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각 고짱의 간단요리 레시피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본요리
아이다 고지 지음, 이현경.김정은 옮김 / 지상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요리책 리뷰는 무척 재미있을 것같아서 신청을 했다.


친정 엄마가 요리를 잘 하셨기에 어깨 너머 본 것이 있어서 평소 요리에 관심은 많았다.

책을 받자마자 엄마께 전화를 드려 오시라고 해서 같이 한장 한장 넘기며 우리 식구들이 좋아하겠다 싶은 음식이 눈에 띄면 함께 옛날 엄마나 나의 어린 시절 먹거리 이야기를 하며 잠시 시간 여행을 했었다.

그리고 오늘, 회사는 결근을 하고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하는 닭요리를 해 보기로 하고 간단하게 장을 봤다.

닭 한 마리 사면 주로 뼈 없는 닭튀김이나 백숙을 제일 만만하게 해 먹었는데 이번에 고짱의 요리책엔 특별히 닭 껍질 요리와 연골 튀김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 동네에서 연골을 따로 파는 것은 보지를 못 했고 껍질은 나를 제외한 식구들이 유난히 좋아하지만 기름기 때문에 거의 버리다시피 한 부위인데 그것으로 일품요리를 할 수 있다니......

어디 한번 해 볼까?


 

#####오늘의 메뉴는~

 

1. 치킨 그릴



 

닭이 그리 크지 않아서 다리뿐 아니라 다른 부위까지 구웠다.

아이들은 자주 먹어 본 맛이라 그런지 한달음에 다 먹어 버렸다.

위의 로즈마리는 화단에서 긴급공수. *^^*


 

 

 2. 닭 가슴살과 마늘대의 XO장 볶음  

전에 XO소스가 비싸서 사 두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상혁이만 아니면 두반장이나 고추장을 넣어도 좋았을텐데...

그래도 굴소스가 들어가니 중화풍으로 갈끔하게 마무리.

 

 

3. 무순이 들어간 새콤달콤 닭 껍질 간장 무침



흠~! 이건 진짜 월척이다.

바삭하게 튀기듯이 구워서 아주 고소한 맛이다.

책에는 100g이라고 나와 있던데 난 닭 두마리로 저만큼밖에 안 나왔다.

 

 


 

4. 닭 날개 데리야끼



허거거걱~~!

잠시 한 눈 팔다 살짝 태웠다.

원래 졸임은 은근한 불에서 장시간을 졸여야 윤기도 나고 간도 잘 배는데,너무 졸여서 윤기가 심하네...

그래도 요것이 만들때부터 젤로 인기가 좋아 일착으로 팔렸다는것.

 

 


 

5. 폰스소스를 뿌린 영계튀김



따로 영계를 살 필요도 없이 사온 것이 중닭이니 요것도 해 봤다.

소스는 닭 껍질 무침과 같아도 레몬이 들어가 아주 상큼하게 맛있다.

이왕이면 폰스소스도 매실과 레몬 두가지로 만들걸 ~하고 후회가 남는다

 

 

 


*****후기

요리책에서 레시피는 상당히 중요하다.

어느 누가 언제 그 요리를 하더라도 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정확한 레시피는 음식을 하는 사람의 정성과 음식의 간만큼이나 요리의 필수이다.

우리나라 김치나 나물 같이 양념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은 주로 어머니의 손맛이라 해서 눈대중으로 대충 대충 해도 그 맛이 나곤 했지만 간혹 그날 그날 어머니의 기분에 따라 실패하는 경우들도 있었는데 요즘은 우리나라 음식의 레시피가 제법 잘 나와 있어서 갓 시집온 새댁도 잘만 따라하면 김치의 깊은 맛을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고짱은 아직 미혼이고 남자이고 그래선지 대부분의 재료가 2인분이다.

일본인의 양은 우리보다 적다고 알고 있는데 주재료의 경우 정확하게 몇 g인지가 안 나와 있어서 애매모호한 점이 있다.

오늘 내가 한 요리들의 경우 책대로라면 밑간을 하는데 대개의 경우 간장 소스를 쓰기 때문에 자칫 짠 음식이 되기가 쉽다.

평소에는 밑간을 하지 않고 요리를 하거나 밑간을 하게 되면 소스를 싱겁게 했었는데 여기선 두 번다 간을 하니까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 입맛에는 좀 짜서 밥이랑 같이 먹었어야 했건만 애들은 너무 맛있다며 만들어 내놓기가 무섭게 빈 접시로 되돌려 주었다.

