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김연수 지음 / 레제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나를 매료시킨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슬픈 노랫말 같은 이 소설은 어떤 마음으로 썼던 걸까? 책을 덮고도 오랫동안 작가의 세상이 궁금했다. 작가의 마음이 궁금했다.

<시절일기>는 그런 소설가 김연수의 세상, 그 세상을 위로하는 소설가의 마음을 조곤조곤 노래한다. 그리고 그 조곤조곤한 노래는 비수처럼 가슴을 후벼판다.

작가의 염세적인 시선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내가 찾아헤매던 자아실현이 이 유구한 역사 속에서 얼마나 무가치한지 일깨운다.

그러나 밝고 희망으로 가득 찬 글을 읽을 때보다 더 따뜻했다.

세상은 갈수록 잔학해지고, 나는 우주의 티끌만도 못한 존재지만, 살아가고 또 함께 살아간다. 이런 우리를 위로하는 수많은 예술이, 문학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우리의 삶을, 우리 곁의 삶을 사랑하고 기억한다.

문학의 의미와 가치, 읽고 쓰고 또 읽고 쓰는 그 수많은 시간들의 빛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책을 덮으면 넘실대며 반짝이는 달이 차고 기울며 만들어 낸 세월이 있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이란 따뜻한 말에 이 세월을 담아낸다.

이 따뜻한 말과, 이 가지런한 세월이 또 사람 마음을 참 아프게 한다.

그렇게 덧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어린 영혼들이 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2014년, 5년이 지났음에도 그날을 떠올리면 속절없음에 가슴이 아파온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에... 그들은 저 달빛 세월처럼 검푸른 바다와 함께 사라졌구나... <시절일기>에는 이 아픈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참사 후에 드러난 지옥 같았던 세상에 모습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애도를 완결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

<시절일기>는 이렇게 끊임없이 애도한다.

불가능한 애도를 위해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는 그 말을 실천하듯

계속해서 기억하고 아파하며 가여운 어린 영혼들을, 괴로운 세월을 견뎌 온 유족들을, 그 시절을 함께 슬퍼해온 우리를 위로한다.


김수연 작가의 고운 문장들은 명사수처럼 내 마음을 적중한다.

잔뜩 괴로워지고 나면 위로를 건넨다.

적중한 마음에 위로가 관통하고 어떤 따뜻함이 차오른다.

괴롭지 않은 이가 없는 세상.

오늘도 아픈 세상을 견디는 우리에게

<시절일기>가 건네는 위로는 삶을 다르게 바라볼 용기를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