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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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대회


정신병동의 기억 위에 읽기의 시간을 포갠다.
스캔런은 플라스, 뒤라스, 울프의 문장을 끌어와 자신의 상실과 고립을 비추고,
진단명이 움켜쥔 이야기를 독서의 온도로 풀어낸다.


나는 이 책에서 ‘소용돌이처럼 돌아오는 슬픔을 안고 사는 법’을 배웠다.
도피가 덫이 될 수 있다는 경계,
책이 삶을 지켜주는 보루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오래 남는다.


문학이 분석 대상이 아니라 체온으로 다가오는 순간들.
그때 비로소 읽기가 돌봄이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상실 이후의 언어를 찾는 사람,
상담과 교육의 현장에 있는 이들,
나아가 책으로 다시 일어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한다.


조금 느린 호흡으로, 자기 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은 이라면 더더욱.



#의미들 #수잰스캔런 #엘리출판사

#Comitted #에세이추천 #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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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사전 - 인생의 작은 숙련가를 위한
단춤 지음 / 유유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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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지만, 그 정체를 선명하게 알아챈 적은 많지 않았다. 어떤 날은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괜찮다고 애써 넘기고 나면, 그 감정은 더 낯설어져 있었다. 도대체 이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렇게 이름도, 성격도 모르는 감정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릴 한 때가 있었다.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을 붙잡혔다. 이 책은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름 붙이고, 다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조용한 연습장처럼 다가왔다.



<감정 사전>은 사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마음에 관한 에세이와 짧은 만화가 섞인 다정한 책이다. 총 50개의 감정을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1부는 ‘나만의 속도를 찾아서’, 2부는 ‘손에 쥐어준 다정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각각의 단어는 국어사전적 정의와 함께, 작가 단춤이 재해석한 감정의 정의로 이어진다. 그 옆에는 에세이와 함께 귀엽고 따뜻한 그림이 짝을 이룬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자주 지나쳐버리는 감정들을 매우 섬세한 언어로 포착해낸다는 데 있다. '생경하다', '의식하다', '회피하다' 같은 다소 추상적인 단어들도, 작가의 경험을 통해 구체적인 표정과 장면을 가진 감정으로 되살아난다. 감정이 단순히 느끼는 것을 넘어서, 이해하고 연습해야 할 어떤 것처럼 여겨진다.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내가 자주 택한 방식은 감정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오늘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찬찬히 쓰다 보면 어느새 감정의 파도에서 조금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막상 쓰려 하면 어떤 단어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바꿔주는 사전, 그 예가 바로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불안하다’는 감정을 이 책은 초조함 딱 한 단어로 정의하지 않는다.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저 혼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감각’이라 표현한다. 그 말이 머릿속에 남는다. 그렇게 단어 하나로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오히려 나를 이해하는 데 쓰이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나도 단어들을 내 방식대로 정의해보고 싶어졌다. 익숙했던 말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잘 몰랐던 감정에는 이름을 붙이고. 그렇게 나만의 ‘감정 사전’을 써내려가다 보면, 조금 더 다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조심스럽게 감정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전한다. 이 책, 다정한 위로가 있다. 이 책에서 작고 단단한 삶의 태도를 만들어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밀도가 느껴진다.



감정 앞에서 자주 머뭇거리는가?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누군가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아라. 그저 사전적 의미로만 정의내리지 말고, 조금은 시적으로, 조금은 생활의 언어로 느껴보아라. 이 책을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보면 그 단어들이 당신에게도 다정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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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훈민정음 - 세종대왕과 떠나는 AI 시대 인문학 여행
정유진.유영준 지음 / 메타세종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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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

- 기술은 어디까지 우리를 도울 수 있으며, 또 어디부터는 스스로 묻고 사유해야 하는가?



