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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 곽정은
오늘 같은 날은 정말정말 혼자이고 싶다
너무나도 예쁜 두 아이들
너무나도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의 역할 충실히 하고있는 남편
참 좋으신 시부모님들, 친정가족들....
버리고 싶다는게 아니다
그냥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오늘 같은 이런 기분에서는 특히....
길고긴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구나 신났는데...
오늘은 개교기념일이다ㅠㅠ
종일 싸우다가 또 금새 꺄르르 웃다가..... 와당탕탕 시끄러운 아이들
오늘따라 외부일정 없이 집에 있는 남편...
내가 무언가 계속 서브해주기를 바라는 세사람....
아 쉬고싶다....
그래서 아이의 문화센터 강의를 핑계삼아
(단 한시간의 자유이지만) 카페로 도망쳐 나왔다
오늘 새벽에 이 책을 읽은뒤라 더 격렬히 혼자이고 싶은걸까
간만에 감성감성했던 책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를 소개한다

그린라이트로 유명한 마녀사냥을 통해
쿨한여자 혹은 쎈여자 혹은 할말은 하는 여자로 많이 알려지게 된
곽정은이 쓴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다였기에
이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그녀의 마음속을 제대로 들여다 본 느낌이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예쁜 삽화와 함께
편하게 읽히는 책
(그런데 의문인게 이게 이 책 삽화의 컨셉인건지
인물의 앞모습들이 넘나 안예쁘다
이상하게 눈과 눈썹?을 그려놔서... 왠지 마무리가 아쉬운 느낌,,,
뒷모습이나 풍경을 그린 일러스트는 넘나 맘에 드는데 왜 그랬을까 의문이 드는게 사실..)
책을 펴자마다 첫페이지 첫 문장부터 포스트잇을 붙였다
내안의 무언가가 서서히 쌓이고
그것이 마치 컵에 가득 찬 물이 출렁이다 못해
흘러 넘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첫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녀....
오늘의 나를 어떻게 대접하는가의 문제가
내일의 내 시간을, 내 삶을 만든다는 부분에서는
왠지모를 찡함이 왔다
나도 지금 나이 사십넘어 내 비전을 찾으려 노력중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려고 하고있지만...
그녀는 20대부터 이미 그런 생각을 하고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
에잇.. 속상해 ㅠㅠ
이혼후 혼자의 삶을 살면서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는 그녀...
법적으로 부부가 됨으로서 일생의 시스템이 완전히 뒤바뀌고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너무 많은 간섭속에서 살게되는 삶...
너무나 공감이었던 것이
남자와 여자에게 이중적으로 가해지는 잣대였다
서른살의 남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나이로 여겨지지만
서른살의 여자는 동메달이라는 둥, 꺾어진 나이라는 둥....
크리스마스 케이크 같다는둥...
안타깝게도 그러한 이중 잣대속에서 여성의 자존감은 낮아져가고
그 낮아진 자존감의 눈높이에서 조건맞춰 도망치듯 결혼한 남자와의 결혼생활은 그다지 순탄하지 않다
이부분에 백프로 동감하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도 있겠다 싶다..
사실 나도 29세에 급히(?) 결혼을 했기에
꽤 많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내 결혼을 바라봤었던 기억이 난다
하나의 감정이 신경계를 통과하는데 1분 30초밖에 안걸린다고 한다
즉, 감정의 수명은 1분 30초인데
우리는 그 감정에 내 또 다른 기억들과 화, 분노 등을 더해
두고두고 속상해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생각의 노예가 아닌, 생각의 주인으로 살기 원한다
참 아름다운 문장과 참 아름다운 일러스트다
딱 이렇게 살고 싶다
이책을 읽으며 곽정은이라는 여자가 나와 비슷한 나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무언가 생각의 흐름이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부분
얄팍하게 배운 심리학 지식이 조용히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소환했고 나는 오히려 불행해졌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왜 그랬어요?'
난 심리학 공부를 진지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몇년전부터 꾸준히 심리학 책들을 읽어대며 배운 그 얄팍한 지식들로
한동안 내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엄마를 원망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게, 아주 깨끗하게 앙금이 없어졌다고 할수는 없지만
작가의 마음흐름 처럼
엄마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보며 나역시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작가처럼 엄마가 남겨준 내 감정들 덕에 어린시절 많이 외롭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그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들 덕에 내게 감정의 굳은살이 생겨
꽤 강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어려움덕에 무언가 변했다고 하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나도 무언가 변했다고 밖에 설명할수 없지만
점차 강해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가족들은 잘 모른다
내가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냥 늘상 같은 모습이지만
이렇게 혼자 무언가를 쓰고 생각하는 가운데 성장하고 강해짐을 느낀다
작가의 이야기처럼
젊음은 갔지만 깊은 성숙이 나에게 왔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