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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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예측 불가능한 일을 겪는 거야.” 아빠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건 더 그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함께 살았던 강아지가 자꾸 떠올랐다. 좋은 기억뿐만 아니라 미안하고 슬픈 기억도 함께 스쳤다.
처음 강아지를 만났을 때, 두 발로 콩콩 뛰며 나를 올려다보던 눈빛. 그 순간 집으로 데려가지 않을 수 없었던 그때가 생생하다.

소설 곳곳에는 강아지와 함께 산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일화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찌른 구절이 있었다.

“생각해보세요. 강아지들에게 계단은요, 길이 아닙니다. 그건 그냥 벽일 뿐이에요. 걔들은 그걸 계속 넘어다니는 겁니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말이에요.”

강아지의 체구와 신장을 생각했을 때, 계단이란 얼마나 큰 벽이었을까. 왜 나는 단 한 번도 이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작고 여린 강아지가 나와 함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던 장면이 떠올라 미안함이 몰려왔다.

이 소설의 화자는, 함께 살던 강아지가 알고 보니 유럽 왕실에서 키우던 혈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 강아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시봉은 지금 행복한가? 나는 이시봉과 내가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다. 이시봉은 명랑했고, 나는 이시봉에게 귀를 기울였으니까. 어떤 사고가 있었고, 그 사고가 우리를 조금 특별한 관계로 만들어주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건 단지 내 입장이 아니었을까? 이시봉은 내가 없어도, 아니 나 없는 곳에서 더 명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나 역시 강아지를 입양한 뒤 한동안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혹시 나중에 원래 가족이 나타나서 데려가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 가족이 훨씬 부유하고 강아지를 잘 보살필 수 있는 환경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서인지 저 구절이 더 깊이 와 닿았다.

이야기 전개와 결말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지만
동물과 함께 살아본 사람이라면 지뢰처럼 터져 나오는 아픈 문장들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하고, 시봉이의 귀여운 행동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떠올리게 하며 미소 짓게 할지도 모른다.


문학동네에서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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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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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 - 올리버 버크먼>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정말 좋은 일만 생길까?
반대로 부정적인 사고를 하면 나쁜 일들이 따라올까?
이런 물음에 앞서, 과연 좋은 일이 생기면 우리는 매번 행복할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행복이라는 감정 하나에 여러 질문들이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우리는 ‘행복’, ‘힐링’, ‘안정’이라는 키워드가 달린 활동, 강연, 상품, 콘텐츠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자연스럽게 ‘좋은 생각이 좋은 일을 부르고, 좋은 일이 생기면 행복해진다. 그러니 행복은 우리의 목표이자 가치’라는 사고가 따라온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개인적으로 나는, 좋은 일이 생기는 것보다 불안한 일이 제거되는 것에 더 가치를 두며 살아왔다.
행복하자는 다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불안을 곧 불행이라 여겼고 불안한 상황을 피해가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가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분명 좋아진 부분도 있었지만, 동시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힘들기도 했다.

이 책은 행복에 집착하는 태도 자체가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불안정과 불확실함, 실패를 없애려는 노력은 결국 자신감 상실, 두려움, 불안감, 슬픔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 노력 대신, 불확실함을 즐기고, 불안정함을 받아들이며, 실패에 익숙해지는 태도를 통해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과도 기꺼이 함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 역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통제하려는 습관이 있었다.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급하게 선택하고는 그 길이 예상과 다를 때 혼란과 불안이 더 크게 찾아오기도 했고, 확실함이라고 믿었던 것조차 항상 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걸 배웠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스토아 철학의 정신과도 닿아 있다.
“긍정을 추구하는 학자들은 행복을 ‘쾌활함’이라 정의하지만, 스토아 학자들은 그것을 ‘평온’이라 본다. 평온은 즐거움을 기를 쓰고 추구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담담하고 무심하게 받아들일 때 찾아온다.”

