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 작은 정원 - 좁은 공간에서 식물을 기르기 위한 35가지 아이디어
엠마 하디 지음, 정계준 옮김 / 다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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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드너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정원을 가질 수 있다.

 

아직 가드닝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다. 그저 유럽에서나 쓰는 말이라 여겨졌는데 이 책을 덮는 순간 가드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에 흘러 나온다. ‘테이블 위 작은 정원옆집 정원에 간섭하는 사람은 자기 집 정원은 가꾸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는 영국의 가드너 엠마 하디가 썼다. 특히 이 책에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넓은 정원은 고사하고 정원 한 평 없어도 가드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제공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팁이다.

 

테이블 위 작은 정원의 핵심 정보는 책을 시작하며재료와 방법에 압축되어 있다. 5페이지에 불과한 량이지만 이를 슬쩍 지나가면 안된다. 꼼꼼이 체크하며 읽으면 다양한 식물을 심는 방법을 책으로 이해하는데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실내 정원 2장은 실외정원 3장은 식용식물 정원 4장은 테이블 정원으로 나누어 각 장소와 용기에 적당한 식물과 식재법 그리고 관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용기를 선택하고 식재를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는 깨끗한 세척이다. 그냥 흙을 담아 심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용기가 오염되면 식물에 감염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며 반드시 세제를 풀어 깨끗이 씻고 말려 사용하라고 한다. 그리고 각 식물에 적합한 배양토를 선택하여 심으면 된다. 또하나 식물은 심기전에 물에 물론 식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물에 충분히 담갔다가 그 식물에 적합한 배양토에 심을면 된다.

 

화분의 소재는 정말 다양하다. , 국자, 깨진그릇, 나무토막, 유리병, 물이끼 공, 나무상자, 법랑냄비, 미색 단지, 각종 금속용기 등 세상의 모든 것은 식물을 심을 수 있는 화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새삼 주변의 모든 것들이 분리배출현장의 모든 것들의 보물로 여겨질 정도다.

 

아무렇게나 심은 것 같지만 저자는 화재의 색상과 크기 등을 고려하며 세심하게 배치하고 나무 소재 화분이나 금속 화분은 비닐을 깔아 녹이 나거나 나무가 상하지 않도록 하는 팁을 주고 있다.

 

가드닝하면 거창한 정원을 떠올렸는데 엠마 하디는 가드닝은 그 어떤 곳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읽는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궁하게 생산학 한다. 특히 식용식물을 작은 화분에서도 기를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은 무척 매력적이다.

 

가드닝을 책으로만 배운 사람은 절대 줄 수 없는 세심한 팁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테이블 위 작은 정원은 가드닝에 대해 식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번거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가드닝에 도전하게 만드는 책이다. 아울러 다양한 용기에 조화롭게 식재한 화분들이 멋지게 담긴 책이라 수시로 꺼내보며 힐링할 수 있는 책이다.

 

 

 

    

규모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만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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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숲을 보다 - 리처드 포티의 생태 관찰 기록
리처드 포티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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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어제 보았던 그 풍경 그대로인 적이 없다.

 

    

세계적인 삼엽충 전문가 그러니 화석을 연구하는 리차드 포티가 그림다이크라는 자신의 숲을 소유하면서 그 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의 별별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려준다. 정확히 말하면 그림다이크 숲과 관련된 아주 작은 이야기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얼핏 생각하기에 잡다하겠다 싶겠지만 학자라 그런가 전문성이라는 무게감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다. 숲의 생성연대 쫓으면서 숲에 얽힌 인간의 역사도 하나하나 들쳐내고 있다. 철기시대 이전에 그림다이크 숲이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가설을 흥미있게 진술하면서 이 땅에 로마인이 들어오면서 이 땅에 문화가 싹트고 건축물이 생기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기기 시작하는 과정을 수다가 아니라 인문, 역사적 식견을 가지고 들려주고 있으니 작가가 고생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숲에 있는 생물들에게 관한 이야기가 얼마나 세세할지 상상할 수 있겠다.

 

이 책을 받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연상하며 카슨의 문학적 감수성과 표현력을 덩달아 기대했다. 그것과는 좀 달랐지만 리처드 포티 역시 그림다이크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이곳을 애정을 가지고 관찰했기에 그의 생각과 느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포티가 소유한 그림다이크숲은 약 5천평 정도가 된다. 숲의 규모로 보면 그리 큰 것 같지 않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척 섬세하면서도 스펙타클하다. 숲이 빚어내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포티가 자기 숲에 대한 애정을 가지지 않았으면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았지 모른다. 꽃을 좋아하고 숲은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있는 숲의 비밀들이 백화점 진열대 상품처럼 펼쳐진다. 견물생심처럼 포티가 전하는 그림다이크 숲의 잉글리시블부벨바다에 대한 동경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이 수종인 너도밤나무를 당장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미쳐버릴 것 같다. 작가도 말하고 있지만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호랑가시나무도 보고 싶어진다. 아울러 어릴적 깨금나무라고 불렀던 개암나무의 열매도 먹어보고 싶어진다.

