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않고, 군대에 진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전쟁은 없었을 것이고,
하사 전원이 재복무를 원하지 않았더라도 역시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영국의 음모가 없고, 올덴부르크 대공이 없고, 알렉산드르가 모욕을 느끼지 않고, 러시아에 전제 권력이 없고, 프랑스혁명과 뒤이은 독재와 제정시대가 없고, 거슬러올라가 프랑스혁명을 유발한 여러 원인이, 기타 등등이 없었다면 역시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원인 중하나만 빠졌어도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원인수십억 가지 원인은 사건을 유발하며 우연히 동시에 겹친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특정한 원인이란 없으며,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일어난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몇 세기 전 인간 무리가 자신과 유사한 자들을 죽이면서 동에서 서로 이동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백만의 인간이자신의 인간다운 감정과 이성을 버리고 서에서 동으로 전진하며 자신과 유사한 자들을 죽여야만 했던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느냐 일어나지 않느냐가 그들의 말 한마디에 달린 것같았던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르의 행동도, 제비뽑기나 소집으로 출정한 개개 병사의 행동만큼이나 거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드르 (사건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되던 사람들)의 의지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상황이 겹쳐야 하고 그중 하나라도 빠지면 사건은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실행할 힘을 지닌 수백만이, 총을 쏘고 양식과 대포를 운반하는 병사들이, 일개인에 지나지 않는 약한 인간들의 의지의 이행에 동의하고,
복잡하고 다양한 무수한 원인에 이끌려 그 일에 유입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 P16

역사에서 운명론은 불합리한 현상(즉 우리가 그 합리성을 이해하지못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상의 이러한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 할수록 그것은 더욱 우리에게 불합리하고 불가해한 것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유를 행사하고, 자신을 위해 살고, 자신은 지금 어떤 행위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 존재로 느끼지만, 그 행위를 실행하자마자 시간의 흐름속 어느 시점에서 실행된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고, 자유를 잃어버리며, 미리 정해진 의미만을 지닌, 역사의 소유가 된다.
인간에게는 양면의 생활이 있는데, 하나는 생활의 흥미가 추상적일수록 자유로워지는 개인적 생활이고, 또하나는 자기에게 정해진 법칙을 좋든 싫든 실행해야 하는 자연력이 행사되는 집단적 생활이다.
인간은 의식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생활하지만, 역사적이고 전인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무의식적인 도구 역할을 한다. 일단 실행된 행위는 돌이키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른 이의 무수한 행위와 합쳐지미 역사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단계의 높은곳에 설수록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수록 다른 사람에 대해 더 큰권력을 갖게 되고, 또 개개 행동의 숙명과 필연성이 더 명백해진다.
‘왕들의 마음은 하느님의 손아귀에 있다.
왕은 역사의 노예다.
역사, 즉 인류의 무의식적, 전체적, 집단적 생활은 왕의 생활의 매순간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자신을 위해 이용한다. - P17

때문일까, 바람이 흔들기 때문일까. 아니면 밑에 서 있는 사내아이가먹고 싶어하기 때문일까?
어느 것도 원인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생명이 있는, 유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의 모든 조건이 일치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 세포질의 분해 등등 때문이라고 하는 식물학자나, 내가 먹고 싶어 떨어지라고 빌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나무 밑의 사내아이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 간 것은 그가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고, 그가 패망한 것은 알렉산드르가 그의 패망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갱도가 뚫려 몇만 푸드나 되는 산이 무너지는 것이 마지막 갱부의 마지막곡괭이질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옳기도 하고 옳지 않기도 한 것이다. 역사상의 사건에서 이른바 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 사건에명칭을 부여하는 라벨이며, 원래 라벨이라는 것이 그렇듯 사건 그 자체와는 가장 관계가 적다.
자기 자신에게는 자유로운 것이라 생각되던 영웅들의 모든 행위도역사적 의미에서 보면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전체와 관련되어 있고, 개벽 이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 P19

