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그 어디에서도 굥적인 업무와 삶이 여기에서처럼 서로 뒤엉켜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너무 뒤엉켜 있어 가끔은 공적인 업무와 삶이 서로 자리를 바꾼 것이 아닌가하고 여겨질 정도였다. 예를 들어 K의 업무에 대해 클람이 이제까지 행사한 아주 공식적인 권력은 K의 침실에서 클람이 실질적으로가졌던 권력과 비교할 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따라서 이곳에서는 단지 관청과 직접 맞서는 경우에는 다소 경솔한 태도 내지 어느정도 긴장을 푼 태도가 제격이지만, 그외에는 늘 최대한 신중을기하고 한발짝 내딛기 전에 사방을 둘러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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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다가 혹시 클람에게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주인이 말한 정도로 경악스러운 일은 아니더라도 감사해야 할 사람에게 경솔하게 상심을 안기는 것처럼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하층 신분, 흔한 노동자 신분에서 오는 우려스러운 결과들이 벌써 이토록 명확하게 드러나고 또그런 결과들이 나타난 이곳에서조차 자신이 그것을 극복할 수 없음을 알고 K는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그래서 우두커니 서서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인은 문 안으로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번 K 쪽을 돌아보았고, K는 올가가 다가와 잡아당길 때까지 주인의 뒷모습을 보며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두사람의 호흡이, 또 심장의 박동이 하나가 된 가운데 몇시간이 흘러갔다. 그동안 K는 방황하며 헤매고 있거나, 아니면 그보다 앞서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머나먼낯선 타향에 와 있는 기분이 줄곧 들었다. 다시 말해 공기의 성분조차 고향의 것과는 아주 다른 그런 타향, 너무 낯설어 숨 막혀 죽을 지경이면서 그곳의 어처구니없는 유혹에 빠져서 계속 가다가계속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는 타향에 온 기분이었다. 그래서클람의 방에서 무심하지만 명령하듯 저음의 목소리로 프리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을 때, K에게는 적어도 처음에는 어떤 충격이 아니라 위안을 주며 깨어나게 하는 소리로 들렸다. "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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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의 성, K가 오늘 중에 도착하기를 희망했던 그 성은 벌써기이할 정도로 어둠에 잠긴 채 다시 멀어져갔다. 그런데 잠시 헤어지는 것에 대한 인사라도 하려는 듯 성에서 경쾌하게 종소리가 울렸다. 마치 그가 막연히 동경하던 바가 이제 곧 실현될 것임을 암시라도 하는 듯한 종소리에 그저 한순간 그의 가슴이 떨렸다. 그것은 고통스럽기도 한 울림이었다. 하지만 그 요란한 종소리도 이내잠잠해졌고, 대신 약하고 단조로운 종소리가 어쩌면 여전히 위쪽에서, 아니면 어쩌면 이제는 마을에서 울렸다. 물론 느릿느릿한 눈썰매의 움직임과 병약하면서도 쌀쌀맞은 마부에게는 지금 울리는종소리가 더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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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 도착한 때는 늦은 저녁이었다. 마을은 눈 속에 깊이 잠겨 있었다. 성이 있는 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와 어둠이 산을 둘러싸고 있었고, 그곳에 큰 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아주 희미한불빛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K는 국도에서 마을로 이어진 나무다리 위에 서서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허공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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