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맘조리
김재호 지음 / 레드박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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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복잡하지 않아요를 보면 소녀는 소년에게 네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니?”하고 묻는다. 자신에게 관심을 주던 소녀가 이사를 갔을 때 소년은 슬프지 않다. 이별을 슬퍼하지 않는 소년은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지 걱정이 된다. 소년은 자신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자신의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머리를 열어보고 마음을 열어 본다. 머리를 열고 가슴을 여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너무도 쉽다. 그냥 열면 된다.

 

소년처럼 자신의 가슴 문을 열고 지쳐있는 마음에게 미음을 먹이는 그림이 있는 책이 있다. ‘토닥토닥 맘조리리다. ‘까닭 모를 일로 바닥에 처진 내 마음을 위로 올려주는 위로(up)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아트디렉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는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림과 글을 쓰면서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따뜻함이라고 말한다.

 

토닥토닥 맘조리는 그의 바람처럼 따뜻함이 가지시 않는 책이다. 까닭 모를 일로 까닭 있는 일로 바닥에 처진 마음을 위로하는 책이다.

 

저자의 위로 방법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낸 한 장의 그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재호 얼굴이 그려진 옷에 붙어있는 취급시 주의사항 라벨. 그 라벨에는 따뜻할 것, 쫄아있지 말 것, 쥐어짜지 말 것이라고 표기되어있다. 이 표기를 해석하자면 나나 상대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말며 무엇을 위해서 쮜어 짜지 말아야한다 이다. 이 세가지 원칙을 지킨다면 바닥에 처진 마음을 충분히 위로할 수 있다는 것에 우리는 동의할 수 있다.

 

저자는 세가지 원칙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에 따른 세세한 방법들을 인간과 사물의 본질적 특성 찾아 내어 인간의 심리와 갈등 상황을 관통하는 알레고리를 만들어낸다. 이 알레고리를 통해 독자는 잔잔한 카타르시스와 지혜를 주고 마음 비우기를 연습하게 된다.

 

일이 삶을 발음하면 일이 삼이다. ()보다 일이 앞에 있다. 우리의 삶보다 일이 먼저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풍자하지만 삶이 무엇인지 직시하게 한다. 그의 위로 에세이는 이러한 형식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하나하나가 새롭고 신선하다. 그가 즐기는 언어유희와 창의적 발상이 복잡하고 무거운 현실적 문제들을 객관화시킨다.

 

핵심을 간파하는 그림이면서도 날카롭지 않고 투박해 따뜻한 그림과 몇줄에 불과한 짧은 글이라 금방 마지막 장에 도달하지만 곱씹으며 음미하기에 좋은 책이다. 세상에 지쳐있는 사람들과 무한경쟁에 돌진하는 사람들에게 한 박자 쉬며 다음 마디를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곱씹게 한다.

 

복잡하지 않아요의 소년처럼 이 책을 집어 들면 세상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조용히 들여다 보면 세상이 보인다. 그리고 취급시 주의사항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유효한 주의사항인지 알게 된다. 주의 사항을 잘 지키면 내 삶이 up(위로)이 되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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