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매트 헤이그 지음, 강동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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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셜에서 도서를 제공받음

리만 가설의 증명을 막기 위해 머나먼 행성에서 파견된 외계인이 지구에 내려온다.
그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강아지가 있는 한 가정의 남편으로 위장해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는 리만 가설을 아는 사람을 찾아 제거하는 것.
하지만 지구에 머무는 동안 그는 자신이 알고 있던 인간과 실제로 경험하는 인간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무언가였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
나는 괴물이었고, 이제는 다른 유형의 괴물이 되었다. 언젠가 죽고 고통을 느끼겠지만, 또한 살아갈 괴물. 언젠가 행복을 발견할지도 모르는 괴물. 이제 내게 행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상처의 뒷면에 존재한다. 356p

감정과 고통을 모른 채 살아온 그에게 인간의 감정들이 하나둘 스며들기 시작한다. 외로움, 사랑, 가족애, 우정, 무력감. 이러한 낯선 경험들이 그의 신념을 흔들고 지구라는 행성을 더 오래 관찰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 펼쳐진다.

이 소설은 분명 SF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외계인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인간적인 깨달음을 따라가다 보면, 가족과 사랑의 의미, 인간의 나약함과 주체성과 타자성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된다. 특히 사랑을 느낄 수 없던 존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순수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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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해리엇 컨스터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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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예술의 도시로 불리던 1700년대 베네치아의 화려한 이면에는 고통, 여성에 대한 억압, 그리고 가난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 중 일부는 피에타라는 수녀원의 작은 창구를 통해 버려졌고, 살아남은 아이들 중 몇몇은 예술 교육을 받으며 자라 필리에 단원이 되었다.

피에타의 소녀들은 교육을 받았지만 그 배움은 일정한 선에서 멈춰졌다. 그들이 지나치게 지적이 되지 않도록 체계에 순응하며 감사만을 아는 존재로 길러졌다.

그곳에서 태어난 안나 마리아는 어릴 적부터 음을 색으로 인지하는 특별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음악과 예술에 남다른 재능을 타고난 그녀는 음악을 사랑했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자신을 몰아붙였다. 그 과정에서 친구와 주변 사람들을 믿지 못한 채 점점 고립되었다. 불안정한 신분 속에서 누리고 있던 약간의 안정과 호사조차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녀를 짓눌렀다.

이 소설은 우리가 잘 아는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비발디가 살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 피에타와 필리에 단원들이 비발디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작가는 여기에 상상력을 더해 그들을 이용했던 남성과 당시 지배층의 권력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비발디의 사계 전곡을 들었다. 이제 비발디의 음악을 들을 때면 피에타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 같다. 비록 음악을 듣지 않는다 해도 책을 덮고 난 독자의 마음속에는 비발디 앞에 피에타가 서 있을 것이다. 아마 그것이 작가가 바랐던 결말일지도 모른다.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자 비발디의 제자였던 안나 마리아 델라 피에타―그녀가 힘차게 마지막 장을 덮으며 스승의 연주곡 위에 또렷한 발자국을 남기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다산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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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5
박지영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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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에서 도서를 제공받음

복미영은 자주 침을 뱉는다. 누군가를 돕고 좋아할수록 더 침을 뱉는다. 침을 삼키는 것보다 뱉는 게 덜 더럽다고 믿는다. 좋아하는 연예인마다 사건이 터져 ‘쓰레기를 잘 알아본다’는 조롱을 듣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애정을 받는 데 서툰 그는 미친개와 무지개 중 무엇을 볼지 결정하지 못해 결국 둘 다 놓쳐버리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 팬클럽을 만들었다. 팬을 직접 고르고 역조공도 하는, 자기만의 미친 방식으로.

소설이 끝나도 복미영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누군가를 정말 안다는 것이 가능할까. 사람에게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함께 있고 좋은 점이 때로는 나쁘게 발현되기도 한다.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행동이 누군가에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이 되기도 하고.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볼품없는 내 모습과 남에게 좋아 보일 내 모습, 그리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내 모습을 번갈아 떠올렸다.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복미영을 이상한 사람이라 단정 짓는 대신 그 속에 담긴 평범함을 꿰매어 보려 했지만 그조차도 결국 사람을 내 틀에 맞추려는 시도였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런데 나는 남에게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말을 내게는 함부로 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실례잖아.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것도, 아니 어쩌면 나 같은 거라서 오히려 팬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 복미영은 생각했다. 만들자. 복미영 팬클럽. 내가 복미영의 팬이 되어주자.”

그 대목에서 나도 나만의 팬클럽을 만들었다. 팬은 나 하나여도 좋았다. 남에게 자주 하는 좋은 말을 나에게도 해주기로 했고 내가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좋은 면만 콕 집어 보기로 했다.