본서는 근본적인 사유의 문을 두드리는 책이었다. 휘발성 높은 기술 정보나 AI 트렌드 소개서를 기대했다면 첫 장에서 다소 당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이 책은 기술서라기보다 시대와 인간, 언어에 관한 깊은 인문학적 대화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오늘날 생성형 AI의 도입과 겹쳐 읽는 시도는 이 책만의 독특한 통찰이었다.



저자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구나 기술의 혁신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문자의 발명이 그러했듯, AI의 등장은 인간의 언어 체계와 사고 구조에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언어 혁명’으로 바라본다. 그 시선의 전환은 매우 중요하다. AI는 단순히 인간의 말을 흉내 내는 기계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던 ‘질문하는 능력’을 다시 끄집어낸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비트겐슈타인, 조지 오웰, 단테, 벤야민, 니체 등 사상가들의 개념과 문장을 곳곳에 불러온다. 이들은 AI 시대의 언어, 자유, 사유, 감각, 존재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하는 ‘철학적 동행자’로 기능한다.


AI와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이 책은 고전적 은유에 그치지 않는다. ‘패턴’, ‘유추’, ‘창발성’, ‘감각 인터페이스’와 같은 개념은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하면서도, 그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칠 문화적 충격을 함께 성찰하게 만든다. 특히 AI가 단지 정확한 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질문을 다시 구성하게 만드는 존재로 묘사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점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태도'를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 역시 AI를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정보를 빨리 얻거나, 텍스트를 자동화하는 데 만족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기계적 효율에 익숙해진 감각을 흔들어 놓는다. 질문을 더 잘 던지기 위해 어떤 사유가 필요한지, 나의 언어는 어떤 사고 구조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책에서는 AI를 인간 지능의 거울처럼 바라본다. 그것이 생성하는 문장, 그림, 음악은 사실상 인간이 남긴 사고의 흔적을 패턴화하고 재조합한 것이다. ‘창조가 된 미메시스’라는 개념처럼, AI는 인간적 의미를 기계의 방식으로 되비추며, 우리에게 더 깊은 자기 성찰의 기회를 준다.



정리하자면, 본서는 빠른 기능 숙지보다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품은 이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특히 AI 시대의 교육, 언어, 창작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기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그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


나아가 AI와 함께 일하는 실무자들, 혹은 ‘AI 리터러시’를 고민하는 교육자들, 그리고 생성형 AI를 ‘창작의 동반자’로 여기는 예술가나 기획자라면 이 책을 꼭 한번 펼쳐보길 바란다. 기술 너머를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AI 훈민정음』은 그 질문의 언어를 선물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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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 프롬프트 활용 교과서 -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까지 생성형 AI를 제대로 써먹는 질문 공식
쿠지라 히코즈쿠에 지음, 김성훈 옮김 / 길벗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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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를 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에 빠진다.

누군가는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진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누군가는 날카로운 분석을 이끌어내는데, 나는 왜 매번 어딘가 엇나가는 느낌일까. 문제는 AI가 아니라, '프롬프트', 즉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쿠지라 히코즈쿠에의 신간, 『LLM 프롬프트 활용 교과서』는 그 해답을 놀라울 만큼 실용적이고 체계적으로 제시해준다. 사실 나도 처음 제목을 봤을 땐, 그저 ‘프롬프트 예시 모음집’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 역시 니즈가 있었기에 책장을 펼쳤는데, 순간 “이거다!” 확신이 들었다.


다양한 모델, 명확한 구조, 직접 비교 가능한 예시

이 책의 강점이다. Chat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다양한 LLM 모델을 하나의 예시로 비교하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친절하게 분석해준다. 프롬프트 설계에 필요한 사고 패턴과 표현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본문에서는 LLM이 수행할 수 있는 여러 작업 유형(요약, 변환, 추론, 생성)에 따라 프롬프트를 분류하고, zero-shot, few-shot, CoT(chain of thought) 등 기법별로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도 자세히 설명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렇게 써보세요”라고 제시하는 것을 넘어, 프롬프트가 작동하는 원리 자체를 이해시켜 준다는 점이었다.