또 일본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소잎의 경우 굉장히 자주 나오는 단어인데 생긴 모습은 깻잎과 비슷하다.

들어가는 음식을 보니 깻잎을 대신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우리말로 출판된 일본 요리책이니만큼 용어도 우리식으로 쉽게 정리를 했더라면 한 층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폰스소스의 경우 시판용이 있긴 하지만 자주 나오는 소스니 만큼 다른 소스처럼 레시피가 있었다면 굳이 인터넷을 뒤져가며 고짱의 요리에 어울릴지 안 어울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터이고......

그래도 전반적 느낌은 아주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고짱이 프로 요리사가 아니고 여자 친구와 함께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으며 느끼는 행복을 오늘 내게도 나눠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고짱의 요리에 나만의 레시피를 더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먹는 재미가 남았다.


닭 2마리를 샀는데 남편은 먹은게 없다하고, 딸아이도 더 먹고 싶다하고, 막둥이 아들 녀석은 많이 먹었지만 배 고프다한다.

난 냄새로 배 불렸다.

조금 있으면 토란도 나오고, 우엉도 있고, 연근도 제철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두부 요리도 있으니 그야말로 풍요로운 가을을 우리 집 식탁으로 옮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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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업 - 우리 아이의 인생을 위한
존 올리버.마이클 라이언 지음, 김안나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첫 번째 공개수업엘 갔었다.

선생님은 열심히 교실을 돌며 수업을 하시고 아이들은 또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우렁찬 목소리로 선생님을 쫒고 있는데 어느 구석에서 남자 아이 둘이 티격태격 다투기 시작했다.

당연히 선생님은 주의를 주셨으나 두 아이들은 철이 없다 할까? 여전히 투닥투닥 주먹이 오고 가고 나중엔 일어서서 발길질까지 해 대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수업도 진행해야하고 그 아이들 싸움도 말려야 하는데 교실 뒤쪽에 가득 들어서 있는 학부형들 때문에 마음 놓고 소리도 못 지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수업이 중요하니, 급기야 교탁 앞에까지 가서 때리고 피하며 쫓아가서 또 때리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수업을 계속 하셨다.

그 모습을 보는 학부형들은 제각기 한마디씩 했고 어떤 이는 직접 아이들을 말려 보려고 나섰지만 막무가내로 요동치는 아이들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뒤에 듣기로 그 중 한 명은 늘 그런 식으로 수업 분위기를 흐리기 때문에 선생님도 다수의 아이들을 위해 아예 무시해 버린다고 했다.


 

첫 번째 수업 1교시에는 ‘자기조절’ 이라는 항목이 있다.

자기조절은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우리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며 어릴 때부터 연습되어지지 않았다면 훈련을 통해 지금이라도 반드시 습득해야 할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조절을 함으로써 사회규범을 따르게 되고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을 절제하고 우리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조절은 징벌과 같은 부정적 단어인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자기조절은 징벌이 아니라 오히려 재미있고 스스로의 권한을 늘려 주는 것이며

자기조절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수업 중 과격한 몸놀림을 억제하지 못 했던 그 아이는 선생님의 권위로도 그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1학년을 보냈다.

진작부터 가정에서나 유치원에서 아이에게 놀이와 대화를 통해 자기조절을 가르쳤다면 그 아이의 첫 번째 1년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늦었지만 그 1학년 담임선생님이 아이를 적극적으로 만나려 했었다면 그 역시도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란 생각이다.


 

여기까지 보면 이 책은 그저 다른 책과 비슷한 내용의 아류일 수 있지만 이 책의 장점은 그 훈련을 하는 자세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슬링키 놀이’나 ‘하버맨 공을 사용한 놀이’

   
 

                       슬링키                                                 하버맨 공

1.아이에게 슬링키를 보여 주고 양쪽을 잡고 있을 수도 있고, 늘일 수도 있고, 나란히 놓을 수도 있고,위아래로 움직일 수도 있고, 가볍게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2.아이에게 손바닥을 마주 보는 자세로 손을 앞으로 내밀게 하고슬링키가 벌어지면 아이도 팔을 벌리게 하고 슬링키가 줄어들면 아이도 팔을 다시 모으게 한다.
그러나 손바닥이 서로 닿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3.일단 아이가 슬링키의 움직임을 잘 따라오면 속도와 방향을 바꾸어가면서 빠르게 혹은 천천히 움직임으로써 놀이를 더 재미있게 할 수가 있다.