 

개암나무 한 그루가 먹여살리는 무척추 동물이 250종이나 된다고 한다. 너도밤나무 한 그루는 500종의 무척추 동물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그만큼 그림다이크 숲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자연의 균형을 이루며 생존한다. 모기의 한 종류인 각다귀를 관찰하면서 저자는 지구상의 모든 종은 자기만의 일대기와 살아남기 위한 생존도구, 그리고 흥미로운 비밀을 가진다고 서술하고 있다. 숲을 관찰하고 숲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바로 그들만의 생존도구와 비밀을 알아내는 흥미로운 일임이 분명하고 이 야기를 전해듣는 독자에게도 그 비밀을 알아내는 작업에 겁 없이 동참하고 싶은 충동을 자아내게 한다.

 

그림다이크 숲이 농지로 개간될뻔한 위기를 몇차례 겪지만 숲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그러니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아 살아남았고 이 숲은 여러 수종으로 천이하거나 목재를 필요로하는 주인들에 의해 가꾸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숲이 단순히 관상용으로 또는 정서적 필요에만 국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산업과 생활에 활용한 영국인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주목나무, 참나무, 너도밤나무 등 각 목재가 건축과 수레바퀴 술통 등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도 전해주고 있다.

 

그림다이크 숲에서 생산되는 산미나리, 야생 체리, 꾀꼬리 버섯 등을 재료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어 숲을 그저 호기심으로만 보지 않게 한다. 작가가 송로버섯을 우연찮게 발견한 대목에서는 산이 주는 귀한 약재나 버섯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을 준다.

 

작가의 말처럼 숲은 생물종다양성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그리 탐탁하지 않다. 인간의 이해를 초월한 정교한 협업, 아니면 신성한 계획에서 숲은 이루어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숲은 각 생물이 적응한 대로 복잡하게 엮어낸 한 폭이 직물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이 책을 읽으면 어제 보아던 숲이 오늘에 내일에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보다 더 많이 숲을 보기 위해 허리를 숙이게 될 것이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 도감이 넉넉하지 못한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두고두고 읽고 싶은, 아껴가며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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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하나, 꽃 한 송이
김이랑 지음, 꾸까 도움말 / 미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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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하나, 꽃 한 송이 꽃과 작가의 인연, 꽃과 나의 인연을 듣다

 

작가는 꽃이 좋아져서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꽃을 그리다 보니 꽃이 좋아졌다고 한다. 당연 꽃을 더 잘 그리고 싶어졌고 더 많은 꽃을 보고 싶어졌고 더 많은 꽃들을 알고 싶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보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꽃들은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다가왔다고 프롤로그에서 고백하고 있다.

 

김춘수의 시 생각나는 대목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그는 그저 불특정다수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무수히 많은 꽃들에 불과했던 꽃들에게 애정을 갖고 다가가 그들을 알고 만지고 소통하면서 그 꽃들은 작가에게 특별히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산에 들에 피는 우리 꽃들을 유독 좋아하는 나이지만 어찌 그렇다고 다른 꽃들을 멀리 하겠는가. 외국에서 들어온 꽃이라 산과 들보다 화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라고 멀리 할 자신이 없다. 김이랑 작가가 소개하는 꽃들을 보며 그 꽃들도 이제 그저 꽃이 아니나 내게 의미 있는 꽃들이 되었다. 작가와 꽃의 인연은 또 나와 꽃의 인연을 연결해주는 중매쟁이가 되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하고 각 계절에 피는 꽃들을 나누어 그리고 그 꽃에 담긴 작가의 여러 편린들을 멋 부리지 않고 평상시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담백하다. 직접 그린 꽃그림도 담백하다. 그림과 글이 어울린 예쁜 책이다. 짧은 글이지만 작가의 정서와 작가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와 꽃의 인연을 들여다보면 나와 꽃과의 인연을 들여다보게 되는 즐거움을 얻는다.

