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하나, 꽃 한 송이
김이랑 지음, 꾸까 도움말 / 미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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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하나, 꽃 한 송이 꽃과 작가의 인연, 꽃과 나의 인연을 듣다

 

작가는 꽃이 좋아져서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꽃을 그리다 보니 꽃이 좋아졌다고 한다. 당연 꽃을 더 잘 그리고 싶어졌고 더 많은 꽃을 보고 싶어졌고 더 많은 꽃들을 알고 싶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보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꽃들은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다가왔다고 프롤로그에서 고백하고 있다.

 

김춘수의 시 생각나는 대목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그는 그저 불특정다수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무수히 많은 꽃들에 불과했던 꽃들에게 애정을 갖고 다가가 그들을 알고 만지고 소통하면서 그 꽃들은 작가에게 특별히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산에 들에 피는 우리 꽃들을 유독 좋아하는 나이지만 어찌 그렇다고 다른 꽃들을 멀리 하겠는가. 외국에서 들어온 꽃이라 산과 들보다 화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라고 멀리 할 자신이 없다. 김이랑 작가가 소개하는 꽃들을 보며 그 꽃들도 이제 그저 꽃이 아니나 내게 의미 있는 꽃들이 되었다. 작가와 꽃의 인연은 또 나와 꽃의 인연을 연결해주는 중매쟁이가 되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하고 각 계절에 피는 꽃들을 나누어 그리고 그 꽃에 담긴 작가의 여러 편린들을 멋 부리지 않고 평상시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담백하다. 직접 그린 꽃그림도 담백하다. 그림과 글이 어울린 예쁜 책이다. 짧은 글이지만 작가의 정서와 작가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와 꽃의 인연을 들여다보면 나와 꽃과의 인연을 들여다보게 되는 즐거움을 얻는다.

 

작가는 벚꽃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은 눈 내리는 풍경과 닮았다고 한다. 쌓인 꽃잎을 밟으면 사락사락 눈 밟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봄을 여는 매화 살구 벚나무 잎이 내려 봄 세상을 뒤덮은 모습은 겨울 눈 내린 풍경과 꼭 닮았다. 그러나 감히 밟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꽃눈이 내린 길을 걷기 겁이 난다. 생명이 끝난 꽃잎이 아니라 아직 생명을 지닌 소중하고 가녀린 생명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바스라 질까 감히 발을 디딜 수 없다. 마치 겨울에 밤새 내린 눈을, 아무도 밟지 않는 눈밭에 발자국을 낸다는 것은 금단의 땅을 범하는 것 같은 마음과 닮아 있다. 그런 무례를 감히 범할 수 없기에 꽃눈이 내려 길섶꽃밭을 피해 조심조심 걷곤 한다.

 

프리지아를 보면 작가는 졸업과 입학을 떠올린다. 이별의 아쉬움과 시작의 두근거림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난 프리지아를 보면 31일 삼일절이 생각난다. 새 학기를 둔 마지막 휴일이기도 하고 사계가 뚜렷한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3개월씩 나눠 갖는다고 배웠다. 봄은 3, 4, 5월이다. 그러니 아주 오랫동안 난 31일부터가 봄이었다. 그래서 이날이 되면 꽃집에 가 노란 프리지아를 한 단을 사와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들으며 대청소를 하는 것으로 봄을 맞았다. 프리지아는 내게는 봄을 여는 꽃이 되었다.

 

50여 종이 채 못 되는 꽃들에 담긴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따라서 꽃과 얽힌 나의 이야기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고 싶어진다.

 

레오 리오니가 창조한 프레드릭처럼 이 책은 마음이 어둡고 힘들 때 꺼내 들면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책이 될 것 같다. 아름다운 꽃들에 담긴 나의 이야기를 꺼내 듣다보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겠다.

 

다음에는 우리 야생화에 담긴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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