4.슬링키를 내려 놓고 아이에게 물어 본다.
“누가 너를 움직이게 했지?”

 
이런 연습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라면 십중팔구 자신을 움직이게 한 것은 슬링키나 선생님(혹은 부모등 놀이를 같이 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거듭되는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자신을 움직이게 한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아이도 깨닫게 된다.

그러면 “네가 자기조절을 했다면 너는 누구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통해 자기조절이 얼마나 훌륭한 행동인지를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번엔 자기조절의 수위를 좀 더 높여서 유혹에 저항하게 하고 자기조절에 도전하는 놀이를 역시 안내해 주고 있다.


나는 일단 ‘자기조절’ 한 가지 문제만 예로 들었지만 이 ‘레슨 원’에는 아이들이 그리고 우리 어른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행복하게 사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고 내게는 그 방법들이 무척 흥미롭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대로 훈련을 시킨다면 부모도 행복할 것이고 사회도 행복할 것이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가장 행복할 것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을 배우지 않아도, 라이벌을 이기는 방법을 배우지 않아도, 똑똑하게 사는 방법을 배우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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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풀빛 청소년 문학 4
비외른 소르틀란 지음, 김라합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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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노르웨이의 가을날,

서른 아홉의 엄마는 ‘나이 마흔이 되기전에 해야 하는 100가지 목록’이 들어있는 여성잡지를 닳도록 읽고 있다.

엄마는 어이없는 그 목록들을 우스갯거리로 여기는 척 했으나 기실은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하면서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 옆의 나 테레제는 올해 14살.

테레제는 자기도 한번 목록을 만들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마흔이 아니라 죽기 전에, 혹은 세상이 끝나기 전에 해야 하는 아주 아주 중요한 일들로만.

그 목록 중에는 남자 친구를 사귄다. 라는 것도 있는데 그건 아마도 이미 얀을 염두에 둔 발상일 것이고 부모의 이혼 소식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이 목록들은 고스란히 빛바랜 일기장에 끼워져 있게 될 지도 몰랐다.

테레제는 세상이 내일, 당장 멸망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이미 계산에 넣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날 밤, 비가 내리고 어제와 같았고 내일도 오늘 같으리라 믿었던 그 날 밤.

엄마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이혼 소식은 테레제의 세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다.

이제 앞으로는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도 더 이상 기쁘지 않고 흥겨운 리듬 또한 우울하게 만들 것이다.

황량한 마음이 되어 버린 지금,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무엇이 필요하고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은데 대화 상대가 없다.

온 우주에 테레제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어진다.

얀은 가을에 전학을 온 목사님의 아들로 테레제는 전부터 그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적당한 핑계거리가 생각나지 않았었다.

지금은 엄마 아빠의 이혼에 대해 얀과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주제를 세상의 종말로 잡고 얀에게 과제를 도와 달라고 손을 내민다.

그렇게 해서 테레제는 자신의 목록을 완성하는 것에 얀을 개입시키고 어느 주말에 함께 로마로 떠난다. 보호자로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언니 이레느를 동반하고.

부모님은 자신들의 문제에 빠져 허우적거리느라 다른 이를 돌아 볼 여유가 없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로마에 가서 테레제는 자신의 목록 중 여러 개를 실천했는데 그 중에 하나님이 테레제를 보고 계시다는 증표를 달라고 했던 11번째 목록에 대한 답도 얻었다.

불과 몇 분 전에 테레제의 머리가 닿아있던 바닷가 모래사장 그 자리에 벼락이 떨어져 생긴 번개 화석이 그것이다.

테레제는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을 외면하더라도 만약에 하나님이 계시다면 하나님만은 자신을 사랑하실 것이라는 희망을 잡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영원한 화석으로 굳어진 천분의 일초, 섬전암.

흘러가 버리는 시간 속에서 어느 한 순간인들 귀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언젠가는 죽게 될테니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또 용기를 내야한다는 마르틴 할아버지의 충고대로 테레제는 얀에게 입을 맞춘다.

그렇게 진심을 표현하고 나니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깨어 있고 준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눈을 돌려 보면 주변에 이렇게 시작하는 카피가 많이 있다.