 

작가는 벚꽃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은 눈 내리는 풍경과 닮았다고 한다. 쌓인 꽃잎을 밟으면 사락사락 눈 밟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봄을 여는 매화 살구 벚나무 잎이 내려 봄 세상을 뒤덮은 모습은 겨울 눈 내린 풍경과 꼭 닮았다. 그러나 감히 밟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꽃눈이 내린 길을 걷기 겁이 난다. 생명이 끝난 꽃잎이 아니라 아직 생명을 지닌 소중하고 가녀린 생명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바스라 질까 감히 발을 디딜 수 없다. 마치 겨울에 밤새 내린 눈을, 아무도 밟지 않는 눈밭에 발자국을 낸다는 것은 금단의 땅을 범하는 것 같은 마음과 닮아 있다. 그런 무례를 감히 범할 수 없기에 꽃눈이 내려 길섶꽃밭을 피해 조심조심 걷곤 한다.

 

프리지아를 보면 작가는 졸업과 입학을 떠올린다. 이별의 아쉬움과 시작의 두근거림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난 프리지아를 보면 31일 삼일절이 생각난다. 새 학기를 둔 마지막 휴일이기도 하고 사계가 뚜렷한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3개월씩 나눠 갖는다고 배웠다. 봄은 3, 4, 5월이다. 그러니 아주 오랫동안 난 31일부터가 봄이었다. 그래서 이날이 되면 꽃집에 가 노란 프리지아를 한 단을 사와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들으며 대청소를 하는 것으로 봄을 맞았다. 프리지아는 내게는 봄을 여는 꽃이 되었다.

 

50여 종이 채 못 되는 꽃들에 담긴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따라서 꽃과 얽힌 나의 이야기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고 싶어진다.

 

레오 리오니가 창조한 프레드릭처럼 이 책은 마음이 어둡고 힘들 때 꺼내 들면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책이 될 것 같다. 아름다운 꽃들에 담긴 나의 이야기를 꺼내 듣다보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겠다.

 

다음에는 우리 야생화에 담긴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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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맘조리
김재호 지음 / 레드박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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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복잡하지 않아요를 보면 소녀는 소년에게 네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니?”하고 묻는다. 자신에게 관심을 주던 소녀가 이사를 갔을 때 소년은 슬프지 않다. 이별을 슬퍼하지 않는 소년은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지 걱정이 된다. 소년은 자신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자신의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머리를 열어보고 마음을 열어 본다. 머리를 열고 가슴을 여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너무도 쉽다. 그냥 열면 된다.

 

소년처럼 자신의 가슴 문을 열고 지쳐있는 마음에게 미음을 먹이는 그림이 있는 책이 있다. ‘토닥토닥 맘조리리다. ‘까닭 모를 일로 바닥에 처진 내 마음을 위로 올려주는 위로(up)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아트디렉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는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림과 글을 쓰면서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따뜻함이라고 말한다.

 

토닥토닥 맘조리는 그의 바람처럼 따뜻함이 가지시 않는 책이다. 까닭 모를 일로 까닭 있는 일로 바닥에 처진 마음을 위로하는 책이다.

 

저자의 위로 방법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낸 한 장의 그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재호 얼굴이 그려진 옷에 붙어있는 취급시 주의사항 라벨. 그 라벨에는 따뜻할 것, 쫄아있지 말 것, 쥐어짜지 말 것이라고 표기되어있다. 이 표기를 해석하자면 나나 상대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말며 무엇을 위해서 쮜어 짜지 말아야한다 이다. 이 세가지 원칙을 지킨다면 바닥에 처진 마음을 충분히 위로할 수 있다는 것에 우리는 동의할 수 있다.

 

저자는 세가지 원칙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에 따른 세세한 방법들을 인간과 사물의 본질적 특성 찾아 내어 인간의 심리와 갈등 상황을 관통하는 알레고리를 만들어낸다. 이 알레고리를 통해 독자는 잔잔한 카타르시스와 지혜를 주고 마음 비우기를 연습하게 된다.

 

일이 삶을 발음하면 일이 삼이다. ()보다 일이 앞에 있다. 우리의 삶보다 일이 먼저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풍자하지만 삶이 무엇인지 직시하게 한다. 그의 위로 에세이는 이러한 형식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하나하나가 새롭고 신선하다. 그가 즐기는 언어유희와 창의적 발상이 복잡하고 무거운 현실적 문제들을 객관화시킨다.

 

핵심을 간파하는 그림이면서도 날카롭지 않고 투박해 따뜻한 그림과 몇줄에 불과한 짧은 글이라 금방 마지막 장에 도달하지만 곱씹으며 음미하기에 좋은 책이다. 세상에 지쳐있는 사람들과 무한경쟁에 돌진하는 사람들에게 한 박자 쉬며 다음 마디를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곱씹게 한다.

