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공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차와 말은 이미 한참 전에 맞은편 강기슭으로 올라와 준비를 마쳤고, 해는 벌써 반쯤 기울어 나루터 옆 물구덩이를 뒤덮은 저녁 서리가 별처럼 반짝였지만, 피에르와안드레이는 하인과 마부와 뱃사공이 놀랄 만큼 아직도 나룻배에 선 채이야기하고 있었다.
"만약 하느님이 있고 내세가 있다면, 진리도 있고 선도 있으며, 인간의 최고 행복은 이것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습니다. 살아야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믿어야 합니다." 피예르는 말했다. "지금 우리는 이 한덩어리의 땅위에 살고 - P188

리는 이 한덩어리의 땅 위에 살고 있지만, 저기서(그는 하늘을 가리켰다) 만물과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갈 겁니다." 안드레이 공작은 나룻배 난간에 팔을 괸 채 피예르의 이야기를 들으며 푸른수면에 비치는 붉은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피예르는 잠시 말을멈췄다. 아주 고요했다. 물결만 이미 한참 전에 도착한 나룻배 바닥을치며 희미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안드레이 공작에게는 그 물결 소리가 피예르의 말을 뒤따르듯 ‘그렇다. 믿어라‘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안드레이 공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아이 같고 부드러운 빛나는 눈길로, 환희에 젖어 볼이 상기된, 그러나 역시 자기보다 우월한 친구 앞에서 머뭇거리는 피예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것이 정말 그렇다면!" 그는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 그만가서 앉지." 안드레이 공작은 이렇게 덧붙이고, 나룻배에서 내리며 피예르가 가리켰던 하늘을, 아우스터리츠 전장에 쓰러져 바라보았던 이래 처음으로 그 드높고 영원한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러자 오랫동안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최상의 무엇인가가 느닷없이 기쁘고도 젊디젊게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이 기분은 익숙한 생활환경으로 돌아오자곧 사라졌지만, 그는 자신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는 이 감정이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피예르와의 만남은 안드레이공작에게 하나의 계기가 되었고, 이 계기로 외면적으로는 변함없지만내면세계에서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 P189

투에서 부상당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면 유난히 기쁘게 맞아주었다.
로스토프는 언젠가 임무를 띠고 파견돼 식량 징발을 위해 들렀던 황폐한 마을에서 늙은 폴란드인과 그의 딸인 듯한 젖먹이를 안은 여자로이루어진 가족을 발견했다. 그들은 입을 것이 부족하고, 허기지고, 걸어서 떠날 기력이 없는데다 탈것을 구할 돈도 없었다. 로스토프는 그들을 숙사로 데려와 노인이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몇 주 동안 자기 방에 살게 해주었다. 동료 하나가 여자 이야기를 하던 중에 로스토프에게, 자네는 누구보다 음흉해, 이번에 구해준 예쁜 폴란드 여자를 동료들에게 소개한다 해도 죄가 되지는 않을 거야, 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로스토프는 이 농담에 모욕을 느끼고 발끈하며 심한 욕을 퍼부었는데,
데니소프가 말려서 간신히 결투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동료 장교가 돌아간 뒤 폴란드 여자와 로스토프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데니소프가 그의 불같은 성질을 나무라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어떻게 보고・・・・・・ 그 여자는 마치 내 누이 같아. 그래서 그렇게 화가 났던 거야, 자네에게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그・・・・・・ 아, 왜냐하면......"
데니소프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 로스토프 쪽은 보지도 않고 빠르게 방안을 걷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흥분했을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자네 로스토프가 사람들은 어쩌면 그리 미련한가." 데니소프는 이렇게 말했고, 로스토프는 그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았다. - P204

있는 것을 알았고, 이따금 조용한 움직임 소리와 한숨 소리를 들었다.
"아아, 세상에! 세상에! 이렇게 좋은데!" 그녀는 문득 외쳤다. "이런데 자야 한다니!" 그러고는 창문을 탁 닫아버렸다.
‘내 존재 같은 건 알지도 못한다!‘ 왜 그런지 그녀가 자기에 대해 이• 야기할 것 같아 기대와 두려움을 품고 귀기울이던 안드레이 공작은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또 그 소녀다! 마치 일부러 이러는 것 같다!‘ 그는 생각했다. 별안간 마음속에서 그의 생활 전반과 모순되는 젊은 상념과 희망이 예기치 않게 얽히며 솟구치는 것을 느꼈고, 그는 자신의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며 이내 잠이 들었다. - P2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