이 소설에는 여러명의 이모들이 등장한다. 여성끼리 북클럽을 한다는 명목으로 모여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기대고 각자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함께 각색하며 돈독해진다. 그들은 산책이나 책 수선, 버리기처럼 각자 하나씩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다. 나는 그중에서도 ‘헤매기 아티스트’라는 표현이 마음에 남았다. “헤맨 자리만큼 자신의 땅이 된다고.”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내 땅이 넓어질 만큼 헤맸다. 인물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깊어질수록 소설의 끝이 어디로 갈지 짐작할 수 없었고 그만큼 내 마음속 지도는 멋대로 넓어졌다.

많이 헤맸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묘하게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미친개와 무지개 중 무엇을 찾으러 갈지 고민하다가 결국 둘 다 찾지 못했지만 내 길이 조금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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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바깥 사이시옷 1
이제야 지음 / 에피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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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바깥-이제야>

이제야 시인의 산문을 읽고 시를 읽으니, 시 속에서 ‘이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마치 이해가 사랑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이곳엔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는 다정함이 문장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내가 특히 좋아한 시는 〈모아 둔 밤〉, 〈밑줄 긋는 밤〉, 〈애초의 사랑〉이었다.

〈모아 둔 밤〉은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을 ‘해가 뜨는 밤’으로 표현한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버텼던 그 밤들, 낮처럼 깨어 있던 밤들, 눈물을 닦아가며 끝내 글을 이어가던 모습이 그려진다.

〈밑줄 긋는 밤〉에서는 모닥불에 던져 넣은 글들 가운데 밑줄 친 문장들을 찾아 다시 쓴다.
동경을 잊기 위해 썼지만, 결국 잊지 않고 되찾아오는 밤.
수없이 던지고 싶었던 문장들, 그 기억의 파편들이 끝내 되돌아와 밑줄을 긋고 다시 쓰이면서, 무언가를 잃을 수 없는 애닳은 마음이 드러난다.

〈애초의 사랑〉은 노력으로 얻으려 했던 마음을 그린다.
사랑을 알기 전, 우리가 붙잡으려 했던 것들이 얼마나 보잘 것 없었는지.
사랑이 아닌 것들을 사랑이라 착각했던 시간들을.

이 시집의 시어는 어렵지 않다.
난해하거나 해체된 언어로 조각 나 있지도 않다.
그러나 해석은 쉽지 않았다.

내가 읽어낸 의미와, 시인이 그것을 쓸 때의 마음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훗날 내가 이 시를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듯, 해석도 달라질 것이다.

이제야 시인은 익숙한 언어로, 시를 이해해 보라고 조용히 다독이는 듯하다.
이 시집을 읽는 모든 이의 해석은 과연 어느 방향을 향할까.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는 마음을, 우리는 사랑이라 불러도 될까.

에피케에서 도서를 제공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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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의 지식 - 9가지 질문으로 읽는 숨겨진 세계
윤수용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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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설 수 있는, 여러 나라의 사회 문제를 다룬다. 덴마크·싱가포르·미국·아이슬란드·일본·프랑스·영국·이탈리아·중국, 총 아홉 나라의 명암을 통해 각 사회의 이면을 보여준다.

📚 덴마크는 흔히 ‘행복한 나라’로 인식되지만, ‘역사적 아픔을 함께 이겨낸 덴마크인’과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 사이의 간극이 크다. 이로 인해 다른 집단과 인종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사회의 어두운 면으로 드러난다.

싱가포르는 ‘지는 것,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키아수’ 문화를 소개한다. 타인보다 뒤처지거나 손해 보지 않으려는 욕망은 시민의식의 부재로 번지고, 결국 STOMP(시민 저널리즘)를 통한 상호 감시와 비난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남부 사람들의 ‘친절함’ 이면을 살핀다. 노예제와 남북전쟁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이 친절함은 아픈 과거를 가린 채 이어져 왔다. 이 부분은 특히 흥미로워, 미국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게 만든다.

이탈리아는 청년들이 부모와 함께 사는 가족주의적 가정 형태가 많다. 고용 불안정과 높은 실업률 속에서, 부모 집에 머물며 생활비를 절감하고 결혼이나 독립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일자리, 주거, 독립, 결혼은 서로 긴밀히 얽혀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와 물질주의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80~90년대생들은 물질적·경제적 성취를 중시하지만, 높은 부동산 가격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과 미래에 불안을 느낀다. 일부는 ‘탕핑‘을 선택해 적게 벌고 적게 쓰며 경쟁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떠올리게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주의 이념은 여전히 공식으로만 존재할 뿐 실현되지 않는다.

✏️책은 각 나라의 명암을 보여주면서, 직접 언급되지 않은 ‘한국’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식민 경험, 저출산, 경제 문제, 이념 갈등, 복지와 자본주의의 충돌 등 한국 사회의 장면들이 시선 너머에서 얽힌다.

저자가 적지 않은 10번째 나라, 그러나 독자가 읽으며 아홉 번이나 소환하는 ‘한국’. 그 시선이 더해질 때 이 책은 비로소 완성된다.

✏️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기 쉽게 풀어낸 덕분에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도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각 장을 읽은 뒤 한국과 비교하며 토론하는 활동을 곁들이면, 우리나라의 역사·경제·문화·사회는 물론 세계에 대한 이해까지 한층 깊어질 것이다.


북플레저에서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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