어지럽히는 익사하게 된 창기병들을 이따금 불만스러운 듯 바라보며함께 걷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서 모스크바의 스텝에 이르는 세계 곳곳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가 언제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자기망각의 무분별로 몰아넣는다 믿었고, 이 신념은 그에게 조금도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말을 끌고 오게 해 숙사로 돌아갔다.
구조선이 출동했으나 병사는 40명 남짓 익사했다. 대부분은 원래 있던 강변으로 다시 밀려왔다. 강을 헤엄쳐 간신히 건너편 기슭에 기어오른 것은 연대장과 병사 몇 명뿐이었다. 그들이 흠뻑 젖어 물을 뚝뚝떨어뜨리며 기어올라 나폴레옹이 있던 곳을 감격에 찬 눈으로 바라보며 "비바!" 하고 외쳤을 때, 그는 이미 그곳에 없었지만 그들은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날 밤 나폴레옹은 두 개의 명령 사이에 하나는 러시아에 가지고들어가려고 준비한 러시아 위조지폐를 되도록 빨리 보내라는 것이고,
또하나는 가지고 있던 서한을 빼앗겨 프랑스군에 내려진 명령 정보를발각되게 한 작센인 병사를 총살하라는 것이었다-세번째 명령을 내렸는데, 불필요하게 강에 뛰어든 폴란드인 연대장을 나폴레옹 자신이지휘하는 명예 연대(Légion d‘bonneur)로 편입시키라는 것이었다.
신은 파멸시키려는 사람에게서 먼저 이성을 빼앗는다. - P24

리 국민의 피를 흘리게 하려던 마음을 되돌리고 러시아 땅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데 동의하신다면, 나는 모든 일을 불문에 부칠 것이며,
그럼으로써 상호간의 협정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나는 우리가 어떤 도발도 하지 않았던 이 공격을 부득이 격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인류를 새로운 전화에서 벗어나게 할 가능성은 아직 폐하의 손에 있습니다.
경백(서명) 알렉산드르6월 13일 새벽 두시, 황제는 발라쇼프를 불러 나폴레옹에게 보낼 서한을 읽어주고 나서, 이 서한을 직접 프랑스 황제에게 전하라고 명령했다. 황제는 발라쇼프를 보내기 전에, 무장한 적병이 한 명이라도 러시아 땅에 남아 있는 한 강화를 맺지 않겠다는 말을 다시 되풀이했고,
이 말을 반드시 나폴레옹에게 전하라고 명령했다. 황제는 나폴레옹에게 보내는 서한에는 이 말을 적지 않았고, 그것은 강화 교섭의 마지막시도에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을 타고난 기민함으로 느꼈기 때문인데,
그러면서도 발라쇼프에게는 나폴레옹에게 직접 이 말을 전하라고 명령했다. - P30

공작영애 마리야는 하루만 더 기다려달라고 청하며, 그가 아버지와풀지 않고 떠나면 아버지가 얼마나 불행해질지 안다고 말했지만, 안드레이 공작은 자신은 아마 머지않아 군대에서 돌아올 것이고 아버지한테는 편지를 꼭 쓰겠지만, 지금은 이 이상 머물면 불화만 키울 뿐이라고 대답했다.
"안녕, 앙드레! 불행은 하느님이 내리시는 것이 인간에게는 결코죄가 없다는 걸 잊지 마요." 이것이 그가 누이와 작별 인사를 할 때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리시예 고리의 집 가로길을 마차를 타고 나오면서 안드레이 공작은 생각했다. ‘저애는, 가엾고 순진한 저 존재는 노망한 노인의 희생물로 남아 있다. 노인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내 아들은 자라면서 인생을즐기고 있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생 속에서 속기도 하고 속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군대에 간다. 왜? 그것은 나도 모른다.
내가 경멸하는 인간을 만나길 바라고, 그자에게 나를 죽이고 비웃을기회를 주려는 것인지도!‘ 생활의 조건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전에는 그것이 서로 굳게 결합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뿔뿔이흩어져 있었다. 그저 무의미한 현상들이 아무 맥락도 없이 안드레이공작의 눈앞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 P63