당장 기쁘고 즐거운 상태만이 행복이 아니라, 조용히 평온한 상태 역시 하나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노력으로 쟁취하기보다는, 삶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머무는 상태에 가깝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스러움’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혹은 부끄러움이나 우울함이든.
작가는 감정을 부분적으로 억누를 수는 없다는 주장을 하며, C.S. 루이스의 강렬한 문장을 인용한다.

“어떤 대상이든 사랑하게 되면 당신의 심장은 미어지고 어쩌면 부서질 수도 있다. 심장을 멀쩡한 상태로 보존하고 싶다면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동물에게도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취미와 약간의 사치로 조심스럽게 심장을 감싸라. 모든 얽힘을 피하라. 이기심이라는 궤짝 혹은 관 속에 안전하게 넣고 잠가라. 그러나 그 안에서 심장은 달라진다.
다치지 않고 깨뜨릴 수도, 통과할 수도, 구원할 수도 없는 심장이 된다.”

이 책은, 긍정심리학의 틀에 갇힌 수많은 자기계발서 사이에서 오히려 행복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우리를 더 멀어지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비관과 낙관 사이, 불안과 평온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며 ‘진짜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를 사유하게 한다.

북플레저에서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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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방식
정치영 지음 / 흰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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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을 작년 여름에 다녀온 이후로, 틈만 나면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힘들었다.
이 책은 올여름에도 가려 했으나, 이런저런 일정으로 결국 가지 못하게 된 아쉬운 마음을 다독여준 고마운 책이다.

지리학자가 쓴 교토 여행기(?)라고 볼 수 있는데, 관광에 초점이 맞춰진 여행기라기보다는 교토의 문화에 초점을 둔 글이라 교양 수업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 정보도 많아서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을 때쯤, 작가의 체험이나 생각이 곁들여져 있어서 술술 읽혔고, 특히 내가 다녀온 곳이 나올 땐 그 여행이 떠올라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은각사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했다. 열심히 찾아가자마자 코앞에서 대차게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에 피가 꽤 나서, 정원만 한 바퀴 둘러보고 향만 사고 나왔던 슬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교토의 정원과 축제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세세한 묘사에 작가의 친절함이 느껴졌고, 교토의 일상과 교통수단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나도 봤던 기억이 떠올라 반가웠다.

다음에 일본 여행을 하게 된다면 교토는 여러 번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한적하고 낮은 옛 건물이 주는 위안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그땐 이 책에 나왔지만 미처 가지 못했던 정원들과, 은각사도 다시 한 번 꼭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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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고 무용한 공부 - 내면의 삶을 기르는 배움에 대하여
제나 히츠 지음, 박다솜 옮김 / 에트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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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대한 철학서입니다. 제목을 보고 실용서로 착각하고사고나서 후회했어요. 공부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들을 삼백페이지나 읽고싶진 않았는데..반절 정도 읽다가 저에겐 재미가없어서 하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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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최진영 지음 / 핀드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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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 최진영>

최진영 작가님의 내밀한 면을 엿볼 수 있었던 일기장.
처음엔 적응을 못했는데 뒤로 가면서 익숙해진탓인지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읽게 됐다.


보면서 느낀 건 작가의 이름이 중요하구나.
작가의 이름을 지우고 도서관에 꽂혀있었다면 한두페이지 읽고나서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 책이라 빌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끝까지 읽게 하는 걸 보면 이름이 갖는 힘이 큰 것 같다.


창작 노트라고 명명된 탓에 서운함이 더 큰 듯하다.
끝까지 읽어도 창작노트라기보단 일기에 가까운데.
출판사는 창작 노트라는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사철제본을 방식을 택한 걸까. 표지 디자인도 아쉬운데 짧은글 100편이 실린 손바닥만한 크기의 책 가격이 무려 만팔천원이다.
출판시장이 안좋은 건 독자탓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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