회에 한 출판사의 출간 예정인 책 리뷰어에 참여했다. 역사 관련 인문서적이었는데 초고를 먼저 보고 약간의 의견을 보태는 일이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얼마나 설레고 신나는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 제본된 원고를 읽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책이라는 한 덩어리가 책의 표지, 일러스트, 글꼴 등등등 얼마나 많은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매개체인지 생생하게 직접 체감하고 나니 책 한 권의 소중함, 귀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때 처음 출판사, 출판 편집에 대한 자각이 생겼다.

먼저 내 책꽂이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소장본들 중 유난히 비중이 높은 출판사 몇 군데가 눈에 띄었다. 다시 그 책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출판사의 색깔이란 게 보이기 시작했다.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운 게 책이고, 흥미로운 게 출판이었다. 그때부터 좋아하는 출판사들의 블로그를 하나하나 이웃추가해 출간 소식이나 다양한 정보를 받고 있다.

책, 번역, 출판에 대한 애정이 날로 날로 커져가던 중, 중국어·번역 공부를 하는 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들이 많아 책상 위에 꽂힌 비중이 가장 많은 애정 하는 출판사 더라인북스(자주 들여다보려고 책상에 꽂기도 하지만... 더라인북스의 책들은 색감이 예뻐서 더 애착이 간다)에서 '1인 출판'에 관한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판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나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만난 1인 출판사 '책덕'의 자유 일꾼 김민희 님의

<이것도 출판이라고:

여성 코미디언에 빠진 너드걸의 출판 프로젝트>

내가 사랑하는 책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해 책을 펼치고 추천사를 읽자마자 나는 '덕통사고'를 예감했다. 동네 책방 운영자 네 분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작가의 대단함, 멋짐에 '아, 이거 다 읽고 나면 출구는 없는 거로군.' 싶었다.

이 책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업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기 힘든 실무적인 지침과 함께 전하는 실용서로도 훌륭하지만, 신념과 철학을 가진 자유 일꾼 김민희가 불균형한 출판 세계에서 만들어낸 작지만 소중한 파동을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달팽이책방, 김미현 추천사 中

1인 출판사를 시작하기까지부터 책이 나와서 그 책이 독자들 손에 가기까지 직접 경험한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기록된 이 책은 분명 실용서이지만 모험담을 읽는 듯 흥미롭고 재미있다. 흥미진진한 무용담을 읽듯 흠뻑 빠져서 읽게 된다.

그래, 어차피 아무리 용을 써도 내 역량 밖의 일은 어쩔 수 없어. 최선을 다해서 쓰레기 같은 결과가 나오면 내가 그 정도라는 거고. 그걸 알아보고 싶어서 시작한 거잖아? 일단은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그거 하나만 보고 가자.

46p.

누구보다 잘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나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오직 나뿐이니까. 매 순간 마음을 다해 대충 만든 책으로 세상의 구석탱이를 물들여야지.

55p.

사분의 일쯤 읽었는데 쿵! 사고다 사고 '덕통사고'! '아 이 언니 멋지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 아.. 작가님.. 아 모르겠다 멋있으면 '언니'지 뭐!! 여기서 이미 작가님의 멋짐에 홀딱 반해버렸다. '또 마음을 설레게 하는 멋진 사람이 나타났다!' 책을 읽다 말고 책덕 출판사와 김민희 작가님의 블로그를 이웃 추가를 눌러 뒀다. 이 리뷰를 마치고 신나게 탐색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심각한 인생의 순간에도 유머가 필요하다.' 그런 메세지를 담은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다.

105p.

이런 관점은 책덕 출판사의 코믹 릴리프 시리즈이기 아닌 <이것도 출판이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분명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을 첫 출판 과정을 유쾌하고 당차게 이어나가는 작가님의 모습에서 '유머'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책의 유통과정이다. 김민희 작가님의 진짜 참 매력, 소신과 강단은 여기서 폭발한다. 출판 업계의 위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사서 읽는 일이었다. 소비자로서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이나 중고서점도 이용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책은 꼭 사서 보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놓치고 있던 사실이 있다는 걸 알았다.

대형 출판사와 대형 온라인 서점들이라는 고래가 일으킨 파동이 어떤 식으로 출판 생태계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지 나는 조금도 알지 못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폐단은 출판업계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작은 출판사들, 독립 출판물들과 공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출판업계의 생태계는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이것은 독자로서도 엄청난 손해다. 다양한 책을 선택하고 읽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런 고래들에 등쌀에도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독립 출판사, 동네 책방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덕 출판사, 김민희 님도 그들 중 하나였다. 소신 있게 나아가는 작가님의 행보, 달팽이 책방 김미현 님이 말씀하신 이 '작지만 소중한 파동'! 이건 거대한 고래 싸움에도 굴하지 않는 작은 새우의 반란이자 반격이다!

구석탱이부터 서서히 물들여가는 이 작지만 소중한 파동의 기록을 읽으며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님 일기 속에 적힌 그 문장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매일.'

46p.



깜찍한 엽서에 무엇을 적을까 고민하다 '덕통사고'의 감상을 남기기로 했다.

얼핏 보면 무모한 출판 도전기,

알고 보면 소신 있는 자유 일꾼의

강단 있는 출판 투쟁기!

<이것도 출판이라고>

'심각한 인생의 순간에도 유머가 필요하다.'

친절한 이 책에는 별책부록이 숨어있는데, 저자 소개 아랫부분의 QR코드를 찍으면 온라인 부록으로 연결된다. 책에 나와 있는 출판 기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또 참고할 만한 사이트나 책들도 정리되어 있어 실용서로 보다 완벽함을 더한 섬세함에 감탄했다.


독립 출판, 1인 출판, 책 만드는 과정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

이 책에서 흘러나온 작고 소중한 파동이 내 안에서 큰 울림이 된다.

더 다양하고 재밌는 책을 만나기 위해 독자로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소중한 파동의 울림에 귀 기울 이 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