원래 빈정거리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의 풀은 이날 자기가 없는 사이에 진지를 시찰하고 감히 그것에 대해 비판했다는 것 때문에 유달리화가 나 있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아우스터리츠의 기억 덕분에 이 짧은 만남만으로도 그에 대한 명확한 관념을 포착했다. 풀은 부정적이고, 확고부동하고, 순교적이리만큼 자신만만한 독일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는데, 왜냐하면 추상적인 관념-과학, 즉 자기가 완전한 진리를안다는 환상 위에 서서 자신감을 갖는 건 독일인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인이 자신감을 갖는 건 자기가 지력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또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에 대해서도 자기가 절대적 매력을 지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국인이 자신감을 갖는 건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잘정비된 나라의 국민이므로 영국인으로서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알고 또 자기가 하는 일은 전부 의심의 여지 없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인의 자신감은 이 민족이 쉽게 흥분하고,
자기도 남도 잘 잊어버린다는 데서 온다. 러시아인의 자신감은 자기는아무것도 모르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는, 말하자면 무엇인가를 완전히알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데서 온다. 독일인의 자신감은 그림가장 나쁘고, 가장 완고하고 또 가장 역겨운데, 독일인은 자기야말로진리, 즉 과학을 알고 있다고 망상하고, 자기가 생각한 과학을 절대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풀도 확실히 그런 인물이었다.  - P76

에 찬 그 우매한 얼굴을 기억한다. 훌륭한 사령관에게는 특별한 자질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랑이니 시정이니부드러움이니 철학적 탐구에 의한 회의 같은 가장 고매한 인간의자질은 없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령관은 시야가 좁고, 자신이 하는 일이 몹시 중요하다고 확신해야 하며(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용감한 사령관이 될 수 있다. 보통 사람처럼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동정하거나,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들이 권력자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그들을 위해천재론이 위조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전투의 승리에 기여하는것은 그들이 아니라 대오 속에서 틀렸다! 혹은 우라! 하고 외치는 자들이고, 이러한 대오 속에서야말로 나는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확신을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것이다!‘
안드레이 공작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고, 파울루치가 그를 불러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모두 흩어지고 있었다.
이튿날 사열 때 황제는 안드레이 공작에게 어디서 근무하고 싶은지물었고, 안드레이 공작은 황제 측근에 머물기를 바라지 않고 실전 부대 근무를 청원했기 때문에 궁정 세계에서 살아갈 길을 스스로 영원히잃어버렸다. - P84

