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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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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음과 그를 둘러싼 고독, 고통 등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 발췌 및 해석

‘내가 이렇게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동안에, 침묵의 길이와 두께를 갱신하는 동안에, 의식 속에 멈추지 않고 되풀이되는 추상이 있다. 입가에서 맴도는 소리가 있다. 죽음. 그렇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여기에서는 하나의 길에 집중해 걷기 시작하면 곧 길을 잃어버린다.’


‘악몽은 이미 지나갔거나 아직 오지 않은 고통의 현재적 현현이다.’


‘고통의 다른 이름은 믿음의 부재이다. 고통은 욕망이 없고, 스스로의 존재를 설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고통조차 신뢰할 수 없다.’

• 전체 느낌

작가가 이 글을 쓰는 내내 고통에 시달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작가가 글을 멈추지 않고, 혹은 바꾸지 않고 계속 써 내려간 이유는 아마도 이 책이 작가의 모습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혼란스럽고 고통이 가득한 그 모습을.

만약 이 책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미 완벽과 멀어져 있다는 뜻 같았다.

난해하고 심오하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독자에게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저 생각하라고 풀어놓을 뿐이다. 그때 독자는 자유를 느끼며 원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책의 여러 좋은 점들이 있다. 그중에서 책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나(독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위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점을 가장 잘 가지고 있는 책이다.

"당신이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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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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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다른 사람에게 팬이 되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연예인일 수도 있고 존경하는 주변 인물일 수도 있다. 그때의 마음과 감정을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면 더욱 깊고 섬세한 감정의 결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소설과 팬픽이 교차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과 팬픽이 맞물리는 시점에서 가장 짜릿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소설과 팬픽을 나누어 살펴보자면,

◎소설은 아이돌의 이면을 담고 있다. 겉으로는 화려한 그들이지만 현실을 냉혹하다.

1) 아이돌을 상품을 대하는 소속사의 태도

2) 기사나 커뮤니티에 달리는 악플과 상처

3)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무례함과 선을 넘는 언행들

 

p34 연습실 전신거울 앞에서 혼자 안무 연습을 할 때에도 귓가에는 환호가 들렸다.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으면 눈꺼풀 안쪽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래, 이걸 원했지. 나는 이걸 원했어. 하지만 원했다고 해서 정말 다 감당해야 하는 걸까.

 

p106 아이돌도 직업인데 왜 고행을 하듯이 살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p158 그게 사랑이라면 그런 사랑에는 도대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

 

 

◎팬픽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느낌의 소설. 무언가를 깊게 다루지도 않고, 깊게 고민하거나 크게 말하지도 않는다. 잔잔하게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스쳐가는 말득과 그들이 처한 환경이 전부다. 책을 몰입해서 읽는 취향인 나에게 책장을 넘기는데 있어 조금 힘이 들었다.

여러모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구성도 독특했다. 소설과 팬픽이 교차하며 맞물리는 시점이 가장 짜릿했다. 또한 팬픽이라는 일종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팬픽이 책으로 등장한 만큼 책을 쓰는 소재에 대한 다양성이 확대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아이돌 혹은 누군가를 팬으로서 사랑하고 있다면, 누군가를 팬으로 열렬히 사랑해 본 적이 있다면, 한번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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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언니에게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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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데 1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평소라면 소설은 틈틈이 읽어 3일 정도면 완독하는데 이번엔 도저히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면 왠지 어떤 말들이 쓰여 있을 것 같다고 짐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갔다.

책을 읽으며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 머리를 가격한 단어와 문장들에 줄을 치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되뇌었다. 이 책의 모든 단어는 무거웠다.

내용에 대한 흔한 감상평을 한 줄도 쓰지 못하겠다. 내가 쓴 글이 제야의 입장에서 선을 넘는 것일 수도, 고통을 더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차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제야의 감정과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해, 공감이라는 단어로 섣부르게 표현할 수 없는 내 마음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나에게 전해진 감정을 가슴속 깊숙하게 새긴다.

 

사회의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 등의 생각이 제야를 더욱 벼랑으로 이끈다.

 

 작가는 피해자의 언어로 그들의 마음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러므로 더욱 무거운 이야기를 함께 듣자고, 함께 마음을 나누자고 말한다.

 

 

제야는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늘 속에서 무릎을 펴고 일어난다. 그리고 조금씩 걷다가 달린다. 아무도 제야를 막을 수 없다. 제야는 강하다.

 

 

 

 

표지에는 카시오페아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 제야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찾았던 별자리다.

5개의 별들 중 하나만 색이 다를까? 검색을 해보니 색이 다른 별이 카시오페아의 무릎에 해당하는 지점이라고 한다.

책 속에서

‘그들이 무릎을 세우고 일어설 수 있도록, 왼쪽 벽에 손을 댈 수 있도록, 그들의 오른손을 잡고 싶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작가가 그들의 오른손을 잡았다면 이 책은 그들의 무릎이 되어줄 것이고, 나는 그들이 짚고 일어날 수 있는 벽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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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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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부모를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고 키우려고 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아이를 대신 양육하고 입양을 촉진시키는 센터가 등장한다. 센터에서 일정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페인트라는 부모 면접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부모와 센터에서 벗어나 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만약 페인트에 실패할 경우 성인이 되어 센터에서 나가 생활할 때 평생 낙인이 따라다닌다.

 

인구 절벽인 시대에 현실적인 해결책을 하나 전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부모를 선택한다는 소재에서 벗어나 인구문제, 가족에 대한 가치관, 입양아에 대한 낙인과 차별, 좋은 부모와 좋은 자식 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 속에 정답은 없지만 누군가가 궁금해하고 힘들어하고 고민했던 물음이 쏟아진다. 주인공의 답이 100%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그 답을 계기로 독자들은 물음에 스스로 생각해보고 답하며 조금 더 성장한다.

 

어쩌면 머지않아 일어날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이 책은 청소년 문학이지만 청소년과 그의 보호자가 같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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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출간 2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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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김영하 작가님의 작품을 이 책으로 처음 접했다. 독특한 소재와 간결한 문장력으로 순식간에 책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처음 이 책을 구입한 계기는 정말 '엘리베이터네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호기심 하나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가 열린 결말로 끝나면서 나의 호기심만 더 커졌다. 독자에게 소설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게 하는 열린 결말은 작품에 대한 흥미와 상상을 더욱 자극하는 요소가 된다.

(이 책에 실린 모든 단편 소설들이 모두 열린 결말이다.)

 

주인공이 출근을 하다가 엘리베이터에 낀 남성을 보고 신고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책이 요즘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책의 군데군데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등장한다. 이 부분이 소설 속 인물의 가치관인지, 작가의 가치관인지는 다른 작품을 좀 더 살펴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소설의 내용이 어둡고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속에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도 있는 만큼 가벼운 마음만으로 볼 책, 재미만으로 볼 책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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