 

복잡하지 않아요의 소년처럼 이 책을 집어 들면 세상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조용히 들여다 보면 세상이 보인다. 그리고 취급시 주의사항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유효한 주의사항인지 알게 된다. 주의 사항을 잘 지키면 내 삶이 up(위로)이 되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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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소녀의 웃음이 내 마음에 - 새로운 명화, 따뜻한 이야기로 나를 안아 주는 그림 에세이
선동기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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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화가의 작품이나 명작으로 회자되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다. 진품만이 가지는 감동의 여운이 쉬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 미술관이나 명작이 온다면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그 작품들을 보러 몰려가는 것도 이 때문일게다. 사진으로만 봤던 작품과는 사뭇 다른 색채와 느낌을 진품은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화가나 작품이 온다면 놓치고 싶지않다.

 

여기 10년 가까이 미술관련 블로그를 운영했던 선동기가 명화를 모아 그림 속 소녀의 웃음이 내 마음에라는 책을 냈다. 교과서나 CF, 전시회에서 볼 수 없었던 작가나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그러니 명작이라고 회자되는 작품들은 아닌 작품들을 모아놓은 셈이다. 대략 120여 작품이나 된다. 이 많은 작품들을 삶과 희망의 순간들, 가족 그리고 관계에 관한 고찰, 그리움과 사랑 그 찬란함, 너른 세상 커다란 꿈, 욕망과 슬픔의 아리아, 마음과 쉼에 관하여, 6개의 주제로 나누어 싣고 있다. 한 페이지에는 그림을 한 페이지에는 그림에 관한 설명과 저자의 단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에 대한 짧은 설명도 빠지지 않고 싣고 있어 어느 정도의 지적 호기심도 만족시켜준다.

 

저자가 선택한 작품들은 서민적이다.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귀족들의 초상화나 귀족들의 성에나 걸릴 법한 작품들은 없다. 저자가 선택한 작품들은 아름다운 서사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 하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기 드 모파상의 단편들을 보는 듯하다. 서정적 설명과 에세이가 덧붙여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서민들의 일상이 가감없이 담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림에 대한 쉽고 간결한 설명 덕에 그림을 보고 울고 웃고 안타까워 하며 같이 가슴 아파하며 그림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데 있다. 전시 도슨트나 도록이 대개 그림에 대한 사조나 기법, 화가의 일생, 그림의 가치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첫 작품으로 실은 알베르트 에델페트의 슬픔이 위와같은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그림에 대한 학술적 관점은 없으며 화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전부다. 그 대신 그림 속 여인이 왜 눈물을 흘리고 있고 남자는 왜 그녀의 손을 잡고 비통해하는지를 들려준다. 시대적 배경과 함께. 혼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안타까움에 저절로 탄식한다. 6년간의 고생과 희망이 물거품이 되었을때 그들이 겪어야 할 고통과 낙담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슬픔이라는 작품은 의미있고 소중한 작품이 된다.

 

이처럼 저자는 혼자 보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을 꼭 집어 이야기 한다. 짧은 글인데도 그림을 통해 그림이 그려진 시대와 그곳의 문화와 역사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그림에 대한 아주 짧은 소설을 써내려간다. 그의 소설들을 한참을 읽다보면 독자는 어느새 그의 소설을 각색하고 있다. 그러다 자신감이 조금 붙기 시작하면 스스로 그림을 보고 독작적인 단편이나 에세이를 하나씩 쓰게 된다. 저자의 능력이다. 이 책이 가지는 힘이다.

 

마지막 작품 윌리엄 헨리 마겟슨의 오두막 입구까지 감상하고 다시 작품들을 찬찬히 훑어 볼 때 조제프 파커슨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차가운 바람이 새롭게 다가왔다. 칼날 같은 바람이 빰을 칠까 고개를 숙이고 가로서 걸어가지만 소용없어 보이는 이 그림. 전영택의 화수분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가족을 뒤로 하고 먼저 고개를 넘은 그림 속 아버지는 둘째 형 거부를 도와주러 간 화수분과 오버랩되고 그 뒤를 쫓는 어미와 세 아이들은 엄동설한에 화수분을 찾아 떠난 옥분과 그의 어미를 생각나게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림들이 내 마음에 와 닿는다.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대해 사색을 하고 살면서 겪을 여러 상황에 따라 책을 책꽂이에 꽂아 두게 된다. 하나씩 펼쳐보며 위로와 희망을 찾기위해. 그리고 도슨트의 설명을 의지하지 않더라도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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