로스토프는 전투 때 부대의 군마가 아니라 카자크 말을 타는 자유를스스로에게 허락하고 있었다. 말을 잘 알고 좋아하는 그는 얼마 전 민한돈산의 큰 밤색 말을 얻었는데, 이 말을 타면 아무도 그를 앞지르지 못했다. 이 말을 타는 것은 로스토프의 즐거움이었다. 그는 이 말과 아침과 군의관의 아내를 생각했고, 눈앞에 닥친 위험에 대해서는생각하지 않았다.
전에는 전투에 나갈 때마다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 공포감은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가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은 포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니라(위험에 익숙해질 수는 없다) 위험에 직면했을 때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전투에 나갈 때, 다른 어떤 것보다 흥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 즉 눈앞에 닥친 위험을 제외한 다른온갖 것을 생각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군문에 들어와 처음 얼마 동안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소심함을 아무리 나무라도 그럴 수 없었으나, 해가 지나면서 저절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지금 일리인과나란히 자작나무 길을 나아가면서 손에 닿는 잎사귀를 가지에서 뜯기도 하고, 말의 사타구니에 발을 대보기도 하고, 다 피운 파이프를 뒤따라오는 경기병에게 돌아보지도 않고 건네주기도 하면서 마치 그냥 말을 타러 나온 사람처럼 침착하고 여유로웠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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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일까. 바람이 흔들기 때문일까, 아니면 밑에 서 있는 사내아이가먹고 싶어하기 때문일까?
어느 것도 원인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생명이 있는, 유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의 모든 조건이 일치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 세포질의 분해 등등 때문이라고 하는 식물학자나, 내가 먹고 싶어 떨어지라고 빌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나무 밑의 사내아이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 간 것은 그가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고, 그가 패망한 것은 알렉산드르가 그의 패망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갱도가 뚫려 몇만 푸드나 되는 산이 무너지는 것이 마지막 갱부의 마지막곡괭이질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옳기도 하고 옳지 않기도 한 것이다. 역사상의 사건에서 이른바 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 사건에명칭을 부여하는 라벨이며, 원래 라벨이라는 것이 그렇듯 사건 그 자체와는 가장 관계가 적다.
자기 자신에게는 자유로운 것이라 생각되던 영웅들의 모든 행위도역사적 의미에서 보면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전체와 관련되어 있고, 개벽 이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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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한 느낌을 주었다면, 나타샤는 처음으로 살결을 드러낸, 누구나 다이렇게 하는 거라고 일러주지 않았다면 자못 부끄러워했을 것 같은 소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본래 춤을 좋아하는데다가, 사람들이 그에게 걸어•오는 정치적이고 지적인 대화에서 벗어나고 싶고, 황제의 참석으로 조성된 이 혼미하고 난처한 공기를 깨버리고 싶어 춤추러 나선 것이었는데, 피에르가 추천하고 또 처음 그의 눈에 띈 미인이라 선택했을 뿐인나타샤의 가냘프고 민첩하고 떨리는 몸을 껴안고 있는 사이, 바로 앞에서 움직이며 바로 앞에서 미소짓는 그녀의 매력이 내뿜는 와인이 그의 머리를 때렸다. 그녀와 떨어져 한숨 돌리며 춤추고 있는 사람들을바라보았을 때, 그는 활기 넘치는 젊음을 되찾은 자신을 느꼈다.
안드레이 공작에 뒤이어 보리스가 나타샤에게 다가와 춤을 청했고,
맨 처음 춤을 시작한 그 무도가인 부관이 왔고, 그 밖에도 여러 젊은이가 몰려오자 나타샤는 넘치는 신청을소냐에게 넘겨주고, 행복하고 상기된 얼굴로 밤이 깊도록 멈추지 않고 춤을 추었다. 그녀는 이날 무도회에서 자신이 모두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고, 관심을두지도 않았다. 황제가 프랑스 공사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것도,
그가 어느 귀부인과 유달리 부드럽게 대화한 것도, 황태자들이 뭘 하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엘렌이 굉장한 평판을 받으며 어떤 사람 - P322

껴지고 놀라울 정도여서, 결국 안드레이 공작도 만찬 초대를 거절할수 없었다. ‘그래, 정말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들이다.‘ 볼콘스키는 생각했다. ‘물론 그들은 나타샤 속에서 빛나고 있는 보물을 털끝만큼도이해 못하지만, 시적이고도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돋보이게 하는 실로 완벽한 배경이 되는 사람들이다!‘
안드레이 공작은 나타샤 속에 그와 전혀 인연이 없는 특별한 세계,
그에게는 미지인 희열이 넘치는 세계, 언젠가 오트라드노예의 가로숫길과 달밤의 창가에서 그를 몹시 초조하게 만들었던 별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세계도 그를 초조하게 만들지 않았고 낯선 세계도 아니었으며, 그는 그 세계에 들어가 그 속에서 자신을 위해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고 있었다.
식사 후 나타샤는 안드레이 공작의 요청으로 클라비코드 쪽으로 다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창가에 서서 여자들과이야기를 나누며 노래를 들었다. 가사를 듣던 안드레이 공작은 갑자기입을 다물었고, 뜻하지 않은 눈물이 솟구치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는데, 이 눈물의 중요성을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노래하는 나타샤를바라보았고, 마음속에 새로운 행복 같은 것이 샘솟았다. 그는 행복한동시에 슬펐다. 울 일은 전혀 없었지만,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이게 무엇일까? 옛사랑? 몸집이 작은 공작부인? 자기환멸?......
미래에 대한 기대?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울고 싶어진 중요한 이유는 그의 마음속에 있는 한없이 위대하고 포착하기 어려운 무언가와그 자신과 그녀에 의해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좁고 육체적인 무언가 사이에 가로놓인 무서운 모순이 느닷없이 생생하게 자각됐기 때문 - P333