죽기 전에, 세상이 끝나기 전에 라는 말은 절박함과 함께 이제껏 없던 용기도 부여해 주고 곧 실천으로 옮기기를 종용한다.

하루하루가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삶을 살던 테레제에게 부모의 이혼은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내려앉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도무지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느낀 사춘기 소녀는 자신의 혼란스러움을 잠재우기 위해 미지의 곳으로 일탈을 꿈꾸고 내적으로 부쩍 성숙해져 자신의 운명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부모님의 이혼 전이나 후나 사실 세상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단지 테레제의 보는 시각이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런 테레제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애써 외면하는 불편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만약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면 나도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을까?

14 살짜리 소녀와 내 나이에서의 욕구나 결핍은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오늘을 계기로 올 해가 가기 전 편지를 써야하는 사람들 목록을 만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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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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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목에서 얼마 전 보았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떠오르며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궁금해졌다.

원제는 ‘Maniac magee’로 Maniac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제프리 매기라는 소년에게 붙여진 별명인데 투밀즈 지역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어 오는 매니악 매기도 처음엔 그저 평범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평범한 아이였다.

그가 3살이 되던 그 해의 어느 날 부모님이 기차사고로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고아가 된 어린 제프리는 서로를 지독하게 미워하면서도 카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이혼도 하지 않은 채 서로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모든 가구를 두 개씩 들여 놓고 사는 숙부와 숙모에게 보내져 8년을 살았다.

그리고 학교에서 봄 음악회가 열리던 밤, 제프리는 강당의 왼쪽과 오른쪽에 떨어져 앉아 있던 숙부와 숙모에게 “말해요, 말해! 서로 말해요! 말해! 말해!“라고 고함을 지르며 강당을 뛰쳐나가 어둠 속으로 달려 나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달리기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운명의 거미줄을 교묘하게 새로이 교차시키는 것이라면 매니악 매기의 달리기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향해 일보 전진하는 것이다.

제프리가 그렇게 쉬지 않고 51주를 달려 도착한 곳은 흑인들이 사는 이스트엔드와 백인들이 사는 웨스트엔드로 구분되는 투밀즈 지역이다.

제프리 매기는 피부색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지 않은채 거리낌 없이 양쪽 거리를 오가며 의도하지 않은 매니악의 전설을 만들기 시작한다.

신기에 가까운 스포츠에의 재능과 코블의 매듭 풀기,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과 동물원 들소 우리에서도 잠을 잘 수 있는 친화력등 무엇이든 그가 하는 행동은 그대로 전설이 되었다.

서로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기에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던 양쪽 거리의 사람들은 매니악 매기의 거침없는 달리기가 만드는 파동을 느끼게 되고 끊임없는 자극으로 인해 서로에게 호기심도 갖게 되고 충돌도 하면서 때로는 도움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이스트엔드와 웨스트엔드 양쪽 구역 어디에나 갈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집이 어느 쪽에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들소 우리에서, 다른 때는 야외 음악당 의자나 천막에서, 어느 날은 누군가의 뒷마당이나 뒤쪽 베란다에서 그리고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아만다나 피크웰, 아니면 존의 집에서도 그는 잘 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는 어서 오기를 기다려주는 단 하나의 집이 없었다. 그러던 그에게도 마침내 번지수가 생기게 된다.

제프리의 가정을 산산조각 낸 스쿨킬 강의 높은 철교를 지나던 기차가 이번엔 공교롭게도 그에게 가족을 선사한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그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오라고 환영해 줄 가족이 생기고 주소가 있는 집이 생긴 것이다.

그가 학교 강당을 달려 나와서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도착한 곳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가정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뉴베리 상과 보스톤 글로브, 혼북상을 받고 미국 도서관협회 최고의 책에 선정된 이 책이 주는 메아리도 결코 작지는 않으나 작가인 제리 스피넬리의 약력은 더욱 흥미롭다.

작가의 어릴 적 꿈은 야구 선수가 되는 것이었고 16살 때 미식축구에 관한 시를 써서 지역 신문에 게재가 되자 작가가 되기를 소망하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어른 책을 썼으나 번번이 거절을 당하고 심한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코 글쓰기를 포기하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녀들의 발랄한 재롱을 보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그 추억을 바탕으로 아동용 책을 썼으나 역시 많은 출판사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으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로 지금은 성공한 아동 문학가가 된 것이다.


‘하늘을 달리는 아이‘ 속에는 작가의 야구에 대한 극진한 애정이 배어 들어있다.