질문을 다르게 던졌더니, 결과가 달라졌다.

읽는 동안 실습하듯 따라가게 되는 책이다. 문장 하나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실제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Q&A 템플릿을 적용했을 때 응답의 안정성이 높아졌고, temperature 값을 조절하면서 다양성과 정확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도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브레인스토밍, SCAMPER, 식스햇 사고기법 등 다양한 창의적 사고 틀을 프롬프트 설계에 적용하는 예시는,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AI를 ‘협업자’로 인식하는 전환점이 되어준다.


결국, AI는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도구라도, 쓰는 사람의 사고방식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기에 이번 책을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질문을 어떻게 던져야 할지를 가르쳐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한다.

  • AI와 협업하는 직군의 실무자

  • 다양한 모델의 특성과 반응을 비교하고 싶은 입문자

  • “질문을 잘 던진다는 것”의 본질을 고민하는 창작자나 기획자


프롬프트는 기술이 아니라 언어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잘 묻는 사람이 결국 더 많은 것을 얻는 시대!


이 책을 통해, 'AI에게 묻는 법'을 배우는, 첫걸음을 내딛어 보시길 바란다.


아! 추가로, AI와 관련된 책인데, 따뜻한 신간이다.
사실 그거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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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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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이토록 영화처럼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 줄 몰랐다.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것도 잠시, 한 장 넘길 때마다 새어 나오는 위화감, 예측을 배반하는 반전, 그리고 기묘할 만큼 현실적인 설정은 읽는 이를 끝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유키 신이치로의 《#진상을 말씀드립니다》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을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풀어낸, 매우 컨템포러리한 단편집이다.

이 책은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의 무대는 특별하지 않다.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 데이트 앱에서의 만남, 온라인 회식, 유튜브 채널 운영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이다. 그러나 그 익숙함 안에서 느껴지는 작은 이물감이 점점 자라나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특히 <#퍼뜨려주세요>는 제7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사건의 시작이 어디였는가’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독자를 혼란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공포와 인간 심리를 예리하게 해부한다. 그 밖에도 <매칭 어플>은 만남이라는 설렘 뒤에 감춰진 어두움을, <삼각간계>는 비대면 관계 속 위선과 본성을, <판도라>는 SNS를 통해 연결된 낯선 관계의 위험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작가의 서술 방식은 무척 절제되어 있다. ‘자극적 전개’보다 ‘차분한 불안’을 택하는 스타일은 독자에게 더욱 깊은 몰입과 오싹함을 안긴다. 변화구 없이 정통에 가까운 구성임에도, 결말에 이르렀을 때 느껴지는 충격은 대단히 날카롭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읽은 책이었다. 매 편마다 깔끔하게 배치된 복선이, 어느 순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허물고, 아주 다른 진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사건의 실체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지만, 그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는 깨달음이 뒤늦게 찾아온다. ‘조금만 집중했더라면’ 알 수 있었던 복선들이 떠오르며, 다시 첫 장을 넘기고 싶은 충동마저 들게 한다.

마치 치밀하게 설계된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한 기분. 반전이 단순히 트릭으로 머물지 않고, 현대 사회가 가진 단면(욕망, 관계, 고립, 왜곡된 소통)을 통찰하게 한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읽는 내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몰입했지만, 책을 덮은 뒤엔 묘한 여운과 질문이 남았다. “나는 과연, 진상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술과 문화, 관계의 풍경을 아주 날카롭게 포착해낸 이 작품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불안과 충돌 속에 놓여 있는지를 예리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이후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난 뒤, 책을 접한 경우다.​


현대라는 배경이 도구가 되는 순간, 미스터리는 훨씬 더 현실적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걸 아주 성공적으로 해낸다. 당신도 이 반전의 게임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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