이었다. 이 모순은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를 괴롭혔고, 기쁘게도 했다.
나타샤는 노래를 끝내자 곧 그의 곁으로 오더니, 내 목소리가 마음에드세요? 하고 물었다. 그녀는 물은 뒤에야 이런 것을 물으면 안 된다고깨닫고 당황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고, 그녀의노래는 그녀가 하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든다고 대답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밤늦게 로스토프가에서 나왔다. 그는 습관대로 잡자리에 누웠지만 이내 자신이 잠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촛불을 켜고 침대에 앉아보기도 하고 일어서보기도 하고 다시 누워보기도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 것이 조금도 괴롭지 않았고 마치 숨막히는 방에서 자유로운 세계로 나온 것처럼 마음은 기쁨과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로스토바에게 반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 대해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모습을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생 전체가 새롭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인생이, 기쁨으로 충만한모든 인생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데, 나는 이 막히고 비좁은 틀 안에서무엇을 두려워하고 조바심내고 있을까?‘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는오랜만에 미래의 행복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적당한 양육자를 구해 아들의 교육을 일임하기로 결정했고, 사임하고 외국으로 나가영국과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둘러보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젊음과 체력이 이토록 넘치게 느껴질 때 나는 내 자유를 누려야 한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했던 피예르의 말은 진리이고, 나도 지금은 그것을 믿는다. 죽은 자를묻는 일은 죽은 자에게 맡겨야 하며, 생명이 있는 한 살아서 행복해져 - P334

‘이게 정말 내가 맞을까. 그 말괄량이 소녀가 맞을까(모두들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하니까. 나타샤는 생각했다. ‘내가 정말 이 순간부터, 내아버지도 존경하는 이 사람과, 지금까지 나와 아무런 인연도 없었던친절하고 총명한 이 사람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 아내가 되는 걸까? 정말그것이 사실일까? 이제부터는 인생을 장난처럼 살 수 없어. 나는 이제 어른이니까 앞으로는 내 모든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겠지? 아, 내게 뭘 물으셨는데?‘
"아니요" 하고 그녀는 대답했으나 실은 뭘 물었는지 몰랐다.
"미안하지만." 안드레이 공작은 말했다. "당신은 너무 젊고, 나는 이미 삶을 많이 경험했죠. 나는 당신이 걱정됩니다. 당신은 자기 자신을모르니까요."
나타샤는 주의를 집중해서 들었지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 행복을 연기하는 이 일 년은 내게 무척 괴롭겠지만, 안드레이공작은 말을 이었다. "당신에게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1니다. 부디 일 년 뒤에 내게 행복을 주길 바라지만, 나는 우리의 약을 비밀에 부칠 것이며, 당신은 자유로운 몸이니 만약 나를 사랑해않는다는 확신이 서거나 혹시 다른 사람을…………" 안드레이 공작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런 말을 하세요?" 나타샤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당처음 오트라드노예에 오셨던 그날부터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지시잖아요." 그녀는 자기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으며 말했
"일년 동안 당신은 자신을 알게 될 겁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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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부모들은 공부 자체를 거의 신성시한다. 공부하는 것은 무조건 좋고 선한 것이며, 공부 안 하고 노는 것은 악한 행동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공부하는 것이 선이 아니라, 무엇이든 제대로 - P289

하는 것이 선이다. 노는 것이 진정 아이를 행복하게 한다면 그것도악이 아니라 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노는 것 자체에괜한 죄의식을 느낀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무언가 큰 잘못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려서부터 놀지 말고 공부하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노는 것은 피해야 하는 즐거움이고공부는 참아야 할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발휘하기란 힘들다. 공부가 찾아서 하고 싶은 즐거움이 되어야 잘할 수 있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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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공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차와 말은 이미 한참 전에 맞은편 강기슭으로 올라와 준비를 마쳤고, 해는 벌써 반쯤 기울어 나루터 옆 물구덩이를 뒤덮은 저녁 서리가 별처럼 반짝였지만, 피에르와안드레이는 하인과 마부와 뱃사공이 놀랄 만큼 아직도 나룻배에 선 채이야기하고 있었다.
"만약 하느님이 있고 내세가 있다면, 진리도 있고 선도 있으며, 인간의 최고 행복은 이것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습니다. 살아야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믿어야 합니다." 피예르는 말했다. "지금 우리는 이 한덩어리의 땅위에 살고 - P188

