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톡톡 다섯 가지 감각 이야기 세트 - 전5권
파티마 델라 하라 지음, 전기순 옮김 / 풀빛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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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감각이야기

이번에 받은 책은 네겐 너무 어린 책이랄까?

그래서 선뜻 책에 손이 안 갔었는데 막상 책장을 넘겨보니 이층집에 살고 있는 다섯 주인공들을 그린 삽화와 글이 아주 재미있고 신선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우리 아들의 국어 ‘읽기’ 책을 보면 눈, 손, 발, 코와 입이 각자 자기 자랑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

자기가 가장 훌륭하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만하는 그들의 다툼은 우리 아이들이 이제껏 익숙하게 보아 왔던 구성에 등장인물들만 다를 뿐 그 내용에 있어서는 매한가지이다.

우리가 익히 보아 왔던 그런 동화에는 다섯 손가락이 서로 자신이 최고라며 자랑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아주 작은 나사못을 빗대어 여러 명의 친구 중 가장 작고 볼품없는 친구를 업신여기는 시각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있었다.

시작은 늘 그렇게 다투고 헐뜯다가 나중엔 서로의 존재감을 인정해 주고 누구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가 있을 수 없다는 교훈으로 끝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세상이 바뀌어 창의성과 개성을 더욱 중요시하는 지금까지도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가 꼭 교훈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서 교훈 이전에 이미 나 아닌 다른 친구와의 비교를 통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키도 작고 조용한 친구는 무시해도 된다고 하는 것들을 은연 중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에서 천편일률적인 계몽이야기가 교과서에 실린다는 게 좀 못마땅하던 터였다.


‘다섯 가지 감각 이야기’는 한 집에 모여 살고 있는

척척 손 아저씨, 살살 혀 아저씨, 뭉툭 코 아저씨, 초롱 눈 아가씨, 그리고 밝은 귀 아저씨의 이야기인데 여기엔 내가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잘난 척이나, 자기 자랑, 그리고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깎아내리는 갈등 구조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오히려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비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같은 집 식구들이 있고

나와의 다름-차이를 인정 해 주고 타인을 구태여 나의 구역으로 끌어 들이려, 내 식으로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왜 눈 아가씨와 귀 아저씨는 하나씩만 나올까? 하는 의문이 생길 무렵 그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펼쳐진다.

그러고 보면 두 눈과 두 귀가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멋지게 한 방 먹인 것이다.

세상엔 눈이 하나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귀 역시 하나밖에 없거나 아니면 감각기관이 제 구실을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내가 두 개씩 갖고 있는 감각기관을 하나씩 가진 그들은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고 단지 나와는 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유아들에게는 감각에 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책이고, 좀 더 자란 우리 아들처럼 초등학생들에게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갖지 않게 인도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 같은 어른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 숙연해 지기도 한다.


8살 아들은 척척 손 아저씨가 모험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만약 발 아저씨도 함께 살았더라면 발 아저씨는 혹시 멋진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어른인 나는 손이 어떻게 따로 떨어져 나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할까 봐서 그 대답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을 즈음 아이는 벌써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자기의 이야기를 꾸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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