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서평단 알림
-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기타오 요시타카 지음, 이정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어제 날짜로 일을 그만 두었다.

집에다가는 일을 그만 두었다고 했지만 그래도 한 가닥 여지는 회사에 두고 나왔다.

어제도 남편이 버스 정거장에 나와 서 있다가 ‘그 동안 수고했어.’ 했다.


나는 프리랜서이고, 일의 양도 그리 많지 않고, 경력도 짧지 않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긴 세월동안 너무나도 익숙하게 서로를 이해 해 온 터라 제3자가 볼 때에는 왜 그만두지? 하는 의문도 생길 것이다.

진작부터 친정 엄마는 절대 일을 그만 두어서는 안 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나와 동갑인 사촌 제부가 이번에 대기업에서 명퇴를 했다며 걱정을 하시는 엄마의 마음에는 일이 곧 밥 벌어 먹고 사는 밑천이라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기에 일에서 보람을 찾는다거나 자아실현, 진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 따위는 빛 좋은 개살구처럼 허울뿐인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일을 그만 두어야 할까? 다녀야 할까? 고심하는 중간에 이 책을 받아 보았다.

yes24나 교보엔 리뷰가 50~70개 이상 달려 있으니 가히 이 책의 인기를 실감 할 수 있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의 눈을 집중시킨 “일”은 어떤 책일까?

저자 ‘기타오 요시타카’는 노무라 증권에서 ‘손 정의’의 소프트 뱅크를 거쳐 SBI홀딩스를 창업한 사업가로 유교주의 경영 철학을 원용해 인간학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고전을 즐겨 읽으며 고전을 바탕으로 형성된 사고는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할 때에 반드시 큰 힘이 된다고 믿고 있다.

동양에서의 일에 대한 전통 관념은 ‘공공에 봉사하는 것’ 이며 ‘천명에 다라 행’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미국식 사고방식이 동양의 직업관에 깊이 파고들어 일은 곧 ‘자기실현, 즉 자신을 위한 이상일 뿐’, 더 이상 자신의 천직에 힘쓰는 것으로 삶의 보람을 찾는 사람은 보기 힘들어졌다고 꼬집고 있다.

미국에는 기부나 여러 형태로 공공을 위한 자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반드시 일을 통해 공공에의 봉사를 실현하려는 동양의 사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공공을 위해 일하는 것 =공공을 위해 봉사 하는 것.

난 아직 한 번도 내가 하는 일을 봉사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아주 근사한 직업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껴 보지 못했다.

날마다 마감 시간에 쫒기면서 한 달에 한 번쯤 월급날에는 내가 한 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통장을 들여다보면서 만족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요 근래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한 때는 우리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어개를 으쓱하기도 했었는데 여자가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르는 일이다.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 딸이나 며느리의 사회생활을 적극 지지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희생이 일순위이고 그 다음으로 그네들을 위해 일한다는 명분을 세워주는 아이들의 희생 또한 무시 못 하는 부분이다.

다음으로는 일하는 아내를 둔 가장의 희생도 있다.

나의 경우를 보면 알량한 ‘나의 일’을 내세워 주변 사람들의 많은 희생을 당연한 것처럼 독식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의 일터로 떠난 시간동안에 다른 식구들의 괴로움은 잊었던 것 같다.

어찌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요지와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는 이 책을 보며 보다 근원적인 내 ‘일’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생계유지나 공공을 위한 봉사가 제 아무리 중요하다손 치더라도 내 가족, 내 주변의 희생이 따른다면-더구나 선택권이 없는 아이들의 희생이 따른다면 기꺼이 일을 그만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오늘 아침에도 이야길 한다.

“아~! 정말 좋다. 자기가 출근을 안 하고 집에 있는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어. 조금만 덜 쓰고 조금 더 절약하고 살자.”

나 역시 그 말에 동감한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고 말년엔 딸을 일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셨던 친정엄마, 한참 엄마 손이 탈 나이에 다시 일을 시작해서 본의 아니게 독립적으로 키워진 우리 큰 딸과 엄마 젖을 3개월도 못 먹은 우리 아들, 그리고 늘 세심한 배려로 지원함에 있어 남자로서의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희생할 수밖에는 없었던 남편.


이제부터는 내가 그들을 위해 봉사하며 보람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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