리는 이 한덩어리의 땅 위에 살고 있지만, 저기서(그는 하늘을 가리켰다) 만물과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갈 겁니다." 안드레이 공작은 나룻배 난간에 팔을 괸 채 피예르의 이야기를 들으며 푸른수면에 비치는 붉은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피예르는 잠시 말을멈췄다. 아주 고요했다. 물결만 이미 한참 전에 도착한 나룻배 바닥을치며 희미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안드레이 공작에게는 그 물결 소리가 피예르의 말을 뒤따르듯 ‘그렇다. 믿어라‘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안드레이 공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아이 같고 부드러운 빛나는 눈길로, 환희에 젖어 볼이 상기된, 그러나 역시 자기보다 우월한 친구 앞에서 머뭇거리는 피예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것이 정말 그렇다면!" 그는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 그만가서 앉지." 안드레이 공작은 이렇게 덧붙이고, 나룻배에서 내리며 피예르가 가리켰던 하늘을, 아우스터리츠 전장에 쓰러져 바라보았던 이래 처음으로 그 드높고 영원한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러자 오랫동안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최상의 무엇인가가 느닷없이 기쁘고도 젊디젊게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이 기분은 익숙한 생활환경으로 돌아오자곧 사라졌지만, 그는 자신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는 이 감정이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피예르와의 만남은 안드레이공작에게 하나의 계기가 되었고, 이 계기로 외면적으로는 변함없지만내면세계에서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 P189

투에서 부상당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면 유난히 기쁘게 맞아주었다.
로스토프는 언젠가 임무를 띠고 파견돼 식량 징발을 위해 들렀던 황폐한 마을에서 늙은 폴란드인과 그의 딸인 듯한 젖먹이를 안은 여자로이루어진 가족을 발견했다. 그들은 입을 것이 부족하고, 허기지고, 걸어서 떠날 기력이 없는데다 탈것을 구할 돈도 없었다. 로스토프는 그들을 숙사로 데려와 노인이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몇 주 동안 자기 방에 살게 해주었다. 동료 하나가 여자 이야기를 하던 중에 로스토프에게, 자네는 누구보다 음흉해, 이번에 구해준 예쁜 폴란드 여자를 동료들에게 소개한다 해도 죄가 되지는 않을 거야, 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로스토프는 이 농담에 모욕을 느끼고 발끈하며 심한 욕을 퍼부었는데,
데니소프가 말려서 간신히 결투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동료 장교가 돌아간 뒤 폴란드 여자와 로스토프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데니소프가 그의 불같은 성질을 나무라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어떻게 보고・・・・・・ 그 여자는 마치 내 누이 같아. 그래서 그렇게 화가 났던 거야, 자네에게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그・・・・・・ 아, 왜냐하면......"
데니소프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 로스토프 쪽은 보지도 않고 빠르게 방안을 걷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흥분했을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자네 로스토프가 사람들은 어쩌면 그리 미련한가." 데니소프는 이렇게 말했고, 로스토프는 그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았다. - P204

있는 것을 알았고, 이따금 조용한 움직임 소리와 한숨 소리를 들었다.
"아아, 세상에! 세상에! 이렇게 좋은데!" 그녀는 문득 외쳤다. "이런데 자야 한다니!" 그러고는 창문을 탁 닫아버렸다.
‘내 존재 같은 건 알지도 못한다!‘ 왜 그런지 그녀가 자기에 대해 이• 야기할 것 같아 기대와 두려움을 품고 귀기울이던 안드레이 공작은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또 그 소녀다! 마치 일부러 이러는 것 같다!‘ 그는 생각했다. 별안간 마음속에서 그의 생활 전반과 모순되는 젊은 상념과 희망이 예기치 않게 얽히며 솟구치는 것을 느꼈고, 그는 자신의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며 이내 잠이 들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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