매니악 매기와 야외 음악당 야구장비실에서 함께 살았던 그레이슨이라는 노인이 못 다 이룬 야구에의 꿈은 바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어른들의 이야기이기도 한다.

그레이슨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마지막 가는 길을 행복으로 충만하게 해 준 것은 매니악이 한 일 중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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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2 -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눈물.


‘다이 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 ’이후 한동안 접하지 못했던 중국 소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 ‘쑤퉁’이란 작가를 알게 되고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어 버린 기분으로 책을 받아 들었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이 ‘눈물’이라는 작품은 중국의 맹강녀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데 입에서 입으로 구전 되어오는 이야기에 뼈대를 세우로 살을 입혀 두 권 분량으로 만들어 낸 작가의 역량이 놀랍기만 하다.

 

맹강녀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명사]<문학> 중국 진나라 때에, 만리장성의 역사(役事)에 얽힌 비극적인 전설의 여주인공. 진시황의 장성 축조에 징발(徵發)된 남편의 겨울옷을 가지고 찾아갔으나, 남편이 이미 죽었다는 말을 듣고 성벽에 쓰러져 우니, 갑자기 성벽이 무너지면서 남편의 유골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렇게 간단하다.

 


황제의 숙부인 신도군이 죽을 날을 받아 놓고 은거하던 북산(北山)에서는 울음이 금지되어 있다.

신도군의 죽음으로 이미 한차례 큰일을 겪은 마을 사람들은 절대 내놓고 울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걸음마보다 먼저 배워 동네마다 눈물을 다르게 배출하는 법이 있는데

북산아래 여러 마을중 비누가 살던 도촌의 여아경은 눈물을 감추며 우는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그것은 두 눈 이외에 각자 생리적 특성에 따라 귀로 울거나 입술로 울거나 혹은 유방으로 울면서 얼굴엔 물기를 찾아 볼 수 없도록 감쪽같은 방법이다.

그러나 비누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길고도 숱이 많은 머리로 울면서 눈물을 감추는 비법을 완전히 전수받지 못하고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홉 그루의 뽕나무를 가진 천애고아 완치량과 혼인하게 된다.

말없고 성실한 치량은 어느 날 새벽에 뽕잎 반 단을 해 놓고 도촌의 다른 남자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비누는 그 때부터 머리뿐 아니라 손바닥으로도 울고 발가락으로도 울고 그녀의 눈물이 닿는 다른 사물들에까지도 물방울이 스며 나오게 만든다.

치량은 북방 대연령으로 만리장성을 쌓는 노역에 끌려갔다.

이제 곧 겨울이 올텐데 벗은 몸으로 갑작스럽게 끌려 간 치량의 안위가 걱정된 비누는 전 재산을 팔아 손수 겨울옷과 허리 띠,그리고 토끼가죽 신발을 지어 대연령으로 떠난다.

여자 홀몸으로 나서는 길에서 죽음에 이르는 위험도 맞닥뜨리고 결국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걸을 수도 없게 되어 두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다리를 끌며 기어서 가파르고 험준한 초겨울 산을 오르는 비누에게는 칭송보다는 비난과 질시가 쏟아진다.

그러나 비누가 대연령에 도착하기 전 이미 남편 치량은 돌더미에 깔려 죽은 후였다.

남편의 죽음을 접한  비누가 장성에서 울기 시작하자 세상의 온갖 만물이 함께 울고 대연령 전체가 미미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 돌밑에 깔렸던 치량의 유골이 튀어 올라왔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유골이 나와서 장사를 지냈다던가, 죽은 이가 살아났다던가, 비누도 함께 따라 죽었다던가 하는 설명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어찌 보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싶지만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기는 결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대연령으로 가는 비누의 고된 여정 중 동화같이 환상적이고 잔혹한 묘사들이 많이 있고

중국이 멀지 않은 곳이지만 역사가 깊은 만큼 이야기의 소재도 풍부하고 땅이 넓은 만큼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으니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모티브로 책 읽는 즐거움을 준다.

같은 동양권이니 만큼 윤회설이라던가 억눌린 한을 눈물로 풀어내는 것 등은 우리네 정서와 비슷해서 한껏 비누를 이해한다 생각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참 생소한 낯설음이 남는다.

 

사실이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되고 햇볕에 바라면 역사가 된다더니 맹강녀 설화는 내게 있어 현대적으로 되살아 난 역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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