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울 상혁이의 시험 기간이에요.
중간 중간 받아 쓰기와 영어 단어 시험은 봤지만 그래도 시험은 좀 다른 느낌이네요.
처음 사립을 보내려 맘 먹었을 때에는 그저 학원으로 애를 돌리고 싶지않아서였고 신경 좀 덜 쓰려 했던것이었는데 왠걸? 신경 써 줘야 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지금 생각하니 우리 하나는 정말 거저 키운 것 같아요.
한글을 간신히 읽긴 하지만 쓰기는 좀 약하고 영어는 알파벳도 다 모르고 간 상혁이.
게다가 왼손 잡이여서 거울에 비친 글씨처럼 뒤집어 쓰는 약점도 있으니 잠시 잠깐 삐끗하면 다 외운 단어가 엉뚱한 단어로 변신할 수 있고요.
그래서 낮은 점수로 인해 친구들에게 뒤쳐지면 주눅이 들까 싶어 격려 아닌 격려를 해 가며 일요일이면 꼬박 꼬박 쪽지 시험 준비를 해 주었지요.
다행히 일주일마다 보는 1단계 영어 인증 시험을 기적적으로 통과하고 -물론 지금까지 외운 단어를 모두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요. ^^;-이젠 좀 한 숨 돌리는가 했더니 수학,과학 이머젼 시험이네요.
여기에선 좀 특이하게 수학,과학을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가르친대요.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상혁이가 모두 알아듣진 못하지요.
그 반에서 제법 알아듣고 영어로 답하는 애들이 두세명 정도 있다고 해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상혁이가 하는 말,
"다른 애들도 나랑 똑 같애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
수업 시간에 전혀 못 알아 들으면 어쩔까 싶었는데 도우미 선생님이 계셔서 중간 중간 통역을 해 주신답니다.

이번 월요일, 수학 이머젼 시험을 보고 온 상혁이가 전화를 했어요.
"엄마,나 오늘 시험 잘 봤어요. 영어 단어 시험은 100점이에요.  그런데 수학 시험은 좀 ..."
"못 봤어도 괜찮아.영어로 써 있으니까 하나도 모르겠지?"
"그런데 맞은것도 있는것 같애요."
"와!~ 진짜? 엄마는 우리 상혁이가 빵점 맞을 줄 알고 빵 사줄라 그랬는데 맞은것도 있구나?"
"에이.엄만~? 내가 무슨 빵점을 맞겠어요? 그리고 시험은요,틀려도 괜찮아요."
"맞아 맞아. 틀려도 괜찮아. 상혁이 똑똑한 걸?*^^*"

 


블로거 민정씨가  울 상혁이 입학 선물로 보내 준 책이에요.
받아들자마자 몇번을 내리 읽더니 역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네요.
상혁이는 영어를 잘 하진 못해도 재미있어 해요.
선생님들도 모두 재미있고 좋다고 하더니 발표도 잘 하는 편이구요(??상혁이 말에 의하면요~),퀴즈 시간엔 대충 때려 잡아서 정답을 맞추는 감도 발달했나 봐요.*^^*
같은 반 아이들 중엔 벌써 영어가 싫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네요.
그 친구들도 이 책을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퇴근해서는 하나에게
"하나야.상혁이가 시험을 봤는데 맞은것두 있대."
"엄만 그게 그렇게 기특해요?"
"그럼. 기특하지.아주 신기할 정도야.넌 안 그러니?"
"에휴~. 엄만... 나도 시험 기간인데 나한텐 신경도 안 쓰고..."
"어머?! 넌 네가 알아서 해야지.엄마가 대신 시험봐 주는 것도 아닌데."
"그게 아니라 내가 국어랑 수학 한개씩 틀렸다니까 엄마가 다 맞을 수 있는걸 덜렁대서 틀렸다고 뭐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상혁이는 쉬운걸 쬐금만 맞아도 잘한다고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고. 엄만 맨날 그런 식이야."
"너랑 상혁이랑 같니?"
"내가 더 어려운 시험이라구요. 엄만 내가 말하기 전까진 시험인줄도 몰랐잖아요."
"그러게 너희 학교 시험 날짜를 엄마가 어떻게 알아? 날마다처럼 9시면 들어가 자고 집에 와서는 상혁이랑 놀다가 싸우다가..."
"나도 시험 망칠까 봐.그러면 엄마가 나한테 관심을 좀 가질려나?"
"^^ 망쳐도 돼. 어차피 엄마 시험은 아니거든. "
"아휴~! 내가 시험 망치면 또 엄마 인생 아니고 내 인생이라고 하실거죠?"
"다 암시롱~~~! *^^* 어쨌든 상혁이는 기특해. 맞은것도 있다니...ㅎㅎㅎ" 
"엄.마."  (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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