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한 느낌을 주었다면, 나타샤는 처음으로 살결을 드러낸, 누구나 다이렇게 하는 거라고 일러주지 않았다면 자못 부끄러워했을 것 같은 소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본래 춤을 좋아하는데다가, 사람들이 그에게 걸어•오는 정치적이고 지적인 대화에서 벗어나고 싶고, 황제의 참석으로 조성된 이 혼미하고 난처한 공기를 깨버리고 싶어 춤추러 나선 것이었는데, 피에르가 추천하고 또 처음 그의 눈에 띈 미인이라 선택했을 뿐인나타샤의 가냘프고 민첩하고 떨리는 몸을 껴안고 있는 사이, 바로 앞에서 움직이며 바로 앞에서 미소짓는 그녀의 매력이 내뿜는 와인이 그의 머리를 때렸다. 그녀와 떨어져 한숨 돌리며 춤추고 있는 사람들을바라보았을 때, 그는 활기 넘치는 젊음을 되찾은 자신을 느꼈다. 안드레이 공작에 뒤이어 보리스가 나타샤에게 다가와 춤을 청했고, 맨 처음 춤을 시작한 그 무도가인 부관이 왔고, 그 밖에도 여러 젊은이가 몰려오자 나타샤는 넘치는 신청을소냐에게 넘겨주고, 행복하고 상기된 얼굴로 밤이 깊도록 멈추지 않고 춤을 추었다. 그녀는 이날 무도회에서 자신이 모두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고, 관심을두지도 않았다. 황제가 프랑스 공사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것도, 그가 어느 귀부인과 유달리 부드럽게 대화한 것도, 황태자들이 뭘 하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엘렌이 굉장한 평판을 받으며 어떤 사람 - P322
껴지고 놀라울 정도여서, 결국 안드레이 공작도 만찬 초대를 거절할수 없었다. ‘그래, 정말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들이다.‘ 볼콘스키는 생각했다. ‘물론 그들은 나타샤 속에서 빛나고 있는 보물을 털끝만큼도이해 못하지만, 시적이고도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돋보이게 하는 실로 완벽한 배경이 되는 사람들이다!‘ 안드레이 공작은 나타샤 속에 그와 전혀 인연이 없는 특별한 세계, 그에게는 미지인 희열이 넘치는 세계, 언젠가 오트라드노예의 가로숫길과 달밤의 창가에서 그를 몹시 초조하게 만들었던 별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세계도 그를 초조하게 만들지 않았고 낯선 세계도 아니었으며, 그는 그 세계에 들어가 그 속에서 자신을 위해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고 있었다. 식사 후 나타샤는 안드레이 공작의 요청으로 클라비코드 쪽으로 다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창가에 서서 여자들과이야기를 나누며 노래를 들었다. 가사를 듣던 안드레이 공작은 갑자기입을 다물었고, 뜻하지 않은 눈물이 솟구치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는데, 이 눈물의 중요성을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노래하는 나타샤를바라보았고, 마음속에 새로운 행복 같은 것이 샘솟았다. 그는 행복한동시에 슬펐다. 울 일은 전혀 없었지만,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이게 무엇일까? 옛사랑? 몸집이 작은 공작부인? 자기환멸?...... 미래에 대한 기대?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울고 싶어진 중요한 이유는 그의 마음속에 있는 한없이 위대하고 포착하기 어려운 무언가와그 자신과 그녀에 의해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좁고 육체적인 무언가 사이에 가로놓인 무서운 모순이 느닷없이 생생하게 자각됐기 때문 - P333
이었다. 이 모순은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를 괴롭혔고, 기쁘게도 했다. 나타샤는 노래를 끝내자 곧 그의 곁으로 오더니, 내 목소리가 마음에드세요? 하고 물었다. 그녀는 물은 뒤에야 이런 것을 물으면 안 된다고깨닫고 당황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고, 그녀의노래는 그녀가 하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든다고 대답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밤늦게 로스토프가에서 나왔다. 그는 습관대로 잡자리에 누웠지만 이내 자신이 잠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촛불을 켜고 침대에 앉아보기도 하고 일어서보기도 하고 다시 누워보기도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 것이 조금도 괴롭지 않았고 마치 숨막히는 방에서 자유로운 세계로 나온 것처럼 마음은 기쁨과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로스토바에게 반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 대해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모습을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생 전체가 새롭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인생이, 기쁨으로 충만한모든 인생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데, 나는 이 막히고 비좁은 틀 안에서무엇을 두려워하고 조바심내고 있을까?‘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는오랜만에 미래의 행복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적당한 양육자를 구해 아들의 교육을 일임하기로 결정했고, 사임하고 외국으로 나가영국과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둘러보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젊음과 체력이 이토록 넘치게 느껴질 때 나는 내 자유를 누려야 한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했던 피예르의 말은 진리이고, 나도 지금은 그것을 믿는다. 죽은 자를묻는 일은 죽은 자에게 맡겨야 하며, 생명이 있는 한 살아서 행복해져 - P334
‘이게 정말 내가 맞을까. 그 말괄량이 소녀가 맞을까(모두들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하니까. 나타샤는 생각했다. ‘내가 정말 이 순간부터, 내아버지도 존경하는 이 사람과, 지금까지 나와 아무런 인연도 없었던친절하고 총명한 이 사람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 아내가 되는 걸까? 정말그것이 사실일까? 이제부터는 인생을 장난처럼 살 수 없어. 나는 이제 어른이니까 앞으로는 내 모든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겠지? 아, 내게 뭘 물으셨는데?‘ "아니요" 하고 그녀는 대답했으나 실은 뭘 물었는지 몰랐다. "미안하지만." 안드레이 공작은 말했다. "당신은 너무 젊고, 나는 이미 삶을 많이 경험했죠. 나는 당신이 걱정됩니다. 당신은 자기 자신을모르니까요." 나타샤는 주의를 집중해서 들었지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 행복을 연기하는 이 일 년은 내게 무척 괴롭겠지만, 안드레이공작은 말을 이었다. "당신에게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1니다. 부디 일 년 뒤에 내게 행복을 주길 바라지만, 나는 우리의 약을 비밀에 부칠 것이며, 당신은 자유로운 몸이니 만약 나를 사랑해않는다는 확신이 서거나 혹시 다른 사람을…………" 안드레이 공작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런 말을 하세요?" 나타샤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당처음 오트라드노예에 오셨던 그날부터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지시잖아요." 그녀는 자기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으며 말했 "일년 동안 당신은 자신을 알게 될 겁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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